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럽지 않게 만들었다” ‘종말의 바보’ 유아인 논란 딛고 공개 [종합]

[뉴스엔 글 이민지 기자/사진 이재하 기자]

"공개가 안 된다면 이상한 작품"

넷플릭스 시리즈 '종말의 바보' 제작발표회가 4월 19일 오후 서울 용산구 몬드리안 서울이태원에서 진행됐다.

'종말의 바보'는 지구와 소행성 충돌까지 D-200, 눈앞에 닥친 종말에 아수라장이 된 세상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함께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사회 현상의 이면을 특유의 깊이있고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일본의 대표작가 이사카 코타로의 소설 '종말의 바보'를 원작으로 하며 '인간수업', '​마이 네임' 등 다양한 장르에서 섬세하고 노련한 연출 내공을 과시했던 김진민 감독과 '밀회', '풍문으로 들었소' 등 현실에 대한 신랄한 묘사와 탄탄한 필력을 선보여온 정성주 작가가 의기투합했다.

김진민 감독은 "처음 원작과 정성주 작가님 글을 받았을 때 독특한 디스토피아물이라고 생각했다. 디스토피아를 향해 가는 드라마이다. 그 안에서 펼쳐지는 생존을 위한 투쟁이라기 보다 디스토피아, 종말을 맞이하게 됐을 때 너는, 나는 어떻게 살거냐고 묻는 작품이었다. 연출자로서 욕심이 났었다. 각각의 캐릭터들이 '저 중 내 모습이 있을거야'라는 느낌이 있었다. 잘 만들고 싶다는 느낌이 드는 작품이었다. 생존 투쟁으로 가는 작품은 많으니까 시청자분들이 다르게 보시면서 '저런 생각을 할 수 있겠구나' 하는 또다른 공감대가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공개 후 다양한 반응을 보여주시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제작사와 넷플릭스에서 기획했고 정성주 작가님도 같이 참여하셨다. 원작은 지구 전체가 멸망한다는 쪽에 가까운 이야기였는데 내가 작가님을 처음 만났을 때 '원작과 설정을 다르게 가셨다. 한국과 중국, 일본 일부가 가장 큰 피해를 받는 설정'에 대해 물었는데 작가님께서 '다 죽으면 드라마가 있을까요?'라고 위트있게 대답하셨다. 팬으로서 같이 하고 싶었던 작가님이었는데 그 대답 속에 여러가지가 들어있다 생각했다. 씨줄, 날줄을 잘 엮어두셨을테니 그걸 따라가면 되지 않을까 했다. 드라마를 잘 쓰는 분의 깊은 속내가 있는 대답이라 생각했다. 기획을 아주 훌륭하게 비틀었다는 느낌이 든다"고 원작과의 차별점을 이야기 했다.

그는 "히어로물이 아닌 건 아니다. 나오는 모든 사람들이 영웅이다. 도망가지 못한, 도망가지 않은 선택을 한 사람들의 이야기다. 지구를 구하는 영웅들의 이야기가 아닌데 스스로를 구원하거나 내가 함께 했던 사람들과 끝까지 같이 가는 것을 선택한 사람들이야말로 영웅일 수 있다 생각한다. 한명 한명의 이야기가 뜻깊고 가치있고 존중해줄만하다. 인간으로서 품위를 지키는 행동인 것 같기도 하다. 드라마가 거칠고 오락적인 요소가 많아지면서 영웅을 중요하게 보는데 이 드라마에서는 소소한 것 같지만 마음에서는 큰 영웅들이 나오는 드라마라 생각한다. 그렇게 봐주시는게 내 조심스러운 바람이다"고 설명했다.

'종말의 바보'라는 제목에 대해 김진민 감독은 "기획을 비틀긴 했지만 원작과 비슷한 이야기가 많이 들어가있다. 어느 날 죽는다는 것을 아는 드라마와 영화가 꽤 있었는데 이건 그 시간까지 하루하루를 살아가면서 남은 시간 뭘 하고 싶고, 뭘 해야할 것 같고, 뭘 정리하고 되돌아봐야 하느냐 디테일이 있다. 무엇보다도 등장인물이 4살짜리 아이부터 내일 죽어도 힘들지 않은 노인까지 나온다. 모두에게 남은 시간은 똑같이 가치있고 소중하고 스스로에게는 축복받은 시간일 수 있다는 또다른 면을 디스토피아를 보여준다. 다양성이 존재하는 드라마라 차이점이고 재미가 될 것"이라며 "제목과 완전히 일치한다. 도망 못 갔다 생각하면 바보들이고 저렇게 죽음을 맞이하는게 바보같기도 한데 한편으로는 우리 마음이 원래 어떤 건지를 알려준다. 캐릭터들이 다 다른데 함께 많은 이야기를 한다. 종말의 천재 같기도 하다. 사실은 바보와 천재는 종말 앞에서 다 똑같아 지는 것 같다. 내가 했던 작품 중 가장 철학적인 작품이다"고 말했다.

