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조주택의 기초, 터파기부터 철물 설치까지

매거진 2024. 4. 19.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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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목수 강팀장의 목조주택 셀프 감리 가이드 2편

목조주택은 어떻게 지어야 할까. 건축주는 무엇을 해야 할까. 제주에서 목구조 전문 빌더로 활동하는 강팀장이 내 집을 더 똑똑하게 마련하기 위한 목조주택 셀프 감리 노하우를 공유한다.


이번 호에서는 실무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 목조주택 기초공사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시공자에게는 작업 시 지켜야 할 사항을, 건축주에게는 무엇을 점검(감리)해야 하는지 파악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옛날 기와집도 땅 위에 바로 기둥을 올려놓지 않고 주춧돌을 놓았다. 현대의 북미식 목조주택도 마찬가지다. 콘크리트 기초 위에 목조주택 골조를 세우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구조목을 땅에서 올라오는 습기와 표면에서 튀는 빗물 등 수분으로부터 보호하고, 자연상태의 벌레나 부패 미생물로부터 일정한 거리를 둬 건축물의 구조적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함이다.

기초공사는 대략 [1. 터파기] - [2. 자갈 깔고 다지기] - [3. 비닐 깔고 다지기] - [4. 거푸집, 철근 작업] - [5. 전기·설비배관 작업] - [6. 콘크리트 기초 타설] - [7. L-앵커 및 기타 철물 설치] 순서로 진행하게 된다. 이 순서에 따라 점검 사항을 짚어볼 것이다.

1.
터파기

콘크리트 기초를 만들기 위해서는 주택이 놓일 자리만큼 땅을 파는 ‘터파기’ 공사를 해야 한다. 터파기 공사에서 유의할 점은 ‘얼마나 깊게 팔 것인가’다. 이 작업에는 비교적 명확한 기준이 있다. ‘동결심도’라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겨울이 되면 지역의 기후에 따라 땅이 일정 깊이만큼 얼게 되는데, 그 깊이 이상으로 터를 파야 한다. 이를 무시하는 경우 대지가 얼고 녹으며 땅속의 수분이 수축·팽창하는 과정에서 주택이 기울어질 수 있다.

우리나라의 동결심도는 지역별 데이터가 공개되어 있다. 주택을 짓고자 하는 지역의 터파기 깊이는 이 동결선보다 10㎝ 이상 내려가는 것을 권한다. 제주도처럼 땅이 얼지 않는 지역이라고 해도 지면에서 10cm 이상 파는 것이 좋다. 폭우나 지면 침하로 콘크리트 기초 밑부분이 드러날 수 있기 때문이다.

2.
자갈 깔고 다지기

자갈을 깔기 전에 터파기한 곳과 건물 내부 쪽은 포클레인이나 롤러로 충분히 다진다. 그 후 10㎝ 이상 두께에 자갈을 넣고 재차 다진다. 다지지 않으면 지면이 침하할 우려가 있다. 자갈을 까는 이유는 모세관 현상으로 지면의 습기가 올라오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이를 막지 않으면 콘크리트에 습기가 계속 공급되어 강도가 떨어질 수 있다. 지면을 단단하게 하는 부차적 효과도 있다.

3.
비닐 깔고 다지기

자갈 위로 비닐을 깐다. 비닐은 습기를 차단하면서 콘크리트를 타설할 때 레미콘(Ready mixed concrete, 자갈+모래+시멘트+물)이 자갈 밑으로 빠지면서 콘크리트 강도가 떨어지는 것을 예방한다. 오랜 세월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0.1㎜ 이상 비닐을 깔고 타설해야 한다. 비닐이 넓지 않으면 충분히 겹쳐 시공하거나 테이핑해 면적을 확보한다.

4.
거푸집 및 철근 작업

거푸집은 크게 유로폼을 활용하거나 합판 또는 구조목을 활용하는 방법이 있다. 어느 것이 낫다고 하기는 어렵고, 현장 상황에 맞춰 시공하면 된다. 유로폼으로 작업할 때는 버림콘크리트를 시공하고 그 위에 유로폼을 세운다. 콘크리트 상단 레벨 위치에 졸대를 대고 타설하면 비교적 레벨 잡기가 수월하다. 합판을 사용할 때는 원하는 기초 높이를 정해 그 위치까지만 합판을 붙여 레벨을 맞춘다.

콘크리트 기초 높이는 30㎝까지는 직경 10㎜ 이상 철근으로 단배근이 가능하다. 그 이상일 때는 2단으로 복배근 해야 한다. 다만, 현재 국내에서는 목조주택인데도 철근콘크리트 구조 주택을 시공할 때와 비슷하게 과한 철근 사용량을 보이곤 한다. 목조주택은 철근콘크리트 주택과 하중을 비교하면 같은 규모일 때 대략 1/6 정도다. 너무 과다한 철근 사용은 구조적 안전성 개선 이상의 건축비 상승 요인이 될 뿐이다. 기초 높이를 40㎝로 산정한다면 10㎜ 철근을 2단(복배근) 하는 것으로 충분한 강도를 유지할 수 있다. 이때 철근 사이 간격은 30㎝ 이하로 유지, 결속선으로 고정한다.

거푸집(유로폼) 작업된 현장.
13㎜ 철근과 규격표의 모습.
5.
전기·설비 배관 작업

전기 배관은 대지 내 철주(전봇대)에서 ELP관(파상형 경질폴리에틸렌 전선관)을 통해 건물 내 분 전반까지 지하 매설된다. 분전반에서 나뉘는 배관은 콘크리트 기초 내 각 외벽 자리마다 매설한다.
이렇게 만들어 놓으면 전기 배관을 공사할 때 스터드를 (옆으로) 많이 뚫지 않아도 되는 이점이 있다. 기초 내에서 배관은 CD관(합성수지제 휨 전선관)을 사용한다. 설비 배관은 양변기는 100㎜, 세면대와 싱크대, 샤워실은 75㎜ PVC관을 사용한다. 상세한 내용은 추후 전기·설비 파트에서 더 디테일하게 다룰 예정이다.

