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의 속살 1 : 도배와 페인트, 바닥재에 관해서

매거진 2024. 4. 17.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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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쓰는 건축가의 주택 건축 강의 제15강

집에서 일상을 보내며 가장 많이 닿고 보는 실내 마감재. 벽지와 페인트, PVC 바닥재부터 마루까지, 자재의 특성과 시공 시 유의사항을 건축가와 함께 짚어본다.


이번 달은 집의 내부 마감재에 대해 설명하겠습니다. 지난달에 설명한 벽돌, 외단열(미장 마감) 등의 외장재가 집의 외투라고 한다면, 도배와 페인트, 바닥재, 타일 등의 내장재는 집의 속살에 비유할 수 있겠습니다. 외장재는 집의 첫인상을 좌우합니다. 하지만 실제로 그것을 보는 시간은 그다지 많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내장재는 살아가면서 계속 보게 되는 요소들입니다. 하자가 생기면 바로 눈에 띄기도 합니다. 최근 공사비가 급격히 상승해 건축주들이 선뜻 선택할 수 있는 자재의 폭이 무척 좁아지긴 했습니다만, 그래도 내장재는 더 신중히 골라야 합니다.

주택의 내부 마감재는 벽을 마감하는 [벽지(도배)]와 [페인트], 장판이나 강마루 등을 사용하는 [바닥재], 화장실이나 주방에 쓰는 [타일]로 카테고리를 나눠 소개하겠습니다. 이번 호에는 벽지 도배와 페인트, 바닥재에 대해 설명하고, 다음에 이어서 타일과 몰딩, 걸레받이를 설명하겠습니다.

도배 : 가장 전통적인 벽 마감 방식

벽지는 크게 합지벽지와 실크벽지 두 가지로 나뉩니다. 합지는 일반 종이를 생각하시면 됩니다. 종이를 2겹 겹쳐놓았다고 해서 ‘합지’라고 부릅니다. 실크벽지는 합지 뒷면에 부직포를 대고 PVC 코팅을 한 것입니다. 코팅을 했기 때문에 오염 등에 좀 더 강합니다. 당연히 합지보다 무게감이 있는 편입니다. 합지는 물에 닿으면 젖지만 실크벽지는 웬만한 것은 걸레로 닦아낼 수 있습니다. 또한 실크벽지의 무늬와 패턴이 더 화려한 편입니다. 시공 방식에 있어서도 합지는 벽지끼리 일부 겹쳐서 도배하기 때문에 그 부분이 티가 나고(겹침 시공), 실크벽지는 벽지끼리 맞대어 시공하기 때문에 이음 부분의 티가 덜합니다(맞댐 시공).

합지는 그 안에서도 크기를 기준으로 소폭 합지와 광폭 합지,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소폭은 폭 53㎝, 광폭은 93㎝ 입니다. 합지는 앞서 언급했듯이 겹쳐서 시공하기 때문에 폭이 좁으면 미관상 좋지 않다고 여겨지는 이 겹침 부분도 자주 생깁니다. 한편 실크벽지는 보통 폭이 약 106㎝입니다.

평활도가 좋지 못하는 경우 들뜸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벽지를 시공하는 데 있어 초배지를 바르느냐 바르지 않느냐로 다시 한번 나뉩니다. 최근에는 부직포에 초배지 기능을 합친 제품을 쓰기도 합니다. 기본적으로 초배지는 벽면의 평활도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할 때 이것을 보완해주는 역할을 합니다. 즉, 석고보드와 퍼티 등으로 벽면을 평활하게 맞췄다면 초배지 작업이 필요 없지만, 미장면 같이 울퉁불퉁할 경우 초배지가 없으면 거친 면이 도배지 위로 그대로 드러날 우려가 있습니다. 합지는 실크벽지보다 더 얇아서 표면 질감이 더 티가 많이 납니다. 즉, 합지 벽지는 완성도를 위해 초배 작업이 더 필수적이고, 실크벽지는 초배 없이 시공할 수 있지만, ‘*봉투바름’이라는 시공을 위해서 대부분 초배 작업을 합니다.

*봉투바름 : 초배지를 바른 후 벽면의 테두리에만 풀을 발라 벽지를 붙여서 중간 부분을 띄워지도록 시공하는 것. 평활해보이는 면을 확보할 수 있지만, 손으로 두들기면 띄워진 면이 느껴진다는 단점이 있다.
페인트 : 더 고급스러운 벽체 마감 방법

최근엔 페인트 도장도 많이 사용합니다. 다만, 인건비, 재료비 등 비용을 따졌을 때 도배보다는 비쌉니다. 우선 콘크리트 골조나 시멘트 벽돌 벽면에 미장한 후 도장은 사실상 어렵습니다. 완성도가 떨어져서 주거공간으로 바로 쓰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석고보드 또는 합판, MDF 등을 대야 하는데, 이것들의 평활도가 높을수록 페인트 도장의 퀄리티가 올라갑니다.


