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덕의 국밥기행6, 여수 나진국밥

2024. 4. 19.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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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수 나진국밥을 찾아 간 것은 순전히 우연이었으며 행운이었다.

차로 다섯 시간을 넘게 달려 찾은 나진국밥은 바닷가 한가로운 시골 마을에 있었다.

국밥 한 그릇을 비우는 동안 시나브로 처음과 끝 맛이 다르게 느껴지는 것이 나진국밥의 매력이다.

나진국밥이 위치한 여수시 화양면은 바닷가 바로 옆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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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수 나진국밥을 찾아 간 것은 순전히 우연이었으며 행운이었다. 국밥을 목적으로 하지 않은 출장길에 만났다. 지역 주민이 알려준 식당이 그렇게 유명한 식당일 줄이야. 차로 다섯 시간을 넘게 달려 찾은 나진국밥은 바닷가 한가로운 시골 마을에 있었다. 안으로 들어서면 노포의 분위기가 가득하다. 나진국밥은 한마디로 평양냉면을 닮았다. 첫 한 모금 먹어 본 국물 맛은 밋밋하다. 무슨 맛인지 다가오지 않는다. 마지막 남은 국물을 그릇째 들이켜고 나면 국밥이 참 실하고, 국물이 입에 붙는다는 느낌의 만족이 찾아온다. 국밥 한 그릇을 비우는 동안 시나브로 처음과 끝 맛이 다르게 느껴지는 것이 나진국밥의 매력이다. 

 여수시 화양면의 바닷가에 위치한 허름한 식당은 언제나 문전성시다. 아무리 유명 인사들이 다녀갔다고 한들 여기까지 와서 줄을 서서 국밥을 먹을 일인가 의아할 정도다. 그 의문은 국밥이 나오기 전 시킨 머리고기 수육 한 점을 초장에 찍어 입에 넣으면 사라진다. 입안에서 녹듯이 부드럽게 사라지는 수육의 맛을 보면 국밥에 대한 기대가 부푼다. 신선한 새우젓을 약간 넣고 들깨가루와 통깨를 잘 저어 고기 한 점과 콩나물, 시금치를 같이 먹은 다음 국물을 따로 떠 먹어보면 나진국밥의 전통에 취하고 사람들의 오랜 기다림의 이유를 알게 된다. 꼭 밥을 말아 먹어야 한다. 시간이 갈 수록 콩나물과 시금치가 뜨거운 국물에 익어가면서 부드러운 식감을 더해 주면 국밥은 조금씩 깊은 맛으로 변한다. 국밥에서 건져낸 고기를 들깨가루를 섞은 초장에 찍어 먹어 보고, 또 다른 부위의 고기를 건져내 이번에는 새우젓에 찍어 먹어 보면 나진국밥을 먹는 재미와 맛이 남다름을 알 수 있다. 데쳐서 나온 부추와 밭에서 금방 따온 것 같은 상추, 풋고추, 양파는 국밥만으로 지루할 수 있는 식감을 다양하게 느낄 수 있도록 도와준다. 가수 성시경은 국밥을 다 먹은 후 “국밥과 뜨거운 사랑을 나눈 것 같다”고 소감을 말했다. 국밥 한 그릇에 대한 찬사 중에서 최고다. 

 여수는 남도의 식도락이 넘치는 곳이다. 누군가 여수까지 내려가서 국밥을 먹을 일인가 되물을 수도 있다. 선어회, 게장, 새조개, 하모, 홍해삼, 갓김치, 갈치조림 등 일부러 여수를 가서 먹어야 할 음식이 많은데 국밥이라니. 하지만 나진국밥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바닷가 마을은 해산물이 넘쳐 났겠지만 힘을 쓰는 일을 해야 하는 어부들에게는 돼지고기가 제격이었다. 그 돼지고기의 머리를 푹 삶아서 수육으로 먹고 국밥으로 먹을 때 뱃일을 견디기가 수월했을 것이다. 나진국밥이 위치한 여수시 화양면은 바닷가 바로 옆이다. 식당 창문을 통해 바다가 보이고 창문을 열면 시원한 바닷바람이 뜨거운 국밥에 녹아 든다. 바다의 재료가 전혀 들어 있지 않지만 국밥에서는 바다 맛이 나는 듯하다. 그곳에 가면 햇살이 창문으로 들어와 국밥을 먹는 사람들의 볼이 반짝반짝 빛나는 평화로움이 있다. 그래서 나진국밥을 먹다 보면 식사를 한다는 느낌보다 외로움을 달래거나 사랑이 싹트는 행복한 시간으로 다가온다. 그만큼 맛있다.

 나진국밥은 점심 시간 위주로 문을 연다. 멀리서 온 사람들이 허탕을 치기 일수다. 재료가 떨어지면 문을 닫는데 고기를 삶아 준비할 수 있는 양이 한정적이라고 한다. 변하지 않는 맛을 유지하는 비결이다. 여수는 밤 바다의 조명 아래서 사랑을 나누며 낭만을 즐기기에 안성맞춤이다. 사랑하는 사람과 국밥을 먹으면서 사랑을 속삭이는 것도 낭만적이지 않을까?

 글/사진=양승덕(웰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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