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詩 읽기] 시인도 우나요?

관리자 2024. 4. 1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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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도 울어요?" 누가 물어서 "그럼요. 매일 울지요"라고 대답했다.

징징댄다는 표현은 그렇지만 사물과 세상을 향해 징징대며 웅얼거릴 일이 없다면 시인은 시 쓸 거리도 없다는 이야기다.

혹여 세상 사람들은 시인을 강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김상미 시인의 시 앞에서도 나는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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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도 울어요?” 누가 물어서 “그럼요. 매일 울지요”라고 대답했다. ‘눈물’에 관해 묻는 것 같았지만 ‘울음’에 대해 대답했다.

시는 우는 행위에 아주 가깝다. 징징댄다는 표현은 그렇지만 사물과 세상을 향해 징징대며 웅얼거릴 일이 없다면 시인은 시 쓸 거리도 없다는 이야기다.

혹여 세상 사람들은 시인을 강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세상일에 바르고 사람 일에 깔끔하다면 시가 찾아오지 않을뿐더러 오다가도 멀리 도망갈 것이다.

김상미 시인의 시 앞에서도 나는 운다. 피는 꽃 속에 신이 있고 지는 꽃 속에 사람이 있다니. 이 한줄에 흠씬 두들겨 맞은 사람처럼 핑계 삼아 속이 시원해지도록 운다.

꽃처럼 완벽한 사물이 세상에 있던가. 며칠 환하게 왔다가 훅하고 등을 돌려 뒤도 안 돌아보고 가버리면서, 지는 모습조차 아예 눈길을 주지도 말라고 단번에 선을 그어버리고 마는 꽃이라는 존재. 꽃의 색은 흰색임에도 흰색이 아니고 붉은색임에도 붉은색이 아닌 다른 차원의 광채를 보여준다. 그러니 나는 이생에 꽃이나 보자고 일부러 왔던가.

시인은 울면서 시 몇줄을 낳는다. 세상 모두를 가엾게, 안쓰럽게 여기지 않으면 그 몇줄조차 힘들다. 박태기꽃이 피고 황매화가 피고 있다. 머지않아 작약 피고 모란까지 피게 되면 그땐 울 힘이 남아나 있을런가.

시인은 황혼을 보고 울고 낙엽을 보고 운다. 시인은 그런 일을 하는 사람이다. 만약 아주 가끔이라도 울지 않는 사람이 세상에 있다면, 그 사람은 지상에서 시인과 가장 먼 거리에 있는 사람이다.

이병률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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