석고보드는 가장 기본적인 내장재입니다. 합판, MDF 등의 판재는 목재를 기반으로 접착제로 붙이거나 응고시킨 제품이기 때문에 화재에 비교적 약할 수밖에 없습니다. 석고보드는 내장재 중에서 화재에 강한 특성이 있어, 가장 쉽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9.5㎜가 기본이고, 12㎜, 15㎜ 제품이 있습니다. 이것을 1장 붙이느냐, 2장 붙이느냐에 따라 1p, 2p라고 표현합니다. 2P를 시공해야 마이너스 몰딩 등의 고급 가공이 수월해집니다. MDF 보다 밀도가 높은 HMF 등을 활용하면 좀 더 품질이 나은 시공이 가능합니다.

석고보드는 목재로 상(프레임)을 짜서 거기에 붙이는 방법과 접착 모르타르를 이용해 직접 붙이는 방법(떠붙임, ‘떠바리’)이 있습니다. 상을 짜는 편이 평활도 측면에도 좀 더 유리해서 페인트 도장이 더 잘 나옵니다. 하지만 상 두께가 약 3㎝라 양쪽에서 약 6㎝ 정도 실내공간을 손해 보는 점을 감수해야 합니다.

석고보드 한 장의 크기는 대략 ‘3×6 사이즈(900×1,800㎜)’, ‘3×8 사이즈(900×2,400㎜)’ 입니다. 아파트 등 주거공간의 실내 높이가 약 2,200~2,300㎜이어서 세로는 3×8 사이즈 1장으로 커버할 수 있습니다. 가로는 여러 장을 이어 붙일 수밖에 없는데, 이 부분을 핸디코트 퍼티로 메꿔주면서 진행합니다. 흔히 ‘줄퍼티’라고 표현합니다. 이 과정을 통해 이음매와 타카 핀 자국 등을 메꿔서 보이지 않게 처리합니다. 줄퍼티로 시공할 때는 그 부분을 망사(메쉬) 테이프 또는 한랭사 테이프로 메꿔주고 퍼티를 발라줍니다. 이것만으로 평활도가 나오지 않으면 면 전체에 퍼티를 바르는 ‘올퍼티’ 공법을 쓰기도 합니다. 하지만 사람 손으로 하는 작업인 만큼 완전히 평활한 면을 만들기는 어렵습니다. 퍼티 공정 이후에 프라이머(젯소) 밑칠을 해줘야 더 좋은 결과물을 얻을 수 있습니다.

페인트는 보통 수성페인트를 쓰는데, 국산으로는 자주 들어보셨을 ‘노루페인트’, ‘제비스코’ 등이 있고 수입제품으로는 ‘ 벤자민 무어’와 ‘던 에드워드’ 페인트 등이 있습니다. 페인트는 롤러로 바르는 방법과 뿜칠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뿜칠이 좀 더 속도가 빠르고 완성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최근의 고급 주거 공간들은 도장 마감이 비교적 많습니다. 도배하면 생기는 이음매 부분이 없고 표면이 균질해 보인다는 점, 고급스럽고 미니멀해 보인다는 점이 장점이겠습니다. 하지만 도배보다 보편적인 마감 방식이 아니기에 숙련된 작업자를 구하기가 어려워 작업자 역량에 따른 퀄리티 차이가 심합니다. 그리고 페인트가 화학물질이다보니 아무래도 베이크 아웃, 환기를 확실하게 해줘야 합니다. 아이들, 아기가 있는 집이라면 신경써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바닥재 : 무늬만 나무인가? 다양한 대안이 존재하는 자재

한옥의 바닥은 전통적으로 종이 재질의 장판을 써 왔습니다. 다만, 최근 장판의 의미는 PVC 비닐 재질로 된 제품을 의미합니다. 장판(PVC 바닥재)은 제품에 따라 다르지만 대략 2㎜ 정도 되는 두께로, 약간의 쿠션감이 있는 편입니다. 아이들 안전에는 유리할 수 있지만, 제품에 따라서는 고급스러운 느낌이 덜할 수 있습니다. 장판의 폭이 길지 않기 때문에 이어지는 부분이 티가 나고, 걸레받이 처리 등도 다소 둔탁하게 나타납니다. 가격은 비교적 저렴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가격대별로 페트 장판, 모노륨 장판으로 구분하기도 합니다.

장판도 근래에는 인쇄층에 따라 마루나 타일과 유사한 디자인을 연출하기도 한다.

