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일부 학교서 아직도 장애인 외면…대피훈련 배제 및 현장체험도 소외

김샛별 기자 2024. 4. 20.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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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인천에서 초등학교를 다니는 A군(12)은 재난대피훈련에 참여해 본 적이 없다. 휠체어를 타기 때문에 계단으로 내려가지 못해서다. 이론 교육 때도 교사들은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이용하라고 가르치는데 계단을 내려가지 못하는 A군에게는 답답한 소리일 뿐이다. 불이나 지진 등 재난이 닥쳐오면 어떻게 대피해야 할지 걱정이다.

#2. 뇌병변 장애 학생 B양(13)은 지난해 5월 학교에서 친구들과 함께 경복궁으로 현장체험학습을 갔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계단으로 다니는 친구들과 동선이 맞지 않아 혼자 움직여야 했고, 식당에는 휠체어가 들어갈 수 없어 밥도 혼자 먹었다. 친구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싶었지만 소외감만 느끼고 돌아와야 했다.

20일 장애인의 날이 제정된 지 44년이 지났음에도 인천 장애 학생들은 여전히 학교생활에서 최소한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훈련에도 제외되고 있어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0일 교육부 특수교육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인천 특수교육대상 학생은 2021년 6천541명, 2022년 7천67명, 지난해 7천648명으로 해마다 꾸준히 그 수가 늘고 있다. 그러나 이 학생들은 재난대피훈련이나 현장체험학습을 비롯한 각종 행사에 자유롭게 참여하지 못하고 있다.

재난대피훈련이나 교육은 교육부 학교현장 재난유형별 교육훈련 매뉴얼을 바탕으로 각 학교들이 구성한다.

교육훈련 매뉴얼에는 장애 유형별로 유의사항이나 대피 방법 등을 따로 안내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실제 몸이 불편한 장애 학생들은 특수학급에 내려가 있거나 교실에 혼자 남아 기다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중학생 자녀를 둔 C씨는 “재난대피훈련이나 교육은 대피하기 힘든 장애 학생들에게 더 필요한 것 아니냐”며 “비장애 학생들에게 장애 학생들과 함께 대피하는 방법을 교육해도 모자랄 판에, 훈련에서 제외하다니 참을 수 없다”고 울분을 토로했다.

현장체험학습이나 수학여행도 장애 학생들에게는 먼 나라 이야기다.

일정이 나오면 담임교사가 학부모에게 아이와 함께 갈 수 있는지를 묻거나 활동이 장애 학생과 맞지 않다는 이유로 가지 않도록 설득하는 경우가 많다.

어렵게 간다고 하더라도 시설이 갖춰지지 않은 곳이면 친구들과 떨어지거나 활동에 참여하지 못하고 기다려야만 한다.

시교육청이 특수학교 대상 재난대피훈련을 마련하고 현장체험학습 시 봉사활동인력 지원 등 방안을 마련했지만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재난대피훈련이나 현장체험학습은 학교에서 계획한다”라며 “준비 단계부터 장애학생 지원 방안 등이 반영될 수 있도록 각 학교에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김샛별 기자 imfin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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