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슈퍼 乙' ASML 부진에 …코스피 2600 깨져

김인오 기자(mery@mk.co.kr), 명지예 기자(bright@mk.co.kr) 2024. 4. 17.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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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반도체 장비업체
1분기 순익 전분기대비 41%↓
코스피 나흘째 하락 이어가
외국인 매도에 도로 '7만전자'
하이닉스·한미반도체도 약세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업체 ASML의 부진한 실적 발표 소식에 삼성전자를 비롯한 국내 반도체주가 직격탄을 맞았다.

ASML은 첨단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극자외선 노광장비(EUV)를 독점적으로 공급하고 있는데 신규 예약이 시장 기대치를 밑돌면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들의 실적 역시 기대 이하일 것이란 전망이 매도세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ASML은 반도체 노광장비를 독점하며 업계에서 '슈퍼 을'로 불린다.

17일 삼성전자 주가는 전날보다 1.37% 하락 마감했다. 이날 고대역폭메모리(HBM) 반도체 간판 기업인 SK하이닉스도 전날보다 0.22% 하락하며 거래를 마쳤다. 이 밖에 HBM 관련주인 한미반도체와 온디바이스 관련주인 제주반도체도 각각 2.85%, 2.12% 하락 마감했다. 이날 코스피도 시가총액 상위 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의 주가 약세 영향을 받으며 전날보다 0.98% 하락한 2584.18로 마감했다. 코스피는 4거래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며 2600선 밑으로 떨어졌다. 이날 개인투자자들이 3596억원어치 순매수에 나섰지만 기관(2011억원)과 외국인(1785억원) 매도세를 막지 못했다.

반도체주의 부진은 이날 ASML이 발표한 올해 1분기(1~3월) 실적이 기대에 못 미쳤기 때문이다. 회사에 따르면 올해 1분기 ASML의 순이익은 12억2400만유로를 기록해 작년 4분기(20억5000만유로) 대비 약 41% 줄었다. 매출은 52억9000만유로로 전 분기(72억4000만유로) 대비 27% 쪼그라들었다. 올해 1분기 장비 등 예약 매출은 EUV 부문 6억5600만유로를 포함해 총 36억유로를 기록했는데, 이는 금융정보업체 LSEG 집계 기준 전문가 기대치인 54억유로를 대폭 밑도는 수준이다.

회사는 올해 2분기 실적과 관련해 매출이 57억~62억유로로 시장 기대치와 유사할 것이며, 올해 전체 매출은 293억유로로 작년(276억유로)과 비슷한 수준일 것이라고 밝혔다.

페터르 베닝크 ASML 최고경영자(CEO)는 "올해 1분기에는 장비 비율과 일회성 효과가 주로 영향을 줬다"면서 "반도체 산업이 경기 하강 국면에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올해 상반기보다는 하반기에 실적이 더 좋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투자자들은 ASML의 주된 고객이 한국과 중국, 대만 파운드리 기업이라는 점에 주목하는 모습이다. 이날 ASML은 올해 1분기 중국이 전체 매출의 49%에 해당하는 20억유로어치 장비 등을 구매했다고 밝혔다. 전반적으로 매출이 둔화한 가운데 중국 업체들의 장비 구매에 비해 한국이나 대만은 상대적으로 부진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이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주의 주가 급락은 작은 악재에도 민감한 국내 증시 분위기를 잘 보여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승훈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인공지능(AI)을 중심으로 한 반도체 관련주가 최근 단기간에 급등한 상태다 보니 악재에 민감한 시기"라면서 "외국인 자금도 역대급으로 유입됐던 상황이라 강한 모멘텀이 나오지 않는 이상 추가 매수세가 더 유입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경수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중동 전쟁 리스크 확산이나 유가 급등 같은 변수가 갑자기 부각되지 않는다면 반도체를 비롯해 증시가 당분간 횡보하면서 조정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SEMI(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 최신 보고서를 보면 반도체 장비 구매의 72%를 한국과 중국, 대만 기업들이 차지하고 있다. 세 나라 반도체 산업이 파운드리 중심이기 때문이다. 다만 한국과 대만은 작년에 반도체 경기 악화로 장비 구매가 전년 대비 각각 7%, 27% 줄었고 중국만 29% 늘어난 바 있다. 한편 이날 대만 증시는 TSMC의 2024회계연도 1분기 실적 발표를 하루 앞두고 전날보다 2.03% 오른 채 마감했다.

[김인오 기자 / 명지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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