최근 시공되는 바닥재는 주로 강마루, 강화마루, 장판도 근래에는 인쇄층에 따라 마루나 타일과 유사한 디자인을 연출하기도 한다. 합판마루, 원목마루 정도입니다. 이름은 다르지만 시공하는 방법은 비슷합니다. 길쭉한 마루 조각들을 끼워 맞추듯이 바닥에 시공하는 방식입니다. 강화마루를 제외하고는 모두 접착제를 이용해서 바닥에 부착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열전도율이 비교적 우수합니다. 이들 중 실제 나무를 쓴 제품은 원목마루와 합판마루이고, 강마루와 강화마루는 원목 패턴의 시트지를 바른 제품입니다.

마루 종류 중에서는 원목마루가 말씀드린 마감재 중에서 가장 가격대가 높습니다. 원목마루는 합판을 밑판을 깔고 그 위에 2~3㎜의 원목을 얹고 표면 처리를 하는 방식입니다. 다른 자재보다 진짜 원목을 가장 두껍게 쓰기 때문에 나무의 재질을 그대로 느낄 수 있고 고급스럽습니다. 쪽마루(너비 16~68㎜)와 널마루(75~175㎜)의 두 가지 종류가 있는데, 가능하면 널마루로 시공하는 게 시원스러운 느낌을 줍니다. 다만 가격이 높고, 거의 수입이기 때문에 자재 수급에 어려울 수 있습니다. 또한 원목이 거의 그대로 드러나기 때문에 표면 강도가 약해 찍힘이 생기기 쉽습니다. 습기에 취약해서 수축 팽창으로 인한 뒤틀림이 발생할 수 있어 주기적인 니스, 래커 칠 등의 유지 보수가 필요합니다.

합판마루는 원목마루의 보급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부에 깔리는 합판은 동일하지만, 상부의 무늬목이 0.3㎜ 정도로 굉장히 얇습니다. 나무의 느낌은 조금 줄어들 수 있지만, 습기나 열에 대한 강도는 원목마루보다 좀 더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원목마루보다 얇아서 열전도율이 더 높아 시중에서는 ‘온돌마루’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강화마루는 HDF(High Density Fiberboard)라는 가공 목재 위에 시트지를 올린 방식입니다. HDF는 더 밀도가 높은 MDF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시트지이기 때문에 당연히 원목보다 찍힘 등에 강합니다. 강화마루는 여러 마루 중에 유일하게 접착제를 사용하지 않습니다. 바닥에 부직포를 깔고 마루들을 조립식으로 시공한 뒤 벽면쪽 걸레받이로 눌러서 고정하는 방식입니다.
접착제를 쓰지 않기 때문에 바닥과 마루 사이에 공간이 생기고, 이로 인해 열전도율이 좋지 않아 방이 늦게 따뜻해지고, 소음이 다소 발생할 수 있습니다. 주거시설보다 간편한 철거가 필요한 상업시설에 좀 더 어울린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강마루는 최근에 가장 많이 쓰이는 바닥재입니다. 시트지를 붙이는 개념은 강화마루와 비슷하지만, 밑판이 합판이라는 점, 그리고 접착제로 붙인다는 점이 다릅니다. 표면에 필름을 코팅해서 찍힘이나 스크래치에 강하고, 접착제로 인해 바닥과 마루 사이 공간이 생기지 않아 열전도가 빠르고 소음이 덜 난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표면의 질감은 원목마루, 합판마루가 더 고급스럽지만, 내구성 측면에서는 강마루와 강화마루가 더 유리합니다. 가격은 대략 원목마루>합판마루>강마루>강화마루 순으로 형성되어 있습니다. 이렇게 벽지와 페인트 도장, 바닥재에 대해 말씀드렸습니다. 가격대별로 다양한 제품이 있습니다만, 가성비에 따른 만족도는 건축주마다 다를 것 입니다. 그렇기에 직접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져보고 건축주 본인이 생각하는 건축에 어울릴지, 예산에는 맞춰질지 등 전문가와 의논해 신중한 선택을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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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 김선동 : 오픈스튜디오 건축사사무소
연세대학교 건축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정림건축과 이데아키텍츠에서 실무를 익혔다. 2021년 오픈스튜디오 건축사사무소를 개소하고 건축가와 건축주, 시공사가 함께하는 좋은 건축을 만들기 위해 고민하고 실천하며 작업에 임하고 있다. '글쓰는 건축가'라는 필명으로 블로그와 브런치 등을 운영하고 있으며 최근 '건축가의 습관'이라 는 책을 펴내는 등 저술과 강연 활동 또한 활발히 하고 있다. https://blog.naver.com/ratm820309

글, 그림_ 김선동 | 구성_ 신기영
ⓒ월간 전원속의 내집 2024년 4월호 / Vol.302 www.uuj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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