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광 굴비 식탁에 자주 오르려나… 참조기 대량 양식 길 열었다

조홍복 기자 2024. 4. 1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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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흥 등 8곳에 ‘바다 양식장’ 조성… 4년 만에 참조기 163만마리 키워

해마다 어획량이 줄고 있는 ‘참조기’와 ‘부세’를 대량 양식할 길이 열렸다. 비슷한 어종인 두 물고기는 굴비의 원재료로 쓰인다.

전남도와 전남 영광군은 중국산 참조기 수입을 줄이고 국내산 참조기 공급망을 확대하기 위해 이른바 ‘참조기 바다 양식장’을 대폭 늘리고 있다고 18일 밝혔다. 바다 양식을 시작한 지 4년 만인 현재 전남 여수의 거문도와 고흥, 영광 등 가두리양식장 8곳에서 참조기 163만마리, 부세 74만마리를 양식 중이다. 허승준 서해특산시험장 연구사는 “알에서 부화한 새끼 물고기 치어(稚魚)를 바다 가두리양식장으로 옮겨 키우는 방식으로 조기 생산량을 매년 늘려가고 있다”고 했다.

봄철이면 산란을 앞둔 조기 떼가 제주도 아래 바다에서 월동을 끝내고 영광 칠산바다 등 서해로 올라온다. 그러나 서해로 올라오기도 전에 월동하는 곳까지 쫓아가 작은 물고기를 잡는 무차별 포획과 갯벌 매립 등으로 어획량은 갈수록 줄고 있다.

전남 영광군 전남도해양수산과학원 서해특산시험장. 지난 2월 실내 양식 수족관에서 산란을 앞둔 어미 조기 떼가 유영하고 있는 모습. 이 시험장은 국내 최초 참조기 실내 양식장이다. /김영근 기자

참조기 어획량은 2011년 5만9000t에서 지난해 1만6000t으로 12년 만에 72%가 줄었다. 어획량은 국내 연간 참조기 소비량 6만t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이 때문에 중국산 참조기가 대량 들어온다. 같은 기간 굴비 생산량도 31% 감소했다. 이렇다 보니 참조기 사촌 격인 부세를 수입해 굴비를 만든다. 현재 식탁에 오르는 굴비 10마리 중 4마리는 가공한 부세다.

조기는 소금에 절이고 해풍에 꾸덕꾸덕 말리면 굴비가 된다. 소금은 1년 이상 간수(소금물)를 빼고 숙성한 영광산 천일염을 쓴다. 과거 영광 법성포 지역에서 이런 방식으로 만들어진 굴비를 ‘영광 굴비’라 불렀다. 지금은 가공 방법이 다소 달라졌다고 한다.

영광군은 2005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참조기 양식에 도전했다. 이때만 해도 바다에서 잡은 어미 물고기를 실내 수족관에서 키워 산란 부화하는 것이 목표였다. 15년 동안 참조기 산란과 부화 안정화를 위해 노력한 영광군은 2020년 드디어 바다 양식에 성공했다. 실내에서 얻은 새끼를 다시 바다에 풀어 키우기 시작한 것이다. 바다의 가두리양식장은 어민들이 운영하는데, 영광군은 매년 3억원을 들여 치어 종자비를 지원하고 있다.

이렇게 키운 양식 조기로 생산한 ‘영광 굴비’는 지난해 처음으로 백화점에도 진출했다. 여수 거문도에서 양식한 부세 2t이 ‘영광 굴비’라는 이름으로 신세계백화점에 납품됐다. 지난 설에도 양식 굴비 3000세트가 롯데백화점에서 팔렸다. 강종만 영광군수는 “양식 조기는 자연산보다 성장이 빠르고, 냉동으로 위탁 판매하고 보관할 수 있어 유통에 유리하다”며 “바다 양식으로 영광 굴비는 대량생산이 가능한 기반이 조성됐다”고 했다.

영광군은 160억원을 들여 굴비 가공부터 유통까지 원스톱으로 지원하는 ‘참조기 양식 산업화 센터’를 만든다. 2026년 1월 개관을 목표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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