안은진은 "대본을 처음 읽었을 때가 기억난다. 혼돈이 어렵게 지나간다고 느꼈는데 엔딩 장면이 너무 인상 깊어서 그것 때문에 가슴이 두근거렸던 기억이 난다. 이번에도 엔딩 장면이 큰 울림을 주더라"고 출연 결심 이유를 밝혔다. 전성우는 "종말 앞에서 여러 인간 군상이 나타난다. 그런 걸 담은 대본이라 굉장히 매력적이었다. 우리의 정서가 담긴, 우리 주변에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담은 작품인 것 같아서 매력적이라고 느꼈다"고 말했다. 김윤혜는 "혼란스럽고 처절한 상황인데 보편적인 사람들의 이야기가 공존하는게 매력적이라 느꼈다. 모든 캐릭터가 입체적이었기 때문에 대본을 봤을 때 너무 하고 싶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안은진은 소행성 사태 발발 후 시청의 아동청소년부에서 자원봉사를 하며 위험에 빠진 아이들을 지키는 중학교 교사 진세경 역, 전성우는 예견된 종말 앞에서 사라진 주임신부를 대신해 신도들을 보살피는 보좌 신부 우성재 역, 김윤혜는 전투근무지원대대 중대장으로 보급 수송과 치안 유지를 위해 폐허가 된 웅천시 곳곳을 누비는 강인아 역을 맡았다.

안은진은 "세경이는 종말을 앞둔 상황에서 단 하나만 마음에 품고 있다. 아이들을 지켜야 한다. 그 마음을 품고 미묘하게 변화하는 인물이다. 때로는 걱정을 끼치기도 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없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하기도 하지만 세경이에게는 아이들을 지켜야 한다는 마음이 있다. 아이들에게 마음을 쏟고 아이들과 종말을 맞이하는 어떤 선택을 하는 인물이다"고 소개했다. 이어 "상상을 많이 하면서 대본을 읽었는데 개인적으로는 내가 살고 싶다는 마음이 들 것 같은데 세경이는 아이들의 시신을 봤을 때의 트라우마가 크기 때문에 마지막까지 하나의 목표를 향해 달라가는 캐릭터"라며 "평범한 인물에게 사명이 될 수 밖에 없는 캐릭터"라고 말했다.

전성우는 "우성재는 종말을 앞둔 상황에서도 신념을 가지고 있는 신부님이다. 성당과 성도들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맡은 바 책임을 다하는 인물이다"고 캐릭터를 설명했다. 그는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만드는 그 사람의 캐릭터 아닌가. 그냥 본분에 최선을 다하면 그거에 맞게 바라봐주시는 모습이 또 한명의 신부이고 사람 아닐까 생각하며 접근했다"며 "실제 신부님들을 뵙고 그분들의 생활, 규칙, 규율을 조사했다. 평소 어떤 행동이나 태도를 많이 봐서 내 것으로 입혔다. 자연스럽게 행동해도 신부님처럼 보일 수 있게 노력했다"고 밝혔다.

김윤혜는 "전투근무지원대대 중대장 역이다. 인아는 우직하고 책임감이 강한 친구다. 사랑하는 친구 세경이를 지키겠다는 목표도 확실하고 살아남은 사람들을 지키겠다는 목표도 확실히다. 강단있는 모습이 매력적인 친구"라고 말했다. 이어 "경례 연습도 열심히 했고 헤어스타일에서 단단하고 묵직한 모습을 표현하고 싶어서 투블럭을 해봤다. 아무래도 군대를 경험해보지 못했기 때문에 자료도 찾아보고 다큐도 찾아봤다"고 말했다.