콘크리트 타설 전 전기 및 설비 배관이 놓인 모습
6.
콘크리트 기초 타설

기초 두께 : 콘크리트 두께는 지면에서 30~40㎝ 올라오게 타설한다. 그래야 지면으로부터의 습기나 우천 시 구조체로의 빗물 유입을 막아 구조목을 보호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동결심도가 20㎝인 경우, (지면 아래)30㎝+(지상)30㎝=60㎝ 두께로 타설한다. 단, 건물 하중을 받지 않는 건물 중심부는 15㎝ 이상으로 타설하면 충분하다. 기초가 너무 두꺼워지면 불필요한 건축비 상승으로 이어진다.

레미콘 성분표 : 레미콘 성분을 나타내는 지표는 크게 자갈 굵기, 호칭 강도, 슬럼프 세 가지다. 굵은 골재인 자갈 굵기는 25㎜, 시멘트 강도를 나타내는 호칭 강도는 24mpa 이상, 물 함유량을 가리키는 슬럼프는 150㎜로 하면 된다. 슬럼프는 규격화되어 있지만, 취급 회사마다 조금씩 다를 수 있다. 지역의 여러 레미콘 회사를 비교해 그 중간값으로 주문하면 실패를 줄일 수 있다. 레미콘은 운반 차량이 올 때마다 성분표를 받고 확인하면 된다.

실제 레미콘의 성분표.

콘크리트 기초 상단 레벨 : 목조주택 기초 공사에서 가장 중요한 공정이 바로 기초 상단 레벨을 맞추는 일이다. 국제 시공 매뉴얼에는 1인치(약 25㎜) 이내는 오차를 허용하고 있지만, 10㎜ 이내로 맞추는 것을 추천한다.
일부 현장에서는 콘크리트 기초 레벨이 맞지 않을 때 토대목 아래에 쐐기를 박고 벽체를 시공하기도 한다. 이런 경우 수년 내로 건물 외부나 내벽에 금이 가거나 방수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으며, 각종 하자의 원인이 될 수 있다.

기초와 토대에 사용되는 철물. 왼쪽부터 L-앵커, 마샤, 콘크리트스크류 앵커, 세트앵커.
마샤(MASA)가 설치된 모습.
*용융 도금 : 고온의 아연액에 담갔다가 빼는 방식의 도금으로 녹 발생에 저항력이 있다.

앞선 두 번째 사진은 ‘마샤(MASA)‘라는 미국 ‘심슨 스트롱타이’ 사의 제품이다. L-앵커의 기능을 보강해 건물을 더 강하게 결속시킬 수 있게 한 것이 특징이다. 특정 제품을 반드시 써야 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나라는 태풍이 잦은 지역이기 때문에 콘크리트 기초와 벽체 간에 결속력을 높여줄 수 있는 철물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홀다운(Holdown) 설치 : 콘크리트 기초와 구조목 사이의 결속력을 높여주는 홀다운은 기본적으로 바람이 심하고 태풍이 잦은 지역이라면 꼭 설치해야 하는 철물이다. 홀다운 철물은 보통 두 종류가 쓰이는데, 국내 환경에서는 그중 ‘타이홀다운(Tie Holdown)’을 추천한다. 우리나라는 북미와 다르게 바닥난방을 위한 방통 공사를 하는데, 그 토대 두께만큼 구조목이 두꺼워져 앵커의 결속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콘크리트 기초와 스터드를 바로 결속할 수 있는 타이홀다운이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미국과 캐나다에서도 일반 홀다운보다는 타이홀다운이 많이 사용되고 있다.

타이홀다운이 설치된 현장 모습.
일반 홀다운(왼쪽)과 타이홀다운(오른쪽).

공정 단락별로 건축주가 직접 점검할 사항을 소개했다. 이 규정을 충족할 경우만 다음 공정으로 넘어갈 수 있도록 가급적 건축 계약 시에도 위와 같은 조항을 넣으면 어떨까 한다. 시공자와 건축주가 함께 점검하고 논의하는 것이 중요하다. 북미에서는 250년 목조주택 역사를 통해 시공 매뉴얼을 발전시켜 왔다. 이번 연재를 통해 그 매뉴얼을 국내에 맞게 적용하면서 건축주가 스스로 검증하는 방법을 공유하고자 한다. 콘크리트 집과 달리 목조주택은 보이지 않는 벽 속과 지붕 속이 중요하다. 시공 현장에서 어떻게 시공되는지 점검할 것을 강력히 권한다. 다음에는 콘크리트 기초와 구조목이 처음 만나는 머드씰(토대) 공정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기초 공사 연결 영상

글과 그림_ 강팀장

인테리어 목수 생활 중 우연히 접한 책을 읽고 목조주택 우수성을 깨달아 직업을 전환, 목조건축학교 졸업과 캐나다 ‘수퍼-E’ 연수까지 마치고 수십 년째 카펜터의 삶을 살고 있다. 현재 목조주택 전문 시공회사 대표이자 시공팀장으로 제주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건축은 현장에서 이루어지므로 회사 대표보다는 “강팀장”으로 불리기를 바란다. jejucarpenter@naver.com

구성_ 신기영
ⓒ월간 전원속의 내집 2024년 4월호 / Vol.302 www.uuj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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