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플라스틱 재활용률 5%… 지구 지킨다는 거짓말에 속지 마라

곽아람 기자 2024. 4. 20.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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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저널리스트의 폐기물 산업 추적

웨이스트 랜드

올리버 프랭클린-월리스 지음|김문주 옮김|RHK|480쪽|2만4000원

“재활용이 실제로 하는 역할 한 가지는 쓰레기를 버린다는 소비자의 죄책감을 달래준다는 점이다. 물건이 재활용됐다거나 재활용 가능하다고 본다면 우리는 그 물건을 사면서 기분이 더 좋을 수 있다. 다만 그 라벨에 적힌 주장이 진짜인지 아닌지 알 방법이 없다.”

이 책의 주제는 이 세 문장에 요약돼 있다. 영국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첫딸을 낳고 일회용 기저귀와 물티슈 등 엄청난 쓰레기가 나오는 걸 보며 이런 생각을 하게 됐다. ‘내가 버린 쓰레기는 어디로 가는 걸까? 재활용 가능 라벨이 붙은 요구르트 용기며 택배 상자는 정말로 재활용되고 있는 걸까?’ 저자는 이 의문에 대한 답을 찾아 인도, 미국, 가나 등 전 세계 폐기물 처리장을 누빈다. 우리가 버리는 모든 자재 가운데 펄프는 순환율이 가장 높다. 영국에서는 종이와 포장재의 80%가 재활용된다. 폐기된 택배상자는 여러 단계의 가공 과정을 거쳐 마침내 다시 택배상자로 부활할 수 있다. 고철과 유리도 재활용이 순탄하게 이루어지는 자재다. 전 세계적으로 매년 6억3000만t의 고철이 재활용된다. 폐차 처리 후 금속의 99%는 재활용되고, 채굴한 구리 가운데 80%는 여전히 유통되고 있다. 영국에서 유리 폐기물의 4분의 3은 새로운 병이나 섬유유리, 또는 다른 자재로 재활용된다. 문제는 플라스틱이다.

플라스틱 용기에 흔히 붙어 있는 화살표로 된 삼각형 라벨은 ‘국제 수지 식별 코드’라고 불린다. 삼각형 가운데 적힌 숫자는 쓰레기 처리업자가 제품이 무슨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졌는지 쉽게 알아볼 수 있게 도와주는 역할을 하려 만들어졌다. 그렇지만 저자는 이 코드를 ‘쓰레기’라 단언한다. 쓰레기 처리업자들은 컨베이어 벨트 위를 휙휙 지나가는 수천 가지 라벨을 확인할 시간이 없고, 소비자들은 헷갈린다는 것이다. 소비자 대부분은 숫자 코드가 붙어 있다면 무조건 재활용이 될 거라 잘못 생각하지만, 보통은 플라스틱 숫자 1번에서 4번까지만 가능하다. 결국 이는 실제로 재활용되지 않았는데 물건이 재활용됐거나 재활용 가능하다 보는 ‘위시사이클링(wishcycling)’을 불러온다.

플라스틱 재활용에서 가장 큰 문제는 재활용이 얼마나 이루어지는지 제대로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미국에서 소비 후 플라스틱의 진짜 재활용률은 5%에 지나지 않으며, 미국 환경보호청에서 추정하는 것보다 거의 40%가 낮다. 재활용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건 페트와 HDPE(고밀도 폴리에틸렌)뿐이며 나머지의 재활용률은 아주 미미해 거의 없다시피 하다. 비닐봉지와 필름은 재활용할 수 있지만, 기계에 걸리거나 막힐 수 있어 기업들은 이를 피해 왔다. 상점 내 재활용 코너에 비닐봉지와 필름을 반납하는 최근의 유행은 ‘그린워싱(Greenwashing·위장 환경주의)’의 대표적인 사례다. 이들 대부분은 매립장이나 폐기물 에너지 공장으로 보내진다.

제3세계의 개발도상국은 서구 선진국들의 ‘쓰레기 하치장’이 된다. 1980년대 심각한 쓰레기 문제에 직면한 서구 국가들은 쓰레기들을 해외로 수출했다. 플라스틱, 옷가지, 마분지 등 한때 EU가 수출한 폐기물의 85%가 중국으로 향했다. 2018년 중국이 환경오염 문제로 폐기물 금수조치를 실시하자 동남아와 아프리카 등이 그 역할을 떠맡게 됐다. 가나의 수도 아크라에 있는 칸타만토 중고 의류 시장이 대표적인 예다. 서아프리카에서 가장 큰 중고의류시장인 이곳에선 매주 1500만 벌의 의류가 거래된다. 한때는 빈티지 명품들도 간혹 섞여 있곤 했지만, 패스트 패션이 융성하고, 리세일 시장이 활성화되면서 ‘기부’라는 미명 아래 피 묻은 속옷 등 자신도 입지 못할 쓰레기 수준의 옷들을 ‘버리는’ 행위가 성행한다. 저자는 “다른 국가에 폐기물을 안겨주는 것은 착취의 행위, 심지어는 지배의 행위”라며 환경 운동가들이 만들어 낸 ‘유독성 식민주의’라는 개념을 소개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명확한 주제의식 아래 촘촘하게 쓰인 이 책의 결론에서 저자가 내미는 해결책은 의외로 단순하다. 재활용이 가능하니 낭비가 아니라며 스스로를 속이지 말고, 물건을 덜 사라는 것이다. 저자는 바느질을 배워 찢어진 옷을 수선하고, 필수품이 아닌 물건은 가능한 한 적게 사는 삶을 실천하고 있다. 신중하게 소비하는 것. 그것이 쓰레기로부터 지구를 지킬 수 있는 가장 쉽고 빠른 행위다. 오는 22일은 ‘지구의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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