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산 수리, 칼 갈아요"…응답하라 현실판? 주민센터에 피어난 웃음꽃[르포]

오석진 기자 2024. 4. 18.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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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낮 서울 관악구 성현동 주민센터 앞마당.

주민들을 위한 칼 갈이·우산 수리 서비스가 진행되면서다.

━찾아가는 칼 갈이·우산수리센터 "정말 오랜만에" 추억 잠긴 주민들━서비스 시작 30분 전인 이날 낮 12시30분 '첫 손님'이 방문했다.

오후 1시가 되자 형광 조끼를 입은 어르신들이 자리를 잡고 칼을 갈고 우산을 수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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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아가는 칼갈이·우산수리센터…"우리한테 굉장히 중요" 어르신들, 추억에 잠기기도
17일 오후 1시20분쯤 칼을 가는 모습. 주민들은 칼갈이를 정말 오랜만에 본다면서도 서비스가 너무 좋다고 말하며 처음 본 이웃과도 수다를 떨었다/사진제공=오석진 기자


"고생하는 집사람을 위해 나왔습니다. 솜씨가 없어 요리는 도와주지 못하지만 무딘 칼 정도는 갈아줘야죠." - 80대 남성 A씨

"우리가 어렸을 때는 정말 골목마다 칼을 갈거나 우산을 수리하시는 분들이 보였는데 요즘엔 못 본 지 한참 됐어요. 참 옛날 생각 많이 나요.(웃음)" - 60대 여성 B씨

17일 낮 서울 관악구 성현동 주민센터 앞마당. 옛추억을 떠올리는 어르신들의 웃음 소리가 건조했던 이 공간을 가득 메웠다. 주민들을 위한 칼 갈이·우산 수리 서비스가 진행되면서다.

찾아가는 칼 갈이·우산수리센터… "정말 오랜만에" 추억 잠긴 주민들

서비스 시작 30분 전인 이날 낮 12시30분 '첫 손님'이 방문했다. 일부 주민들은 "다음엔 자치회관에서도 해달라. 거기에도 기다리는 사람이 많다"며 미소를 보였다.

오후 1시가 되자 형광 조끼를 입은 어르신들이 자리를 잡고 칼을 갈고 우산을 수리했다. 일부 주민들은 "정말 오랜만에 본다"며 회상에 잠겼고 서로 "어떤 것을 고치려고 왔나"며 웃음꽃을 피웠다.

혹시 모를 안전사고에 대비해 배치된 경찰관도 흐뭇한 표정이었다. 길을 가다 칼 가는 소리를 듣은 한 주민은 "우리 집에도 조금만 고치면 쓸 것들이 많다"며 날붙이를 가지러 갔다.

17일 오후 1시쯤 서울 관악구 성현동 주민센터에서 관악구청 주관하에 칼을 갈고 우산을 수리하는 서비스가 열린 모습. 사람이 몰려 그늘막에 대기하면서도 주민들은 웃음을 잃지 않았다./사진=오석진 기자


80대 남성 A씨는 "이런 복지는 아이디어가 너무 좋은 것 같다"며 "많이 이용할 수 있도록 널리 알려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곳에서 24년 거주했다는 60대 여성 B씨도 "요즘 사람들은 요리를 많이 하지 않아서 잘 모를 수도 있는데 우리 같은 사람에겐 칼 잘드는게 굉장히 중요하다"며 "너무 반갑고 좋은 일"이라고 했다.

성현동에 거주하는 또 다른 60대 여성 C씨는 우산을 맡겼다. C씨는 "(부서진 우산이) 아까워서 버리지 못하고 집에 두고 있다가 고치러 나왔다"고 말했다. 고장난 우산이 수리기사 손을 거쳐 '새 우산'으로 탈바꿈하자 C씨는 "안 버리길 잘했다"며 활짝 웃었다.

새 것처럼 깨끗하게 고쳐진 C씨의 우산/사진=오석진 기자

수리기사들, 알고보니 은퇴 어르신들…"자원 재활용" "일자리 창출"

이날 수리기사로 활약한 이들은 이 지역 은퇴한 어르신들이다. 폐우산 살을 잘라 수리하는 일을 맡은 D씨는 원래 건설회사 직원이었다. 은퇴 후 관악구청 지원을 받아 4개월여 기술을 배우고 작년부터 해당 사업에 참여했다. D씨는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위해 일하니 보람 있다"고 밝혔다.

다른 우산을 수리하던 한 어르신은 "우산은 고쳐 쓰면 1년도 더 쓴다. (고장난 우산들이) 폐기물이 되는 게 안타깝다"며 "자원 재활용도 되고 보람 있는 일을 한다고 느낀다"고 했다.

해당 사업은 서울시가 주관하는 지역공동체일자리사업의 일환이다. 수리 비용은 무료인데 수리 시 추가적인 부품이 필요한 경우 본인이 부담한다. 찾아가는 칼갈이·우산 수리 사업은 오는 7월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관악구청 관계자는 "지금 여기 계신 분들은 기술을 배우셔서 작년부터 활동하신 분들"이라며 "취업 취약계층을 우선 선발해 기술을 전파하고 일자리를 창출한다"라고 밝혔다.

찾아가는 칼갈이·우산수리 사업 운영일정/사진제공=서울 관악구청


오석진 기자 5ston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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