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깜빡 할까봐 통장 챙겼죠" 복지관에 뜬 KB국민은행 '시니어라운지'

강한빛 기자 2024. 4. 18. 06:1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S리포트-뉴노멀 경영 트랜드 ESG] 대형 밴으로 '움직이는 점포'… 포용금융 앞장
[편집자주] 고물가·고금리·고유가 3고 시대에 금융회사의 따뜻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활동이 눈길을 끈다. 저출산에 팔을 걷은 금융지주는 어린이집 보육 지원에 앞장서고 시니어라운지에서 어르신들의 디지털금융 거래를 돕는다. 안내견을 육성해 장애인의 두 눈과 발의 역할을 하는 지원 사업도 눈길을 끈다. 금융권의 '상생금융' 역할이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금융회사의 ESG 기획과 전략을 들어보고 직접 현장을 찾아 ESG경영 활동을 체험했다.

KB 시니어 라운지 서비스 이용을 위해 대기하고 있는 어르신 모습./사진=머니S 강한빛 기자
◆기사 게재 순서
[르포]"깜빡 할까봐 통장 챙겼죠" 복지관에 뜬 KB국민은행 '시니어라운지'
[인터뷰] 조정래 NH농협금융그룹 미래성장부문 부사장 "ESG 내재화에 집중"
[인터뷰] 조희정 삼성화재 퍼피워커 "안내견의 소중한 순간 함께해 행복하다"

"어젯밤에 기대가 큰만큼 깜빡하지 않으려고 가방에 통장을 챙겨놓고 잤어요. 오늘 복지관 오는 김에 겸사겸사 통장정리를 좀 하려고요. 얼마나 좋아요."

서울 은평구 진관동에 사는 김순자(76)씨가 웃으며 통장을 흔들어 보였다. 김씨는 매주 수요일 복지관 앞에 조성되는 'KB시니어 라운지'의 자칭 '단골 고객'이다. 복지관에 방문해 점심을 해결하고 복지관 동기들과 수다를 나누다가 은행 업무를 보는 게 김씨의 일상이 됐다. 김씨는 "오늘처럼 비까지 오면 은행 가기가 더 번거로운데 우리가 있는 곳까지 은행이 직접 오니 너무 편하다."고 말했다.


어르신 직접 찾는 KB국민은행, 금융 고민상담 역할도 톡톡


KB국민은행 시니어 라운지를 이용 중인 한 어르신./사진=머니S 강한빛 기자
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4월3일 수요일 오전 11시, 서울 은평구에 위치한 서울은평구노인복지관 앞엔 노란 밴 한 대가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복지관 교육프로그램을 들으러 온 어르신들은 밴을 슬쩍 보고 지나치거나 양손에 통장을 꼭 쥐고 밴 앞에 삼삼오오 모였다.

"어르신 조심하세요" 'KB시니어 라운지' 직원들은 밴에서 내려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을 부축했다. 통장정리 업무를 본 박덕철(81)씨는 "학교처럼 오는 복지관인데 은행 일까지 볼 수 있어 일석이조"라면서 "통장 정리도 하고 보이스피싱으로 헷갈리는 문자가 있어서 직원들에게 물어봤다"고 설명했다.

KB국민은행은 어르신 고객이 편리하게 은행 업무를 볼 수 있도록 대형 밴을 개조한 'KB시니어 라운지'를 운영 중이다. 밴은 2022년 7월 처음 바퀴를 굴린 뒤 그동안 서울시 내 고령인구가 많은 5개 행정구(강서·구로·노원·은평·중랑)를 찾아갔다. 매주 수요일은 서울은평구노인복지관을 찾는 날이다.

운영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로 전담직원이 ▲현금 및 수표 입출금 ▲통장 재발행 ▲연금수령 등 어르신들이 주로 이용하는 서비스를 돕는다.

서울은평구노인복지관은 근처 복지관 중에서도 규모가 큰 편으로 하루에도 수백명의 어르신이 방문한다. 그중 하루 평균 30여명의 어르신이 'KB시니어 라운지'에서 은행 업무를 본다. 못 본 새 안부를 묻거나 직원들과 짧은 이야기를 나누는 어르신까지 합하면 매주 수요일 100여명의 어르신이 밴에 올라탄다.

밴 내부는 은행 창구를 그대로 옮겨왔다. 직원과 어르신이 일대일로 상담할 수 있도록 꾸며졌으며 정맥인증 시스템이 설치돼 한번 정맥을 등록한 어르신이라면 통장이나 카드가 없어도 정맥 인증으로 업무를 볼 수 있다.
KB국민은행 시니어 라운지에서 근무하는 조현태 연신내 종합금융센터 팀장./사진=머니S 강한빛 기자
창구 업무를 맡고 있는 조현태 KB국민은행 연신내 종합금융센터 팀장은 "어르신들은 몸만 오시면 된다"고 설명했다. 조 팀장은 "일주일 내내 원래 근무지에서 일을 하다가 수요일에 'KB시니어 라운지'에 투입돼 업무를 보고 있는데 사실 수요일은 그 어느 날 보다 기쁜 맘으로 온다"며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을 직접 찾고 인사드릴 수 있다는 뿌듯함이 크다"고 말했다.

어르신 고객들의 목소리를 그 어느 곳에서 보다 가까이에서 들을 수 있다는 점도 큰 보람 중 하나다. 서울은평구노인복지관 'KB시니어 라운지'를 관리하는 옥윤영 KB국민은행 선임차장은 "은행 업무를 보는 어르신도 많지만 보이스피싱 문자인지 확인이 필요하거나 은행 앱 사용 중 어려움을 겪는 분들이 찾아와 이런저런 질문을 하신다"며 "어르신들의 고충을 가장 가까이에서 듣고 도울 수 있다는 점이 'KB시니어 라운지'의 가장 큰 장점이자 목표"라고 설명했다.

이에 KB국민은행은 'KB시니어 라운지'를 운영하는 복지관과 협력해 고령층의 금융거래 안전성 확보를 위한 금융사기 및 보이스피싱 예방 관련 금융교육 프로그램도 진행 중이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KB 시니어라운지' 확대로 더 많은 어르신들이 영업점 방문 없이 편리하게 은행 업무를 보실 수 있어 금융접근성과 편의가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며 "앞으로도 고령층 등 금융소외계층과의 상생 및 기업의 사회적 책임 이행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강한빛 기자 onelight92@mt.co.kr

Copyright © 머니S & moneys.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