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규 칼럼] 과일의 사회학

관리자 2024. 4. 19.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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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일 소비는 삶의 질을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이다.

그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한국인의 과일 소비량은 감소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통계에 따르면, 1인당 연간 과일 소비량은 2007년 67.9㎏으로 정점을 찍은 뒤 감소세로 돌아섰다.

2022년 한국인 1인당 과일 소비량은 55.0㎏으로 2007년에 비해 19%나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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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일 소비는 삶의 질을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이다. 영양학자들은 건강을 위해서 매일 일정량의 과일 섭취를 권장한다. 과일은 비타민, 미네랄, 식이 섬유, 항산화 물질 등 다양한 영양소를 함유하고 있다. 과일은 심장질환·대사증후군·변비 등을 예방하고, 면역체계를 강화하며, 노화 방지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나라마다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대개 하루에 2∼3차례 과일을 먹도록 권장하고 있다.

그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한국인의 과일 소비량은 감소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통계에 따르면, 1인당 연간 과일 소비량은 2007년 67.9㎏으로 정점을 찍은 뒤 감소세로 돌아섰다. 2022년 한국인 1인당 과일 소비량은 55.0㎏으로 2007년에 비해 19%나 감소했다. 반면 수입 과일 소비 비율은 늘고 있다. 1인당 연간 수입 과일 소비량은 12.3㎏으로 전체 과일 소비량의 약 22%에 달했다. 경제성장이 삶의 질을 견인하지 못하고 있는 지표다.

‘2022년 서울시 먹거리 통계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매일 과일을 1번 이상 섭취한 서울 사람은 28.8%였다. 일반적으로 과일은 교육 수준, 가구 형태, 소득 등과 같은 사회경제적 변수와 관련이 깊다. 앞의 조사 자료에 따르면, 하루 1번 이상 과일을 먹는다고 응답한 사람의 비율은 중졸 이하는 21.0%인 데 반해 대졸 이상은 30.6%였다. 또 1인가구 가운데 1번 이상 과일을 먹는 비율은 14.3%에 불과했다. 월소득으로 보면, 200만∼350만원 집단은 21.7%가 하루 1번 이상 과일을 먹는 데 비해 500만∼700만원 집단은 40.3%가 하루 1번 이상 과일을 먹는다고 응답했다. 심각한 한국사회의 먹거리 불평등 현주소다.

한동안 사과 가격이 큰 이슈가 됐다. 정부의 개입에 따라 다소 안정되긴 했지만, 여전히 높은 값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봄철 저온 현상과 여름철 집중호우 등으로 사과 생산량이 30% 이상 감소했다고 한다. 기후변화가 사과 생산에 중요한 변수라는 점은 분명하다.

하지만 사과 등 국내 과일 가격의 등락은 유통과정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일부 중간상인들의 사재기 논란을 차치하고서도 생산자로부터 소비자에게 이르는 복잡하고 불투명한 유통경로가 사과 소비자가격을 산지의 약 3배 정도 올린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정부는 농산물 가격이 상승할 때마다 전가의 보도처럼 수입을 해법으로 제시한다. 사과·배 등의 국내 과일 소비자가격이 올라가자 정부는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를 통해 직수입한 외국산 과일을 대형마트에 공급하기 시작했다. 바나나와 오렌지를 비롯 파인애플·망고 등을 주로 대형마트들을 통해 시중에 대량으로 풀고 있다.

수입 과일은 안전성 문제가 여전히 상존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수입 과일이라도 장바구니에 담긴 하지만 찜찜함은 어쩔 수 없다. 값싼 외국산 과일 수입은 국내 과일 가격의 하락을 낳고, 농민들의 경제적 어려움을 가중시킨다. 결국 국내 과일 생산체계를 불안정하게 만든다. 이런 일을 정부가 나서서 하는 것은 급한 불을 끄기 위함이다. 미봉책으로 문제를 덮으려 할 것이 아니라 유통구조 개혁을 포함한 근본적이고 중장기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국민들이 자기 땅에서 생산된 과일조차 맘껏 먹지 못한다면, 또 농민들이 마음 놓고 과일농사를 짓지 못한다면, 그것은 분명 잘못된 정치와 정책의 결과이다. 국민의 기본권인 건강을 위해 제 땅에서 생산된 과일 먹을 수 있는 나라가 좋은 나라이다.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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