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한 지 반년 '개콘', 시청률만으로 다시 내쳐져서는 안 되는 이유

최영균 칼럼니스트 2024. 4. 17.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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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개그콘서트’, 절반 이상의 성공

[엔터미디어=최영균의 듣보잡('듣'고 '보'고 '잡'담하기)] KBS <개그콘서트>(이하 '개콘')가 부활 후 방송 반년을 앞두고 있다. <개콘>은 폐지된 지 3년 만인 지난해 11월, 공개 코미디의 명맥을 이어야 한다는 대의를 앞세워 새롭게 돌아왔다. 하락세 심화를 이유로 2020년 방송을 접었다가 2023년 공개 코미디로 마지막까지 남았던 tvN <코미디 빅리그>마저 종영되자, 예능인들의 요람이자 모든 예능의 근간인 공개 코미디를 지켜내기로 KBS의 방침이 변경됐다.

돌아온 <개콘>은 현재 평균 3%(이하 닐슨코리아)대 중반 정도 시청률을 기록 중이다. 첫방이 요즘 예능 시청률 성공 기준선인 5%에 근접한 4.7%를 기록, 고무적인 출발을 보였지만 곧 2%대로 하락하면서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이후 다소 상승해 2%대 후반과 3%대 후반 사이를 오가고 있고 4%대 초반으로 시청률이 올라서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이런 성적은 돌아온 <개콘>을 성공적이라고 평가하기에는 다소 부족한 수치다.

첫 <개콘> 폐지와 돌아온 <개콘> 사이에는 <개콘>의 부활이라 불리며 방송된 <개승자>가 있었다. <개콘>의 멤버들로 서바이벌 경연 방식의 공개 코미디를 펼치면서 새로운 <개콘> 시대를 열어 보려 했다. 하지만 시청률이 3%대에 머물면서 예정된 16회 경연이 끝나자 새 시즌에 대한 기약 없이 사라져 갔다. <개승자>의 사례를 보면 시청률 성적 상으로는 돌아온 <개콘>의 앞날도 확실히 보장된다고 보기 힘들다.

그래도 현재의 <개콘>은 희망적인 측면이 있다. 프로그램 복귀 목적을 충족하는 성과가 분명 있기 때문이다. 공영방송인 KBS는 공개 코미디를 통한 새로운 예능인 배출을 지향하는데 돌아온 <개콘>을 통해 예능 스타로 떠오르는 새 얼굴들이 등장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최근 팬콘서트까지 개최할 정도로 인기를 얻고 있는 신윤승이다. '데프콘 어때요', '봉숭아학당', '레이디액션' 등을 통해 돋보이는 활약을 펼치고 있는데, 데뷔한 지 10년 차 정도의 중고 신인이지만 <개콘>을 통해 본격적으로 얼굴을 알리고 있다. '데프콘 어때요'에서는 소개팅 자리에서 마음에 안 드는 상대와 엮인 난처한 상황을, '봉숭아학당'에서는 브랜드명처럼 누구나 편히 쓰는 단어를 지상파 방송 심의 제약으로 언급 못 하는 현실을 '이상해'라는 유행어로 풍자하며 큰 웃음을 이끌어내고 있다.

살려 웃길 줄 아는 개그 스타일이라 슬랩스틱이나 개인기 위주의 한국 개그맨 중 드문 사례다. 연기력도 빠지지 않아 신동엽 같은 거물급 예능인으로 성장할 가능성도 엿보인다. 이런 신윤승 외에도 '금쪽유치원', '호위무사'에서 뚜렷한 예능 캐릭터를 구축하며 활약 중인 홍현호 등 기대를 갖게 만드는 신인들이 여럿 떠오르고 있다.

<개콘>은 신인 발굴 외에도 최근 예능 프로그램들의 가장 근본적인 고민거리인 유튜브와의 관계 설정에서도 안정적인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유튜브 예능의 영향력이 방송을 위협하는 수준으로 커가고 있는 지금 방송사들은 유튜브와의 적대적인 경쟁보다 유튜브 예능을 방송에 접목시킬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 중이다.

<개콘>은 '데프콘 어때요', '니퉁의 인간극장' 같은 코너들을 유튜브에서 발굴해 지상파 방송에 맞게 잘 변용해 성공시키고 있다. 다른 방송사 예능들이 유튜브에서 인기 콘텐츠들을 가져와 큰 재미를 못 본 경우들도 상당한 점을 감안하면 <개콘>의 유튜브 교류 행보는 비교적 순탄하다.

유튜브를 방송 보완용으로 활용하는 측면에서도 점수를 줄 만하다. <개콘>은 공개 무대 녹화에서 큰 호응을 자아냈지만 방송용으로는 부적합한 내용들을 챙겨 유튜브 채널을 통해 무편집본으로 선보이고 있는데 조회 수가 100만 뷰를 넘기는 콘텐츠가 자주 나오는 등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결국 돌아온 <개콘>은 귀환의 목적인 새 예능인의 요람 역할을 해내고 있고, 요즘 방송 예능의 가장 중차대한 이슈인 유튜브와의 관계 설정에서도 긍정적인 결과물들을 선보이고 있다. 방송 프로그램의 평가 기준은 시청률이 절대적인 것만은 분명하지만 이만하면 절반 이상의 성공을 거두고 있다고 해도 무방할 듯하다. 그래서 <개콘>은 좀 더 계속 지켜봐야 한다.

최영균 칼럼니스트 busylumpen@gmail.com

[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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