'연애남매' 이진주 PD, 명성답게 참으로 영리하다

정석희 칼럼니스트 2024. 4. 20.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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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편 넘는 프로그램 중 단연 돋보이는 ‘연애남매’와 ‘선재 업고 튀어’

[엔터미디어=정석희의 TV 돋보기] 매주 200 편이 넘는 프로그램이 쏟아져 나온다지만 마음 줄 곳은 좀처럼 없다. 한 상 가득 차려낸 밥상에 젓가락 댈 곳 없어 헤매는 형국이랄까. 그런데 4월 들어 다행히 추천할 드라마가 생겼다. tvN 월화드라마 <선재 업고 튀어>. 아직 초반이고 여자 주인공이 과거로 회귀한다는 점에서 tvN <내 남편과 결혼해줘>와 비슷한 설정이나 김혜윤, 변우석, 두 배우의 싱그러운 연기만으로도 족하다.

JTBC <스카이 캐슬>, MBC <어쩌다 발견한 하루>의 김혜윤이야 두 말 할 것도 없고 거기에 지난해 JTBC <힘쎈 여자 강남순>에서 사연 있는 나쁜 놈 '유시오' 역을 맡았던 변우석. 이번 드라마로 한 뼘, 아니 세 뼘은 더 성장하리라. 변우석 배우. 학폭을 비롯한 불미스러운 사건사고만 따르지 않는다면 앞으로 탄탄대로가 예견된다. <선재 업고 튀어>, 더도 덜도 말고 지금과 같은 전개로 부디 용두사미가 되지 않기를!

또 하나 추천할 프로그램은 JTBC <연애남매>. 연애 리얼리티, 일명 짝짓기 프로그램인데 청춘남녀의 사랑 찾기가 기본이기는 하나 가족이 개입한다는 점이 색다르다. 내 누나의, 내 오빠의, 내 동생의 짝으로 이 사람이 괜찮은가? 저울질을 해보는 거다. 지금껏 연애 프로그램들이 가족을 철저히 배제해온 것과는 완연히 다른 행보다. 2022년 넷플릭스에서 형제자매가 참여하는 <데이티드 앤 릴레이티드>라는 프로그램이 방송됐다. <연애남매>가 그와 비슷한 형식이면 어쩌나 했는데, 기우였다.

누나와 남동생, 혹은 오빠와 여동생이 동반 입소를 하는데 어느 시점까지는 혈육임을 드러내서는 안 된다. 남매 사이라는 걸 감춘 채 눈치껏 서로 돕고 격려하고 위로하며 짝 찾기에 열중한다. 여기까지는 예상했던 부분이나 부모님이 직접 등장하실 줄은 몰랐다. 자칫 잘못했다가는 부모라는 존재가 감동을 강요하는 것으로 다가올 수도 있을 터, 제작진이 현명하게 잘 풀어낸다. 이진주 PD, 명성답게 영리하다.

7화에 남매 관계가 밝혀졌고 부모님들도 출연했다. 박재형, 박세승 남매, 이윤하, 이정섭 남매, 이 두 가족은 결이 비슷한 편이고 이용우, 이주연 남매의 경우 부모님이 이혼을 하셔서 어머니만 나오셨다. 박초아, 박철현 남매는 어머니가 오랜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나셨다고 한다. 어머니 병간호를 오롯이 초아 씨가 맡았다고. 아버지에 관한 언급이 따로 없는 것으로 보아 뭔가 사정이 있지 싶다.

그리고 중간에 투입된 김윤재, 김지원 남매. 남매가 장기간 캐나다 유학을 하는 바람에 부모님이 고생이 많으셨던 모양이다. 어머니가 마지막 학비를 보낸 후에 암 진단을 받으셨다고. "내가 두 아이 뒷바라지 하는 걸 자부심으로 알고 살았는데." 이 말씀 뒤에 '나는 이렇게 병이 들었구나, 껍데기만 남았다. 너무 허망하다', 이런 소리가 나올 줄 알았다. 그런데 '내가 나 자신을 돌보지 못해 결국 아이들에게 상처를 줬구나' 낙담을 하셨다는 거다. 어머니 사정을 까맣게 몰랐던 딸 지원은 헛살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어머니가 편찮으시다는 점에서 초아와 지원은 동병상련의 감정일 게다. 초아의 동생 철현은 현재 지원에게 호감을 표하는 상황이다. 자신의 짝을 찾는 것만큼이나, 아니 그 이상으로 누나의 짝, 즉 매형 후보를 찾는 데에 진심이다.

수많은 프로그램을 봐왔지만 이처럼 출연자들이 하나하나 다 괜찮은 사람으로 다가오는 건 처음이다. 살아온 이력도 개성도 저마다 다르지만 하나 같이 좋은 사람들이다. 제작진이 '이 사람 어때? 참 괜찮지?' 하고 소개하는 느낌이랄까. 여느 연애 프로그램들, 이를테면 SBS플러스 <나는 솔로>를 보면 '뭐 저 따위 인간이 다 있지?'라는 생각이 종종 들지 않나. <나는 솔로>가 정황 상 출연자의 단점을 부각시켜 화제몰이를 한다면 <연애남매>는 고르고 또 골라 보기만 해도 기분 좋아지는 사람들을 시청자에게 선보인다.

얼마 전 사석에서 '<연애남매> 출연자 중에 사윗감, 며느릿감으로 누가 괜찮으냐?'로 수다 한 판이 벌어졌다. 저마다 마음이 가는 출연자가 달라서 놀랐다. 이렇게 7화 한 편만 보고도 많은 얘기가 오갈 수 있는데 어쩐 일인지 중·장년층에게는 이 프로그램이 잘 알려지지 않았다. 시청률도 1.1% 정도로 저조한 편이다. OTT에서는 강세겠지만.

정석희 TV칼럼니스트 soyow59@hanmail.net

[사진=JTBC, 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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