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의 뜰] 관광(觀光)

관리자 2024. 4. 1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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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노인회에서 인천 강화도로 관광을 갔다 오셨다며 서해안 김을 사오셨다.

관광(觀光)은 글자 의미 그대로 '빛(光)을 본다(觀)'는 뜻이다.

그 지역의 독특한 빛을 마음으로 보는 것이 관광이다.

그 지역의 빛을 본다는 의미의 '관국지광(觀國之光)'을 줄여서 관광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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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지역마다 사람마다 다른 빛
눈이 아닌 마음으로 봤을때
다양한 빛 제대로 볼수있어
요즘처럼 빛 보기 좋은 계절
각양각색 삶의 이치 깨닫길

마을 노인회에서 인천 강화도로 관광을 갔다 오셨다며 서해안 김을 사오셨다. 바다냄새 가득한 김에 들기름을 발라 살짝 불에 구워 밥에 싸 먹으니 어렸을 때 엄마가 만들어주시던 그 맛이다. 해마다 이맘때면 동네 노인들은 관광버스를 대절해 관광을 다녀온다. 작년에는 동해로 관광을 갔다 오셨다며 황태를 사왔는데 올해는 서해로 갔다 오면서 김을 사온 것이다. 보태드린 돈도 넉넉지 않았는데 관광을 갔다 오면 반드시 인사로 지역특산물을 사 오신다. 어느 봄날 길(吉)한 날을 잡아 버스를 타고 전국 관광을 다녀오는 행사는 우리 동네 노인회에서 주관하는 가장 큰 행사다.

관광(觀光)은 글자 의미 그대로 ‘빛(光)을 본다(觀)’는 뜻이다. 세상은 자세히 들여다보면 지역마다 사람마다 서로 다른 빛을 가지고 산다. 설악산을 품은 동해안의 빛은 푸른 바다와 설광이 어울려 눈이 시원해지는 빛이다. 강화도 낙조와 갯벌이 어우러진 서해안의 황혼빛은 눈이 편안해지는 빛이다. 섬들이 점점이 이어져 있는 남해의 쪽빛은 눈이 설레는 빛이다. 그곳에는 참 다양한 빛이 있다. 그곳 사람들이 먹고 있는 다양한 음식의 빛, 그들이 입고 있는 옷의 빛, 그들이 살고 있는 집의 지붕에 반사되는 태양빛도 다양하지만, 주름진 얼굴에 퍼지는 웃음, 강한 지방 억양, 몸짓까지도 서로 다른 빛을 갖고 있다. 우리가 새로운 빛을 보러 관광을 떠나는 것은 내가 사는 곳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새로운 빛을 보기 위해서다. 익숙하지 않은 새로운 빛을 본다는 것은 그만큼 가슴 설레는 일이고 흥분되는 일이다. 한곳에서 태어나고 자란 동네 어른들에게 새로운 빛을 보는 관광은 빠트릴 수 없는 인생의 재미와 의미다.

관광의 어원은 ‘주역(周易)’이다. 주역 64괘 중 20번째 괘의 명칭이 관(觀)괘다. 바람(風)처럼 땅(地) 이곳저곳을 돌아다닌다고 해서 풍지관이라고 한다. 옛날 하늘의 뜻을 인간 세상에 펼치는 천자(天子)는 바람처럼 세상의 여러 지역을 순행(巡幸)했다. 세상의 다양한 빛을 보고, 세상 사람들의 마음을 보고, 그들의 고통을 보기 위함이었다. 가려진 곳에는 새로운 빛을 주고, 억울한 사람에게 희망의 빛을 줬다. 천자에게 관광은 세상의 다양한 빛을 보고, 빛을 나누고, 빛을 교류하는 중요한 일이었다. 본다는 의미의 한자 중에 관은 단순히 눈으로 본다는 뜻이 아니다. 보이는 대로 보는 것은 견(見), 신경 써서 보는 것은 시(視), 주의 깊게 살펴보는 것이 찰(察)이라면 마음으로 보는 것이 관이다. 관광은 마음으로 봐야 제대로 볼 수 있다. 세상에는 참 다양한 빛이 공존하고 있다는 것을 마음으로 봤을 때 비로소 관광은 큰 의미를 지닌다.

주역 관괘에는 여러가지 관의 종류를 이야기한다. 어린아이의 눈으로 보는 것을 동관(童觀)이라고 한다. 순수함과 유치함을 모두 가지고 있는 시선이다. 대충 보는 것을 규관(闚觀)이라고 한다. 아무런 마음의 감동 없이 그저 힐끗 보고 지나가는 여행이라 할 수 있다. 그 지역의 독특한 빛을 마음으로 보는 것이 관광이다. 그 지역의 빛을 본다는 의미의 ‘관국지광(觀國之光)’을 줄여서 관광이라고 한다.

우리 동네분들이 세상의 다양한 빛을 더 많이 봤으면 좋겠다. 그래야 나와 다른 사람의 빛도 이해하게 되고,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도 인정할 수 있게 된다. 요즘처럼 빛을 보기에 좋은 계절도 없다. 조국의 강과 바다, 산과 계곡, 그리고 다양한 방식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빛을 보며 서로 다른 빛을 지니고 세상을 살아간다는 이치를 깨우쳤으면 좋겠다.

박재희 석천학당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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