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 투자유치 비결은 '초스피드 인허가'

서대현 기자(sdh@mk.co.kr) 2024. 4. 17.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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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기업에 인허가 공무원 파견
행정절차 최단기간 해결 지원
주차난 해소 위해 법 개정 추진도
삼성SDI 양극재 공장 건설 때
울산시가 나서 용지 수용 도와
3년 걸릴 건축허가 6개월내 끝내
민선 8기 출범 1년8개월만에
19조5000억원 투자 끌어와
올해도 5조1000억원 유치 목표
지난해 35년 만에 부활한 울산공업축제 퍼레이드.

에쓰오일이 9조3000억원을 투자해 울산 울주군 온산국가산단에 석유화학 복합시설을 짓는 샤힌 프로젝트. 투자 유치 이후 사업이 본격화하면서 현장 근로자를 위한 주차장과 자재를 쌓아둘 야적장 부족 등 현실적인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했다.

플랜트 공사가 시작되는 내년 1월부터 샤힌 프로젝트 공사 현장에는 1일 평균 1만1000명, 최대 1만7000명의 작업자가 투입될 예정이다. 업계는 매일 3000대 이상 차량이 온산국가산단에 들어올 것으로 예상한다. 또 플랜트 사업 특성상 대규모 야적장 용지가 필요하다. 주차장과 야적장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온산국가산단과 주변 지역 주차 대란과 공사 진행에 차질이 우려됐다.

울산시는 산단 안에 활용되지 않고 있는 공장 용지를 활용하려 했으나 '산업 집적 활성화 및 공장 설립에 관한 법(산업집적법)'에 막혔다. 노는 공장 용지라 해도 임대하려면 공장이 지어져 있어야 하고, 건설업체에는 산단 내 공장 용지 임대가 불가능하다.

지난해 7월 주차장 문제가 제기되자 울산시는 산업집적법 개정을 추진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기획재정부에 규제 개선을 건의하고, 경제부총리 주재 비상경제장관회의에도 안건을 상정했다. 최근 산업부는 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울산시는 빠르면 하반기에 법이 개정될 것으로 기대했다.

산업수도 울산을 상징하는 공업탑. 울산시

울산시 관계자는 "법이 개정되면 다른 지역도 대규모 기업 투자를 유치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산단 용지를 공장이 아닌 다른 용도로 무분별하게 개발하는 것을 막기 위해 특정 사업에 한시적으로 법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울산시가 울산에 투자한 기업에 무한 책임을 지는 등 투자 기업 지원 정책을 강화한다. 울산에 투자한 기업에 인허가 전문 공무원을 파견해 조기 착공을 지원하는 한편 착공 이후 우려되는 문제 해결에도 적극적이다.

산업집적법이 개정되면 SK지오센트릭이 1조8000억원을 투자해 울산에 폐플라스틱 재활용 공정 클러스터를 구축하는 사업은 물론이고 주차장과 야적장 용지가 없어 대규모 기업 투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는 다른 지자체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울산시는 민선 8기 출범 이후 대규모 투자 기업에 인허가 전문 공무원을 파견해 착공 기간을 앞당기는 성과를 냈다. 일본 구마모토현이 대만 반도체 기업 TSMC를 유치하고, 공장 건설 발표 6개월 만에 착공한 것과 다르지 않다.

2022년 9월 울산시는 현대차 전기차 전용 공장 투자를 결정한 현대차 울산공장에 공무원을 파견했다. 이들은 최소 3년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된 인허가 절차를 10개월 안에 끝냈다. 전기차 전용 공장은 현대차가 투자 계획을 밝히고 1년여 만인 지난해 11월 착공했다.

삼성SDI가 울산 울주군 하이테크밸리산단 3공구에 5000억원을 투자하는 2차전지 양극재 공장은 지난 3월 초 착공했다. 울산시 공무원은 지난해 7월 삼성SDI 울산공장에 출근하면서 사업 용지 내 소유주가 여러 명이라 수십 년째 매입하지 못한 사유지를 4개월 만에 수용하는 절차를 마무리했다.

투자 걸림돌이 해결되면서 삼성SDI는 울산시가 행정 지원에 나선 지 6개월 만에 양극재 공장 건축허가를 완료했다. 울산시는 땅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3년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했던 인허가 기간이 2년6개월 정도 단축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SDI는 구체적인 투자 금액은 밝히지 않았으나 신형 배터리 공장도 울산공장 내 투자를 계획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울산시의 적극적인 투자 기업 지원은 역대급 투자 유치로 이어졌다. 민선 8기 출범 이후 1년8개월간 울산시는 19조5000억여 원의 투자를 유치한 것으로 나타났다. 민선 8기 출범 이전 4년간 유치한 15조원보다 4조원 이상 투자가 늘었다.

울산시는 올해는 5조1000억원 투자 유치를 목표로 한다. 개발제한구역 해제와 연계한 산단·특구 조성, 투자유치보조금 등 인센티브 강화, 기업현장지원 특별 전담 조직 확대 운영 등 세부 추진 전략도 밝혔다.

김두겸 울산시장은 "기업의 대규모 투자 사업이 성공을 거두려면 울산시의 다양한 기업 현장 지원 정책과 함께 기업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한 규제 개선 등 중앙정부 역할도 중요하다"며 "최근 울산시와 산업부가 석유화학 특별 지원을 위한 전담 조직을 만든 것은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 시장은 "울산형 친기업 정책은 다른 지자체가 관심을 갖고 배우러 올 정도로 성과를 내고 있다"며 "첨단 산업과 문화·관광 등 미래 먹거리 산업도 육성해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일자리를 늘려 인구 감소에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서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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