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쏘나타 택시도 ‘Made in China’가 달린다

정한국 기자 2024. 4. 18. 03:05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獨 BMW, 日 닛산·혼다까지… 중국을 ‘수출 기지’로 삼아
그래픽=정인성

올해 ‘메이드 인 차이나’(중국산)를 단 현대차·기아 차량 최대 20만대가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 나온다. 지난 3일 현대차는 베이징 공장에서 만든 ‘쏘나타 택시’를 국내에 출시했다. 중국에서 만든 현대차가 한국에서 판매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기아는 올해 중국 옌청 공장에서 전기차 ‘EV5′를 본격 생산해 아세안·중동 등으로 수출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차·기아만이 아니다. 테슬라는 지난해 중국 상하이 공장에서 만든 전기차 35만대를 유럽·한국 등 중국 밖에서 팔았다. 독일 BMW, 일본의 닛산이나 혼다, 미국의 GM(제너럴모터스) 등도 같은 전략을 쓴다.

글로벌 기업이 세계 최대인 중국 내수 시장을 공략하려 만든 생산 시설을 아세안, 중동 등을 공략하는 수출 기지로 거꾸로 활용하고 있다. 전기차로 앞서가는 중국 기업과의 경쟁에서 밀린 데다 중국 경기 침체까지 겹치자 이를 타개하기 위한 전략이다. ‘메이드 인 차이나’ 자동차를 자국으로 역수출하고, 중국산으로 아시아와 중동, 중남미 등 미중 갈등 불씨를 피할 수 있는 시장을 공략하는 것이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탈(脫)중국’ 전략의 또 다른 측면으로 해석한다. 생산 시설을 한꺼번에 중국 밖으로 이전하는 것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기존 설비를 최대한 이용하려는 의도가 담겼다는 것이다.

그래픽=정인성

◇중국산 BMW와 닛산차가 세계로

글로벌 기업 중에선 BMW가 가장 적극적이다. 중국 장성자동차와 합작해 장쑤(江蘇)성 공장에서 만든 전기차인 신형 미니(MINI) 일렉트릭을 올해 글로벌 시장으로 수출한다. 연 16만대 규모다. 이미 전기 SUV ix3도 중국에서 생산 중이다. 일본의 닛산은 내년부터 중국에서 전기차와 충전식인 플러그 인 하이브리드 등 연 10만대를 생산해 해외로 수출할 계획이다. GM도 지난 2022년부터 중국에서 생산한 소형 가솔린차 쉐보레 오닉스 등을 멕시코를 비롯한 중남미로 수출한다. 중국 지리그룹이 지분을 가진 스웨덴 볼보와 영국 로터스 등도 모두 주요 생산 기지가 중국에 있다. 세계 3대 자동차상 중 하나인 ‘세계 올해의 차’ 최종 후보에 올랐던 볼보의 전기차 EX30도 중국에서 대부분 만든다.

이런 전략은 여전히 주요국보다 근로자 임금이 낮아 가격 경쟁력이 있고 품질도 떨어지지 않는다는 게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힌다. 일하는 사람만 중국인일 뿐 글로벌 기업들은 생산 방식을 세계적으로 표준화, 자동화하고 있어 품질 차이가 크지 않다는 것이다. 또 중국은 전기차 산업에서 앞서 있어 부품 생태계도 탄탄하다. CATL의 배터리 등 주요 부품을 더 저렴하고 빠르게 조달할 수 있다. 국내 진출한 한 유럽 자동차 브랜드의 임원은 “세계 판매량의 절반을 중국에서 만드는 테슬라가 이미 이런 전략을 증명했다”고 말했다.

현대차·기아나 닛산, GM 등은 특히 BYD(비야디)와 치열한 경쟁으로 중국 내 판매가 줄면서 현지 공장을 매각하거나 감산(減産)을 하고, 인력을 감축하는 등 구조조정도 하고 있다. 닛산은 작년 중국 판매량이 2022년보다 16% 줄었고, GM도 감소폭이 9%였다. 현대차그룹도 중국 판매가 줄면서 최근 3년 새 현지 공장을 2개 매각했다. 이들에겐 중국 바깥으로의 수출이 공장 가동률을 높일 해법이기도 하다.

◇국내도 중국산 승용차 2만대 넘게 팔려

글로벌 기업들이 생산한 중국산 자동차는 현재 주로 아시아와 중동, 중남미로 향한다. 미중 갈등 속에 세율 27.5%를 매기는 미국 수출길은 사실상 막혔고, 유럽도 최근 중국산 전기차 등에 추가 관세를 매겨 무역 장벽을 높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시장도 그중 하나다. 중국산 테슬라 모델 Y가 약 1만4000대 팔리는 등 작년 국내에선 중국산 승용차가 2만대 넘게 팔렸다. 원래는 트럭, 버스만 중국산 점유율이 높아지고 있었는데 승용차도 중국산 비중이 높아지는 중이다. “중국산 자동차는 한국에서 흥행이 쉽지 않을 것”이란 예상도 깨졌다. 생산지가 판매에 크게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는 반응이 많다.

중국산 승용차 판매는 올해 더 늘어날 수 있다. 현재 볼보 S90, BMW ix3, 폴스타2 등이 판매 중인데, 올해는 여기에 볼보 EX30, BMW 미니 일렉트릭, 현대차 쏘나타 택시, 로터스의 전기 SUV 엘레트라 등이 추가된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