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컷] 어느날 찾아온 장애... 이들의 두번째 인생
장애인의 날(4월 20일)을 앞두고 한 순간 사고나 질병으로 장애를 갖게 된 사람들을 만났다.
정부 인사혁신처의 신인교(46) 주무관은 지난 2008년 1월 스키장에서 스노보드를 타던 중 불안정한 착지로 갑자기 하반신 마비가 찾아왔다. 신 씨는 장애를 겪을 거란 생각은 꿈에도 해본 적이 없었다. 사고 직후 치료를 받던 병원에서 죽고 싶다는 생각까지 했다.
그러던 중 신 씨보다 마비가 더 심한 어린 환자들이 찾아와 자신을 위로하고 장애인으로 살아가는 방법을 하나씩 알려주면서 다시 살아갈 희망을 얻게 되었다. 이후 그는 휠체어테니스 선수, 강사, 모델 등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지체장애인도 많은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람이 됐다.
신 씨는 장애인이 되기 전 현대·기아차 연구소에서 실차테스트를 하던 연구원이었다. 하지만 현재는 휠체어를 타고 살면서 중앙부처 공무원이라는 두 번째 인생을 살고 있다.
신 씨는 자신처럼 후천적 장애인이 된 사람들에게 “저 또한 죽고 싶었던 시기가 있었지만 지금은 좋아하는 운동과 여행을 즐기며 산다”라며 장애를 가졌지만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분들을 보고 긍정적인 생각을 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갑자기 세상이 보이지 않았던 사람도 있다. 송영희(52) 사회적기업 엔비전스 대표는 베체트 증후군(Behcet’s Disease)이라는 희귀난치성 질환으로 고등학생 2학년 때 시각장애인이 됐다. 베체트 증후군은 원인을 모르는 면역반응으로 발생된 만성 염증으로 인해 심할 경우 실명 등이 되는 병이다.
송 씨는 시각장애를 얻고서 이전까지 살아온 모든 것들을 잊고 새로 시작했다. 그는 좌절하지 않고 본인과 비슷한 환경에 처한 사람들을 돕기 위해 노력했다. 그 노력의 일환으로 사회적기업을 직접 운영하며 회사직원 50여 명 중 35명은 장애인들이다.
송 씨는 국내 장애인 편의시설이나 정책 등은 과거보다 좋아졌지만 장애인을 대하는 인식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고 했다. 덧붙여 장애인에 대한 지원과 포용적 인식이 필요하다고 했다.
김보현(38) 씨도 치과대학을 졸업 후 레지던트 2년 차 때 양양에 서핑을 하다 장애가 찾아왔다. 허리를 접었다 폈다 하는 동작을 반복하다 갑자기 사고가 발생한 것. 발끝에 감각이 없어지더니 점차 허리까지 마비 증세를 보이며 장애인이 됐다고 했다.
병원에서 환자를 보던 의사가 하루아침에 병원 환자로 눕게 된 김 씨는 한동안 자괴감과 우울감에 빠져 살았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당시 2년 차 레지던트였는데 1년 더 쉬면 레지던트를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해서 후배보다 낮은 연차가 되기 싫어 빨리 복귀하기로 결심한 것도 있고, 그걸 원동력으로 삼아 다시 사회 구성원으로서 역할을 해내고 싶었던 이유도 있었다”라며 일상 복귀 이유를 밝혔다.
김 씨는 “장애인이 돼보니 우리 사회가 장애인에 대해 정말 모른다고 느낀다. 장애인을 치료의 대상으로 생각하거나 능력이 떨어진다고 판단하는 경우가 다반사”라며 “장애에 대한 인식이 바뀌어야 환경도 바뀐다. 그래서 현재 장애 인식 개선을 위해 자격증을 취득, 교육에 앞장서고 있다”고 했다.
이들은 누구든지 장애인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장애인에 대한 관심과 이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장애인개발원이 발표한 최근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장애인 약 265만 명 가운데 90%는 후천적으로 장애를 얻은 사람들이다. 고령화가 가속되는 현재 사고나 질병 등 고령화로 인해 장애인이 되는 비중도 늘어나는 추세다.
신인교 주무관은 “장애를 가진 후 복귀한 직장에서 휠체어를 탄 모습을 달가워하지 않는 상사와 동료들의 편견을 깨기 위해 엄청 노력했고, 현재는 직장 내에서 인정받으며 일하고 있다”고 했다.
송영희 대표도 “자신이 장애인이라는 것을 인정해야 새로운 인생을 살 수 있다”면서 “주변에서 도움을 줄 수 있는 다양한 곳을 찾아 최대한 많이 활용하길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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