"실제로 200일 후에 종말이 온다면?"이라는 질문에 안은진은 "우리가 이 작품을 찍을 때 실제로 그런 이야기를 많이 했다. 결론은 똑같이 일상을 살 것 같다는 거였다. 대신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표현을 좀 더 많이 하고 가족과 시간을 함께 보내면서 매일을 살며 맞이하지 않을까 이야기 했다. 우리 작품에서도 각자 종말을 앞두고 어떻게 살아가는지가 나오는데 그 모습이 일상적일 때, 희망을 볼 때 개인적으로 뭉클하더라. 나는 열심히 일상을 살겠다"고 밝혔다. 전성우 역시 "나도 비슷한 생각을 하게 되더라. 과연 나에게 단 200일이라는 시간이 남으면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행동을 할까. 결론은 그냥 그 순간을 즐기며 하루하루를 보내지 않을까 생각이 들더라. 200일이라는 시간이 오보일 수도 있는거니까 대비한다 해도 내 인생이 그렇게 크게 바뀔 것 같지 않다. 그 순간순간을 재밌게 살려고 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김윤혜는 "나도 상상해봤는데 인아처럼 맞이하지 않을까 싶었다. 혼란스러운 상황이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힘들어할 때 나만은 무너지지 않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켜주고 책임감 있게 돌봐주지 않을까 싶더라. 너무 혼란스러워하지 말고 긍정적으로 살 수 있게 옆에서 보듬어주지 않을까"라고 추측했다. 김진민 감독은 "나는 아이가 있으니까 애는 어떻게 살릴 수 없나를 궁리할 것 같다. 일은 당장 그만둘테니까 하루하루를 천천히 살지 않을까. 천천히 살다가 뭐가 떨어지면 쳐다보고 있을 것 같다"며 웃었다.

김진민 감독은 또다른 캐스팅에 대해 "아무래도 아이들이 눈에 띌 거다. 아이들이 3명이 나오는 앙상블 때문에 오디션을 오래 봤는데 저 세명이 마지막날 쪼로록 나타났다. 원래 저 나이 설정이 아닌데 작가님께 저 세 아이가 너무 잘 어울리니 학년도 바꿔서 저 아이들과 작업하는게 좋겠다고 했다. 작가님이 바로 그렇게 하자고 하시더라. 저 아이들이 드라마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저 아이들과 매일매일 하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저들에게 남은 시간은 다른 어른들에게 남은 시간과는 전혀 다른 의미가 될건데 저 아이들의 행동이나 이야기가 거짓말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생각했다. 작가님이 잘 써주셨다. 아이들을 드라마를 끌고가는 축으로 놓는데 굉장히 신경썼다. 아역들과 함께 한 모든 순간이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이어 "또 개인적으로는 우리나라에서 오랫동안 드라마와 영화를 이끌어오셨던 선생님들이 기꺼이 참여해주셨다. 삶과 대본에 대한 이야기, 연출로서 많은 지도편달을 받았던 기억이 있다. 한 신 한 신 찍으며 이렇게까지 행복한 적이 있었나 싶었다"며 감격을 드러냈다.

그는 "미술 감독님, 의상 실장님과 이야기 하면서 디스토피아물이 아닌 디스토피아물이라고 시작했다. 세상이 이 지경이 되면 폭동이 났을 텐데 어떤 일이 일어났다가 사람들이 잠잠해졌을까. 그 흔적이 어떻게 남았을지, 살아가는 공간을 어떻게 설정할지 굉장히 많이 고민했다. 결국 공간을 찾아내면서 해결했다. 드라마의 배경인 웅천시와 다가오지 않은 2025, 2026년이라는 배경, 이 마을을 어떻게 찾아서 이야기를 뻗쳐나갈 것인가를 굉장히 염두에 뒀다. 초반에 헌팅했던 장소와 전혀 다른게 나타나서 그때 이 드라마가 운이 좋다, 복 있는 작품인가보다 생각했다. 보시면서 '말 되네'라는 느낌을 받으시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종말의 바보'는 당초 지난해 공개 예정이었으나 주연 배우 유아인의 마약 투약 혐의로 공개가 연기된 바 있다.

