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의 재활용품, 저개발국의 ‘쓰레기 바다’로
뉴델리 쓰레기산, 65m 높이 넘어
넝마주이 5000명… 사망 다반사
英, 가나 등으로 39만t 헌옷 수출
‘피 묻은 속옷’ 등 40% 곧장 버려져
저자 “헌옷 기부, 쓰레기 전가 행위”
웨이스트 랜드/올리버 프랭클린 월리스/ 김문주 옮김/ 알에이치코리아/2만4000원
새벽배송된 주문 상품에서 플라스틱 포장지를 겹겹이 벗겨 알뜰하게 분리수거하면서, 멀쩡하지만 입기 싫은 옷을 수거함에 넣으면서 우리는 죄책감을 던다. 적어도 쓰레기를 막 버리지는 않았다는. ‘이게 제대로 재활용될까, 헌 옷들은 어디로 갈까’하는 의문이 들 수도 있다. 깊이 고민할 시간은 없다. 사는 건 늘 바쁘고, 쓰레기는 끊임없이 우수수 쏟아진다.
이 쓰레기산에서는 약 5000명이 넝마주이로 일한다. 저자는 “(쓰레기산의) 비탈이 시작되는 근처에는 … 타르 색깔을 한 침출수가 쓰레기 사이로 개울을 이루고 있었고, 그 물은 언덕을 따라 플라스틱이 흩뿌려진 먹물처럼 검은 저수지로 흘렀다”고 묘사한다.
쓰레기산의 길 양쪽에는 버려진 쓰레기들이 으스러지고 눌리면서 생긴 ‘쓰레기 퇴적암’이 있다. “도자기 조각, 의자, 면도기, 장난감 등이 뭐라 표현하기도 역겨운 갈색 더께로 버무려져 마치 하나의 거대한 자본주의 파르페가 됐다.” 쓰레기산에서는 산사태가 발생하곤 한다. 2017년 전 세계에서 쓰레기 매립장 붕괴로 숨진 이들은 150명에 달한다.
재활용 쓰레기라고 크게 운명이 다른 건 아니다. 세계 직물의 12%는 제품을 만들기도 전에 버려진다. 만들어진 모든 옷의 25%도 결국 팔리지 않는다. 2018년 H&M은 팔리지 않은 재고를 43억달러어치 보유하고 있고 대부분은 수출하거나 소각할 예정이라고 인정했다.
패스트패션의 유행으로 칸타만토에 들어오는 의류의 질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연구에 따르면 이곳에 도착한 의류의 40%, 주당 600만벌의 의류는 곧장 쓰레기가 된다. 이 지역의 폐기물 수거 책임자인 솔로몬 노이는 “피 묻은 속옷이랄지, 병원 강당에서 나온 쓰레기라니. 그 누가 사겠어요?”라고 반문한다.
직물 폐기물이 최근 몇 년간 무섭게 쏟아지면서 근처 매립장은 두 손을 들었다. 30∼40년은 걸려야 채워질 매립장이 3년도 못 돼 다 찼다.
화재로 이 매립장은 폐쇄됐고, 이후 옷 쓰레기들은 ‘그냥 투기장’ 수준인 다른 매립장으로 갔다. ‘쓰레기 투기장’에서 나온 침출수는 강과 지하수를 오염시켰다. 수돗물을 그대로 마실 수 없어지자 병에 든 생수를 사야 했다. 생수의 플라스틱은 배수로를 막고, 배수로가 넘치니 또 다른 쓰레기 위기가 벌어졌다.
가나가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대책은 중고 수입을 금하는 것이다. 2016년 케냐, 르완다 등 동아프리카 공동체는 섬유산업을 소생하기 위해 중고 의류 수입을 금하려 했다. 미국은 이 조치가 미국의 일자리를 위협한다며 무역제재를 가하겠다고 했다.
저자는 이 같은 ‘쓰레기 제국주의’를 전하며 “(헌 옷) 기부는 구원을 위함이 아니다. 기부는 우리 대부분에게 너무나 현대적인 골칫거리, 즉 물건을 너무 많이 갖고 있다는 문제를 다른 누군가에게 떠넘기는 간단한 방법일 뿐”이라고 꼬집는다.
책은 이외에도 코카콜라나 브리티시 페트롤리엄 같은 기업들이 쓰레기 문제에 대한 비난을 피하려 어떻게 교묘하게 재활용을 장려했는지 고발한다. 또 각국이 쓰레기 재활용률을 부풀리는 방법, 삼각형 화살표와 숫자로 이뤄진 플라스틱 재활용 라벨(국제 수지 식별 코드)이 ‘쓰레기’인 이유를 알려준다.
송은아 기자 se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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