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사 들러리 세워 알펜시아 입찰 ‘짬짜미’… KH그룹 과징금 510억원

이희경 2024. 4. 17.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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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H그룹이 알펜시아 리조트 자산매각 공개 입찰에서 그룹 내 다른 계열사를 들러리 세우는 방식으로 담합을 벌였다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500억원대 과징금을 물게 됐다.

이들은 입찰이 수차례 유찰돼 예정가격이 30% 감액될 것이란 정보를 입수한 뒤 텔레그램으로 투찰액을 서로 공유하는 등 조직적으로 담합을 벌인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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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H그룹이 알펜시아 리조트 자산매각 공개 입찰에서 그룹 내 다른 계열사를 들러리 세우는 방식으로 담합을 벌였다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500억원대 과징금을 물게 됐다. 이들은 입찰이 수차례 유찰돼 예정가격이 30% 감액될 것이란 정보를 입수한 뒤 텔레그램으로 투찰액을 서로 공유하는 등 조직적으로 담합을 벌인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위는 KH필룩스, KH전자, KH건설, KH강원개발, KH농어촌산업, IHQ 등 KH그룹 6개사의 공정거래법 위반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510억400만원을 부과한다고 17일 밝혔다. 또 KH필룩스와 KH건설, KH강원개발, KH농어촌산업 4개사와 그룹의 배상윤 회장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결정했다.
황원철 공정거래위원회 카르텔조사국장이 17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알펜시아 리조트 매각 관련 입찰담합 제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알펜시아 리조트는 강원도가 평창 동계올림픽을 유치하기 위해 조성한 사계절 복합관광 리조트로 골프장 2개소, 숙박시설 3개소, 워터파크 및 스키장 등으로 구성돼 있다. 공정위에 따르면 강원도와 강원도개발공사는 공사의 경영개선을 위해 2016년부터 알펜시아 자산 매각을 추진했다. 당초 외국인 투자자 등을 대상으로 투자 유치를 통한 매각을 추진했지만, 여의치 않자 2020년 이후부터는 공개경쟁입찰을 통한 매각을 결정했다. 하지만 이후 4차례에 걸친 공개경쟁입찰마저 투찰자가 없어 모두 유찰됐고, 4차 입찰과 동일한 가격 조건으로 진행된 2차례의 수의계약 절차도 결렬됐다.

이런 상황에서 KH그룹은 5차 입찰에서 예정 가격이 1차 입찰 대비 30% 감액될 것이라는 정보를 입수하고, KH필룩스가 설립하는 자회사를 통해 알펜시아 리조트를 낙찰받기로 결정했다. 또 유찰로 인한 일정 지연을 방지하기 위해 KH건설이 자회사를 설립해 들러리로 참여하기로 합의했다. 이들은 알펜시아 인수가 본사 사업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해 입찰에 참여하기로 하고 2021년 5월 KH필룩스는 강원개발을, KH건설은 리츠(현 KH농어촌산업)를 각각 설립했다.

또 KH전자는 강원개발 지분 30%를 인수하고 입찰보증금을 KH필룩스와 나눠 대여하는 등 사실상 컨소시엄 형태로 알펜시아 인수에 참여했고, IHQ 역시 리츠가 들러리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리츠 지분 100%를 인수한 후 KH건설과 입찰 서류를 준비하는 등 담합에 함께 나섰다.

공정위 조사결과 5차 입찰 투찰 당일인 2021년 6월 들러리인 리츠 측이 먼저 예정가격에 근접한 6800억10만원에 투찰한 후 해당 결과를 강원개발 측에 텔레그램으로 공유했다. 이후 강원개발은 6800억7000만원으로 가격을 살짝 높여 투찰해 최종 낙찰자로 선정됐다.
알펜시아 리조트. H2O호스피탈리티 제공
공정위는 배상윤 회장의 경우 담합의 모든 과정과 세부사항을 보고 받고 이를 승인하는 등 위법 행위를 주도했다며 검찰에 고발 조치했다. 알펜시아 리조트 인수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계열사에 4000억원대 손해를 끼친 혐의 등을 받고 있는 배 회장은 동남아시아에서 도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배 회장에 대해선 인터폴 적색수배가 내려진 상태다. 

공정위는 “입찰담합에 가담한 사업자들은 그 실질과 형식을 구분하지 않고 모두 제재 대상이 된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면서 “유찰 방지를 위한 담합이라 하더라도 최종 낙찰가격 상승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잠재적 경쟁자들이 후속 매각절차에서 경쟁할 기회를 제한해 위법하다는 점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세종=이희경 기자 hjhk3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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