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원 강요하고 강제 노동까지…갑질 만연한 사회복지시설

장영준 기자 2024. 4. 17.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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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기사와 관련 없는 사진. 이미지투데이

 

우리 사회의 취약계층을 보호하고 지원하기 위해 설립된 사회복지시설에서 내부 직원들을 향한 갑질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후원 강요는 물론, 강제 노동에까지 동원되는 등 그 정도도 심각한 수준이었다.

직장갑질119는 2022년 1월부터 2023년 12월까지 사회복지시설에서 들어온 신원이 확인된 이메일 제보 48건을 분석한 결과를 17일 공개했다.

분석에 따르면 시설에서의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 중 사용자(원장)가 30명(62.5%)으로 상사(25.0%)보다 2배 이상 많았다.

사회복지시설의 경우 규모가 작고 사용자(이사장, 원장, 센터장 등)가 절대적인 권한을 가지고 있어 사실상 직장 내 괴롭힘이 발생하면 직원들은 직장을 그만둘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사회복지시설 직원들이 겪는 갑질 행위를 보면 △후원 강요 △강제 노동 △종교 강요 △괴롭힘 등 일반 직장인들이 직장에서 겪는 갑질 행위와는 그 내용이 달랐다.

인천의 한 사회복지시설에서는 근무중인 사회복지사들에게 매달 10만원의 후원금을 강요하고 있었다. 여기에 이사장이 운영하는 교회에 십일조 헌금을 압박하기도 하고, 연말 '후원의 날' 행사에 20만원을 후원하라고 요구하는 등 월 평균 20~30만원의 후원금을 내도록 했다. 뿐만 아니라 근처 교회에서 아침예배, 주일예배, 수요예배 참석까지 강요했다.

이사장과 가족이 운영하는 또 다른 사회복지시설에서는 직원들을 동원해 강제 노동을 시키기도 했다. 이사장이 대표로 있는 재활용센터에 직원들을 동원하거나 업무와 무관한 사적 노동을 요구하기도 했다. 심지어 이사장 노모의 팔순 잔치에 직원들을 불러 요리와 노래, 설거지와 청소까지 시키기도 했다.

직장갑질119가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글로벌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2월 14일부터 23일까지 직장인 1천명을 대상으로 경제활동인구조사 취업자 인구 비율에 따라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보건·사회복지서비스업 종사자들의 경험 비율이 29.5%로 상대적으로 타 직역에 비해 높게 나타났다.

대응 방법을 물어본 결과 "신고했다"는 응답은 보건·사회복지서비스업이 10.7%로 가장 낮았다.

결국 사회복지서비스업 노동자들은 공공기관임에도 불구하고 10명 중 3명이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하고 있고, 괴롭힘 행위자 3명 중 1명은 사용자이며, 괴롭힘을 경험한 노동자 10명 중 1명만이 신고를 한 셈이다.

사용자가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일 경우 최대 10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지만, 불이익이 두려워 신고를 못하고 있다고 직장갑질119 측은 보고 있다.

박성우 직장갑질119 온라인노조 추진위원장은 "사회복지시설의 경우 이사장이나 시설장의 왕국처럼 운영되는 곳이 많다. 대부분 소규모사업장이고 업종의 특성상 폐쇄적이며 특히 위탁기관(지자체)의 관리 감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라며 "이런 사업장일수록 정당한 문제제기를 하다가 오히려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하는 노동자들도 상대적으로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장 좋은 방법은 노동자들이 뭉쳐서 집단적으로 대응하는 것"이라며 "직장갑질119 온라인노조는 1호 업종으로 현재 사회복지시설 노동자모임을 만들어 운영 중이다. 아울러 신고센터를 설치했으니 사회복지시설 노동자들의 많은 관심과 적극적인 참여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장영준 기자 jjuny54@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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