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은 수사권 없어 ‘수사외압’ 아니다? 이종섭의 교묘한 왜곡

정혜민 기자 2024. 4. 17.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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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채상병 순직사건' 특검법 5월 중 표결을 추진 중인 가운데 이종섭 전 국방부장관이 자신의 직권남용 혐의의 핵심 쟁점인 '이첩 보류 지시'와 관련해 '이 사건에 군은 수사권이 없고, 따라서 수사외압은 성립할 수 없다'는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채 상병 순직 사건의 경우 군 수사기관엔 수사권이 없으므로,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의 범죄 혐의를 적시한 행위 자체가 월권이고, 이것을 보류하라고 한 지시는 정당하다는 논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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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AS]
해병대 예비역 연대 회원이 대통령과 정부·여당에 채 상병 특검법 수용을 촉구하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더불어민주당이 ‘채상병 순직사건’ 특검법 5월 중 표결을 추진 중인 가운데 이종섭 전 국방부장관이 자신의 직권남용 혐의의 핵심 쟁점인 ‘이첩 보류 지시’와 관련해 ‘이 사건에 군은 수사권이 없고, 따라서 수사외압은 성립할 수 없다’는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그러나 ‘수사권이 없다’는 점과 ‘이첩 보류 지시’의 위법성은 무관하다는 게 법조계의 대체적인 평가다.

이 전 장관 쪽 변호인은 17일 입장문을 내고 “군에 수사권이 없기에 소위 ‘수사외압 의혹’을 주장하는 민주당 고발내용은 정치 공세에 불과하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해병대 수사단장에게 수사권한이 있다느니, 해병대 수사단장에게 민간 수사기관으로의 이첩 권한이 있다느니 하는 것은 개정 군사법원법 몰이해에서 비롯된 억지 주장”이라고 밝혔다. 2022년 7월부터 개정 군사법원법이 시행되면서 군인 사망사건의 수사권은 민간 수사기관으로 이관됐다. 채 상병 순직 사건의 경우 군 수사기관엔 수사권이 없으므로,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의 범죄 혐의를 적시한 행위 자체가 월권이고, 이것을 보류하라고 한 지시는 정당하다는 논리다.

하지만 이는 관련 규정을 교묘히 왜곡한 주장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개정 군사법원법과 하위법은 ‘수사권 없는 사건을 민간 수사기관으로 이첩’할 때의 절차·형식 등을 자세히 규정하고 있는데, 이첩하기 전에 △범죄를 인지하기 위한 기초 조사 △피의자 및 죄명 특정 등이 필요하다고 밝히고 있다.

법원이 재판권을 가지는 군인 등의 범죄에 대한 수사절차 등에 관한 훈령(국방부 훈령)의 별지 제5호서식

특히 국방부의 수사절차 훈령을 보면, 사건을 이첩하는 경우 별지 서식의 인지통보서를 작성하여 민간 수사기관에 송부하도록 하는데, 인지통보서에 △피의자의 성명 △주민등록번호 △직위(직급) △죄명 △인지 경위 △범죄 사실 등을 쓰게 되어 있다.

군사법원법은 “재판권이 군사법원에 있지 아니한 ‘범죄를 인지한’ 경우 그 사건을 대검찰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경찰청 또는 해양경찰청에 이첩하여야 한다”고 정하는데, 어떤 행위가 범죄에 해당한다고 ‘알아채(인지)’려면 누가, 어떤 범죄 혐의를 받는지를 알아야 한다. 군검사·군판사 출신의 김상호 변호사는 “인지통보서에서 피의자와 죄명을 빼면 인지통보서 작성 자체가 어려워진다”라며 “피의자 및 죄명을 특정할 직무상 권한이 해병대수사단에 있다고 해석하는 게 맞는다”라고 설명했다.

‘혐의자를 특정하는 것이 월권’이라는 이 전 장관 쪽 주장은 국방부 해석과도 충돌한다. 경찰로 이첩된 채 상병 사건을 되가져와 검토했던 국방부 조사본부는 이종섭 장관 지시로 내려온 국방부 법무관리관실의 의견서를 접수했다. 해당 의견서에는 “관련자 2명(대대장 2명)은 구체적으로 혐의가 인정되므로 인지통보서에 (수사)대상자로 특정해 경찰에 이첩하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사건이 과거 신승남 전 검찰총장의 수사외압 사례와 유사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신 전 총장은 대검 차장, 검찰총장으로 재직하던 2001년 한 건설사가 울산시장에게 뇌물을 건넸다는 의혹을 수사 중이던 울산지검장에게 전화를 걸어 내사 중단 압력을 행사한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로 최종 유죄 판결을 받았다.

신 전 총장 쪽은 “내사 진행이 외부로 공개되지 않도록 하라는 뜻으로 말하였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그 언급만으로도 내사 담당자는 현실적으로 더는 추가적인 내사진행을 추진하기 어려울 것이고, 이 언급 역시 내사중단의 지시로 평가될 수밖에 없다”라고 판단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를 인정했다.

정혜민 기자 jh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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