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학교 빠지고 사설 모의고사 치러가는 고3…교육청 조사 착수

박고은 기자 2024. 4. 18.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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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학습·질병 등을 사유로 학교 수업을 빠지고 입시학원서 치르는 사설 모의고사에 응시하는 고3 학생들이 늘어나 교육당국이 사실 확인에 나섰다.

또한 사설 모의고사는 온라인으로도 응시할 수 있지만, 입시학원 등에서 응시하면 시험장과 비슷한 환경에서 시험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모의고사를 한번이라도 더 보려는 재학생들이 학교를 빠져가며 응시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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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대치동 학원가 모습.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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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학습·질병 등을 사유로 학교 수업을 빠지고 입시학원서 치르는 사설 모의고사에 응시하는 고3 학생들이 늘어나 교육당국이 사실 확인에 나섰다.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으로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을 중심으로 나타나는 현상으로, 서울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지난 16일 서울 ㄱ고등학교에서는 한 반에 많게는 10명의 결석자가 나왔다. 이날은 한 입시업체가 제작한 사설 모의고사가 시중에 풀리는 날이었다. 학원들은 모의고사 시험지를 구입한 뒤, 실제 수능시험과 동일한 환경에서 오전 8시40분부터 ‘현장 모의고사’를 치른다. 대부분 재수생 대상 학원이지만 재학생 응시를 막지 않아, 고3 학생들이 현장학습·질병 등을 핑계삼아 학교를 빠지고 시험에 응시하고 있다. ㄱ고교 교사는 18일 한겨레에 “사설 모의고사가 있는 날 결석자가 늘어난다는 것은 고3 담임들도 알고 있다”며 “그러나 학생들이 질병 등을 사유로 결석원을 내면 교사들은 승인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국에 지점을 둔 재수학원 관계자는 “보통 재학생들은 학교에 체험학습을 내고 모의고사를 치러 온다”며 “(결석) 사유를 요령껏 (지어내) 써야 한다”고 밝혔다.

사설 모의고사 응시를 위한 결석은 전국적인 현상이란 평가다. 장지환 서울중등진학지도연구회 소속 교사(배재고)는 “수능으로 대학을 가려는 학생이 많은 학교들에서 이런 현상이 주로 나타나고 있다”며 “특히 서울 강남과 경기 남부, 대구 수성구, 부산 해운대구 등 이른바 ‘학군지’에 위치한 학교들”이라고 짚었다.

재학생들은 학교에서도 3·5·7·10월에 시·도교육청 주관, 6·9월에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주관 모의고사를 응시할 수 있다. 그러나 교육청 주관 학력평가는 재학생만 보기 때문에 재수·엔(n)수생의 변수는 파악할 수 없다. 또한 사설 모의고사는 온라인으로도 응시할 수 있지만, 입시학원 등에서 응시하면 시험장과 비슷한 환경에서 시험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모의고사를 한번이라도 더 보려는 재학생들이 학교를 빠져가며 응시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교사들은 교육당국의 조처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장승진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위원(미추홀외고 교사)는 “분명히 기형적인 현상이지만 교사 개인이 조처하기엔 힘들다”며 “교육당국이 학원을 비롯해 학생·학부모 등에도 불이익을 줄 수 있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도 조사에 나섰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이날 “지난 16일 강남 일대의 대형학원의 현장 모의고사에 재학생이 학교를 빠지고 참여했는지 등을 강남서초교육지원청을 통해 확인하고 있다”며 “사실로 확인되면 학교 쪽에 무단 결석 처리 등을 요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각 학원에 정규교육과정 운영 시간에 재학생을 대상으로 모의고사 응시를 제한하도록 안내하고, 재학생 응시를 허용하는 학원에 패널티를 부여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박고은 기자 eu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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