김진민 감독은 "넷플릭스에 '할거예요?' 여러번 물었고 '모르겠다'는 대답을 여러차례 들었다. 잊어버렸다가 다시 한다고 해서 놀랍기도 하고 반갑기도 했다. 한 번도 이 작품이 공개 안 될거라 생각하진 않았다. 공개 안 될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 아인씨 이슈가 아니라 이 작품이 공개가 안 된다면 나는 좀 이상하게 생각했을 것 같다. 배우 한명의 문제가 아니라 충분히 열심히 만들었고 여러분들이 보시면 돌을 맞을 작품은 아니라 생각한다"고 솔직히 말했다. 그는 "부끄럽지 않게 만들었다. 이 작품의 주인은 모든 배우와 스태프와 시청하시는 분들이다. 그 분들이 함께 할 수 있는 만큼 열심히 했고 함께 할 수 있게 된 운명을 맞이한게 '종말의 바보'다"고 밝혔다.

이어 "이게 대답이 될 지 모르겠는데 초반 편집을 3부 정도까지 했을 때 그 이슈가 나왔다. 처음에는 그렇게 복잡하지 않아서 지나가겠거니 했�f네 내 마음대로 문제가 흘러가지 않더라. 그 와중에 넷플릭스 이기호 프로듀서에게 편집을 다시 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하려던 참이었기도 하다. 편집하면서 다른 부분을 이해하게 돼서 앞 부분을 손보고 싶었다. 넷플릭스가 앞부분 편집하면 감독한테 이후 손을 못대게 한다. 솔직히 말하면 핑계가 생긴거다. 아인씨 이슈로 편집을 해야했다. 시청자들의 불편을 최소화 해야 하니까 그래서 차라리 잘 됐다 생각했다. 분량도 손댔다. 하지만 네 명의 친구라는 큰 축이 있어서 다 없앨수는 없었다. 양해 부탁드린다. 많이 불편하시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다 만족시킬 수 있을만큼, 납득시킬 수 있을 만큼 노력했다. 스토리텔링에 지장되지 않는 선에서 분량이 조정됐다. 필요한 부분은 쓸 수 밖에 없었다는 걸 양해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종말의 바보'가 기다림 끝에 전세계 시청자들과 만나게 된 상황. 안은진은 "굉장히 기대하고 있다. 오래전에 합심해서 열심히 찍은 작품이라 세상에 선보인다는 마음이 굉장히 기대된다. 결과는 시청자분들이 사랑해주셔야 하는건데 재밌게 봐주셨으면 하는 마음이 크다. 잘 부탁드린다"고 인사했다. 전성우는 "전세계라는 단어가 너무 낯설어서 체감되진 않는다. 아직까지는 무덤덤한 척 하고 있는데 안으로는 너무 떨리고 많이 기대되기도 한다. 나는 기쁜 마음으로 재밌게 본 작품이라 많은 분들이 사랑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김윤혜는 "체감도 실감도 안 난다. 작품 하면서도 그렇고 보면서 꼭 많은 사람들이 봐주셨으면 좋겠다 생각했는데 그렇게 될 수 있게 돼 기쁘고, 떨린다. 많은 분들이 보시고 위안을 얻고 희망도 얻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관전포인트를 공개했다. 안은진은 "옹천시민 한명 한명 들여다보면 종말 앞에서, 죽음 앞에서 삶을 이렇게 선택하는구나를 볼 때 큰 울림이 있더라. 나는 어떨까 생각하면서, 내 주변 사람들을 돌아보게 되는 작품일 것 같다. 개인적으로 좋았던 부분이 많았다. 함께 보시면 마음이 동하실거라 생각한다. 200일 남은 웅천시민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잘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전성우는 "기대되는 작품이고 이 작품을 준비하면서, 촬영이 끝난 후 이 작품이 어떤 의미로 다가갈까 생각했을 때 계속 떠오르는 말이 '시작과 끝'이었다. 끝이 정해진다면 어떤 삶을 살 수 있을까 생각이 들면서 나라면 어떨까도 생각했다. 내 또다른 모습을 생각하면서 볼 수 있는 작품이라 흥미로운 작품 아닐까 생각한다. 많은 분들이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김윤혜는 "같은 상황에 각자 다른 대처를 한다. 현실적이기도 하고 이해가 가지 않는 인물이 없었던 것 같다. 많은 분들이 보시면 현실적이고 마음이 더 가는 인물들이 생길 것 같은데 그런 부분에 집중하시면 '사람이구나. 이게 살아가는거구나'를 느끼실 수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김진민 감독은 "드라마를 찍다가 죽겠는데 생각하게 되는 작품이 있는데 이 드라마는 다섯번쯤 했다. 다 끝나고 이 순간은 굉장히 행복하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한편 '종말의 바보'는 오는 26일 공개된다.

뉴스엔 이민지 oing@ / 이재하 ru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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