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in] 첫 외래어 법정동 추진 부산 '에코델타동' 갑론을박

손형주 2024. 4. 2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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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조건 비판 안 돼" vs "법정동까지 굳이"
한글단체 반발하자 입주 예정자·강서구 여론전 가세…6월 결정
에코델타시티 스마트빌리지 물건 싣고 달리는 배달로봇 [박성제 기자. 연합뉴스 자료사진]

(부산=연합뉴스) 손형주 기자 = "이러면 아파트값 오르나요."

"도시 브랜드를 대표하는 한글 명칭을 찾기 힘들어요."

미래 지향적인 수변도시를 추구하며 스마트시티 국가시범 도시로 조성되고 있는 부산 강서구 에코델타시티가 첨단 미래 도시의 모습이 아닌 법정동 명칭을 두고 먼저 주목을 받고 있다.

20일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입주를 앞둔 에코델타시티 내 아파트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에는 예비 입주자들 사이에 신규 법정동 명칭으로 추진되고 있는 '에코델타동'에 대한 이야기가 뜨겁게 오갔다.

대부분 주민은 국내 첫 외래어 법정동 명칭인 '에코델타동'에 찬성한다는 입장이었다.

일부 주민은 "외부의 비판도 거센데 굳이 외래어 법정동을 추진해야 하느냐"는 의견을 갖고 있었지만 쉽게 목소리를 내지는 못했다.

부산 강서구 강동동, 명지동, 대저2동 일대 1만1천770㎢(약 356만평) 규모로 조성되는 에코델타시티(Eco-Delta city)는 도시 기획단계부터 ○○신도시로 불리지 않고 에코델타시티로 불렸다.

에코델타는 환경·생태를 뜻하는 에코(eco)와 낙동강 삼각주를 뜻하는 델타(delta)를 합성한 이름이다.

부산은 마린시티, 센텀시티 등 주로 영어이름에 시티를 붙인 지역이 부촌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몇 년 전에는 해운대신도시도 그린시티로 명칭을 바꾸기도 했다.

에코델타시티 사업대상지가 3개의 법정동으로 나누어져 있어 주소와 경계구역이 불명확하다.

이 때문에 강서구에서는 하나의 법정동을 신설해 주민 혼란과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법정동 명칭 선호도 조사를 거쳐 압도적인 주민 지지를 받은 '에코델타동'을 선정해 부산시에 신청했다.

2019년 에코델타시티 조감도 바라보는 한아세안 정상들 [손형주 기자. 연합뉴스 자료사진]

법정동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행정동과 다른 의미다.

행정동은 관할기관에서 행정 효율성 차원에서 설정하는 주민센터 기준의 행정구역 단위를 의미한다.

법정동은 법으로 정한 동이란 말로 등기부등본 등 부동산 관련 문서와 신분증에 들어가는 동의 명칭에 사용된다. 도시철도 역명을 제정할 때도 영향을 받고 부동산 정책도 원칙적으로 법정동을 기준으로 한다.

이 때문에 주민들은 법정동 이름이 도시 브랜드를 좌우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 좋은 법정동 이름은 도시 이미지 상승에도 영향을 미쳐 부동산 가격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는 게 일반적이다.

최근 부산시가 강서구가 제출한 에코델타시티 법정동 명칭인 '에코델타동'을 행정안전부에 공식적으로 접수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한글 단체를 중심으로 반발이 거셌다.

한글 단체는 "이미 부산에는 마린시티, 그린스마트시티, 센텀시티 다이아몬드브릿지 등 외국어를 남발해 도시 이름을 짓고 있다는데 법정동까지 외래어로 추진되고 있다"며 "전 세계가 한글과 한국어를 배우려고 애쓰는 마당에 오히려 외국어를 남발하는 정책은 국민을 우롱하는 짓"이라며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외래어 법정동 추진에 여론이 좋지 않자 에코델타시티 입주예정자들을 중심으로 '에코델타동' 찬성 움직임도 강하게 일고 있다.

이와 더불어 관할 지자체인 강서구는 최근 '우리마을 명칭은 우리가, 에코델타동 명칭 찬성'이란 제목의 보도자료를 내고 주민 의견을 대변하며 공식적으로 '에코델타동'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냈다.

에코델타시티 발전연합회 이선빈 대표는 "우리 마을 이름을 우리가 결정하는 일은 당연한 일"이라며 "글로벌 시대에 외래어라고 해서 무조건 배척하는 것은 시대 퇴행적인 인식"이라고 말했다.

부산 강서구도 "주민들의 찬성 여론이 외부 시민단체의 반대 여론에 밀려 자칫 법정동 신설이 좌절되면 이에 대한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에게 돌아간다"며 "차질 없이 법정동이 신설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힘을 보탰다.

에코델타시티 발전연합회는 4월 중 아파트 단지별 대표(8명)와 긴급대책회의를 개최해, 에코델타동 법정동 신설을 위해 여론전에 본격적으로 뛰어든다는 계획이다.

부산 에코델타시티 스마트빌리지 [국토교통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에코델타시티 입주를 앞둔 김모(39)씨는 "부동산 가격 때문에 에코델타동을 찬성하는 것만은 아니다"며 "친환경 스마트 신도시를 상징할 수 있는 한글 명칭은 없다"고 말했다.

예비 입주자 이모(44)씨 "에코델타시티로 불리면 됐지 동 이름까지 에코 델타를 붙여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며 "괜히 주민들이 몰상식한 사람들로 비판받는 것 같고 도시 이미지에도 악영향을 미칠까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행정안전부는 오는 6월 부산시가 접수한 '에코델타동' 법정동 신설 승인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handbrother@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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