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아끼려고”… 치솟는 물가에 식당 대신 ‘도시락’찾는 2030

최정석 기자 2024. 4. 17.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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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직장인 김민완씨는 두 달 전부터 회사 점심시간에 도시락집을 간다.

김씨는 "월급에 식비가 같이 나오긴 하지만, 물가가 너무 올라서 평소처럼 점심에 식당을 가면 생필품이나 여가생활에 쓸 돈이 모자랐다"며 "그나마 줄이기 쉬운 게 식비라는 생각이 들어 도시락을 먹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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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필품 사고 여가 즐기려고 식비 줄였다”
“배달 음식 1번 먹을 돈이면 도시락 4개도 먹어”
한솥 사장님도 “올해 들어 주문량 점점 늘어난다”
서울시내 한 도시락 가게에 포장된 도시락이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뉴스1

30대 직장인 김민완씨는 두 달 전부터 회사 점심시간에 도시락집을 간다. 물가가 치솟는 상황에서 그나마 소비를 줄일 수 있는 부분이 식비이기 때문이다.

김씨는 “월급에 식비가 같이 나오긴 하지만, 물가가 너무 올라서 평소처럼 점심에 식당을 가면 생필품이나 여가생활에 쓸 돈이 모자랐다”며 “그나마 줄이기 쉬운 게 식비라는 생각이 들어 도시락을 먹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사내에 김씨를 따라 식비를 아끼려 점심에 도시락을 먹는 ‘도시락 팟(일행을 뜻하는 party의 줄임말)’도 생겼다.

20대 취준생 이태준씨도 얼마 전부터 도시락을 애용 중이다. 이씨는 “원래 재료를 사다가 집에서 직접 반찬을 해 먹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그게 도시락 사먹는 것보다 돈이 많이 들었다”며 “지금은 밥만 집에서 짓고 반찬은 도시락집에서 사먹고 있다”고 했다.

고물가 국면에 소비심리가 굳어가는 와중에도 도시락 업계는 선전 중이다.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솥도시락을 운영하는 한솥의 지난해 매출액은 1371억2416만원으로 직전 해보다 8% 늘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44억6624만원으로 12.4% 증가했다. 한솥은 지난 2022년 창사 첫 100억원대 영업이익을 달성했는데 2023년에도 영업이익이 100억원을 넘어서며 상승세를 보였다.

업장에서도 이를 체감하고 있었다. 지난 16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동, 강남구 대치동 등에 위치한 한솥도시락 매장 7곳을 방문해 문의한 결과, 7곳 모두 최근 매출이 상승세라 답했다. 4년 전 잠실 한 주택가에 한솥 매장을 열어 운영 중인 A씨는 “올해 들어 점점 주문량이 늘어나는 걸 확실히 체감 중이다”라며 “인근 주택가에 사는 젊은 1인 가구나 초중고 학생들이 많이들 찾는다”라고 말했다.

서울 시내 한 편의점 직원이 판매 중인 도시락을 들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편의점 도시락을 찾는 움직임도 많다. 특히 청년층은 가격이 저렴한 편의점 도시락을 더 싸게 먹기 위해 ‘마감런’에 나서기도 한다. 최근 편의점들은 매장에 진열한 식품들 중 소비기한이 다 되어 가는 것들을 정가보다 싸게 내놓고 있는데 이를 노리는 게 마감런이다. 소비기한이 지나면 제품을 버릴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를 어떻게든 판매하려는 편의점 측 의도와 식비를 아끼려는 청년층 수요가 맞아 떨어진 것.

일례로 국내 편의점 브랜드인 GS25는 지난해 11월 소비기한이 임박한 신선식품(도시락, 샌드위치 등)을 45% 싸게 내놓는 ‘마감할인’ 서비스를 런칭했다. GS25 측에 따르면 마감할인으로 판매된 상품 수량은 지난해 12월 대비 올해 3월 6.7배 늘었다. 이용 고객 연령대는 20대가 38%, 30대가 34%였다. 마감런을 활용하는 소비자 10명 중 7명이 2030이라는 뜻이다. 마감할인으로 판매된 제품은 도시락이 가장 많았고 그 뒤를 샌드위치, 김밥 순이다.

청년들은 편의점 도시락에 손을 뻗는 이유로 ‘가성비’를 꼽았다. 이날 오후 강남의 한 편의점에서 만난 직장인 유 모(31)씨는 “배달 음식 가격에 배달비까지 더한 돈이면 편의점 도시락을 많게는 4개까지 먹을 수 있다”라며 “일반 식당도 기본적으로 비싸고, 특별히 싼 곳을 가면 길게 줄을 서야 하다 보니 최후의 보루가 도시락이었다”고 말했다. 유씨는 소비기한을 3시간 앞둔 도시락 2개를 5000원 남짓한 가격에 구매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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