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정적이거나 세련되거나…킹 누가 들려준 '요즘 J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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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오후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
장내를 가득 메운 관객 앞에 마련된 일(一)자형 무대 위로 보컬 겸 키보드 이구치 사토루가 구슬땀을 흘리며 열창을 이어갔다.
거친 록 스타일이 아닌 알앤비(R&B) 풍의 이구치 사토루의 보컬은 귀에 '꽝꽝' 내리꽂히는 밴드 연주와 묘한 조화를 이뤘고 신비감을 더했다.
마침 무대 뒤 대형 전광판에 등장한 킹 누에 로고에는 '일본제'(Japan Made)라는 글자가 떡하니 박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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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어서 오세요. 참 잘하셨습니다. 즐기고들 계십니까? 서울, 정말 대단합니다!" (이구치 사토루)
19일 오후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 장내를 가득 메운 관객 앞에 마련된 일(一)자형 무대 위로 보컬 겸 키보드 이구치 사토루가 구슬땀을 흘리며 열창을 이어갔다.
눈부신 조명이 공연장을 사정 없이 휘젓자 흥분감이 장내를 휘감았고, 객석 한편에서 어느 관객이 육중한 목소리로 "아이시테루!"(사랑해요!)라고 외쳤다.
바로 일본 밴드 킹 누(King Gnu)의 첫 내한 공연에서다. 이들은 아시아 투어 '더 그레이티스트 언노운'(THE GREATEST UNKNOWN)의 하나로 한국을 찾았다.
킹 누는 일본 도쿄예술대학 출신 쓰네타 다이키를 리더로 둔 4인조 록밴드다. 무리 지어 다니는 동물 '누'의 습성처럼 거대한 무리를 이끌며 문화의 최전선에 서고 싶다는 의미가 팀명에 담겼다.
이들은 J팝의 색채에 얼터너티브 록을 가미한 '도쿄 뉴 믹스처 스타일' 음악을 선보이고 있다.
2017년 데뷔한 킹 누는 '하쿠지쓰'(白日), '카멜레온'(カメレオン), '스페셜즈'(SPECIALZ), '이치즈'(一途) 등의 히트곡으로 일본에서 큰 인기를 누렸다.
정식 데뷔 이후 몇 년 지나지 않아 일본 간판 연말 음악 프로그램 NHK '홍백가합전'에 출연하고, 돔·스타디움 공연까지 성사하며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킹 누는 국내에서도 팬덤을 구축했다. 이번에 마련한 3천석이 예매 시작과 동시에 매진됐고, 공연 일정을 하루 늘렸다.
국내 대표 공연장 가운데 하나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은 음악가들이 잠실실내체육관·KSPO돔(체조경기장) 공연으로 나아가는 '교두보'와 같은 곳이다. 첫 콘서트에서 이곳을 채웠다는 것은 인기가 탄탄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이날 공연장 인근에는 킹 누를 보기 위해 몰려든 20∼30대로 북적였다. 멤버들을 응원하는 플래카드를 들거나 공식 MD(굿즈상품) 티셔츠를 입고 온 이도 심심치 않게 눈에 띄었다. 킹 누를 보려고 한국까지 온 일본의 열성 팬들인지 곳곳에서 일본어가 들렸다.
킹 누는 몰입감 강한 감각적인 영상과 정신을 놓게 만드는 눈부신 조명을 무기 삼아 유명 애니메이션 '주술회전' OST '스페셜즈'(SPECIALZ)로 공연의 포문을 열었다.
거친 록 스타일이 아닌 알앤비(R&B) 풍의 이구치 사토루의 보컬은 귀에 '꽝꽝' 내리꽂히는 밴드 연주와 묘한 조화를 이뤘고 신비감을 더했다.
빙판 위를 미끄러지듯 진성과 가성을 오가는 수려한 이구치 사토루의 목소리, 붉은색 양 갈래머리 드러머 세키 유우의 열정 넘치는 연주, 묵묵히 존재감을 드러낸 아라이 가즈키의 베이스, 기타리스트 겸 보컬 쓰네타 다이키의 헤드뱅잉 혹은 점프 등 갖은 퍼포먼스가 한데 어우러졌다.
마침 무대 뒤 대형 전광판에 등장한 킹 누에 로고에는 '일본제'(Japan Made)라는 글자가 떡하니 박혀 있었다. 2024년 '요즘 J팝'을 여실히 보여주겠다는 이들의 포부 혹은 자부심을 엿볼 수 있었다.
킹 누는 마냥 듣기 편하거나 '벅차오르는 듯한' 청춘 록 감성 대신 때로는 격정적으로, 때로는 깊고 서정적으로 무대를 풀어냈다. 스타일리시한 멤버들의 의상과 이구치 사토루의 알앤비 풍 보컬은 여기에 도회적 세련미를 더했다.
쓰네타 다이키는 무대 도중 기타 대신 메가폰을 집어 들고 좌우를 종횡무진으로 오가거나, 기타를 바닥에 내리꽂는 등 화려한 퍼포먼스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관객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떼창'으로 일본어 가사를 따라 부르다가도 '사카유메'(逆夢) 같은 감성적인 무대에서는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휴대전화 플래시를 켜고 흰색 은하수를 빚어냈다.
ts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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