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신기록 위해 고용됐다” 케냐 마라톤 선수 ‘승부 조작’ 결국 실토

이가영 기자 2024. 4. 17.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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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현지시각)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하프 마라톤 대회 모습. 주황색 옷을 입은 중국 허제 선수를 의식한 듯 다른 아프리카 선수들이 속도를 낮추고, 손짓하고 있다. /X(구 트위터)

지난 주말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하프 마라톤 대회에서 중국 선수 허제의 우승을 위해 다른 선수들이 양보하는 듯한 모습이 포착돼 승부조작 논란이 일었다. 결승선을 앞두고 속도를 낮춘 케냐 선수 윌리 응낭가트는 당초 “허제가 친구라서 우승하게 했다”고 말했으나, BBC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고용된 사람들이었다”고 실토했다.

응낭가트는 16일(현지시각) BBC 스포츠 아프리카에 “네 명의 주자는 허제가 중국 하프 마라톤 기록인 1시간2분33초를 경신하는 데 도움을 주기로 계약했다”며 “그중 한 명은 완주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중국 소셜미디어에 공개된 당시 대회 영상을 보면, 앞서 달리던 케냐의 로버트 키터와 응낭가트, 에티오피아 데제네 비킬라는 결승선을 앞두고 붉은색 옷을 입은 허제 선수를 돌아보더니 속도를 늦췄다. 허제가 이들 가까이 따라오자 한 선수는 먼저 가라는 듯 손짓하기도 했다. 또 허제 옆에서 뛰며 다른 아프리카 선수들이 앞서가는 듯 보이자 팔을 뻗어 이를 제지하는 듯한 모습도 보였다.

응낭가트의 발언에 따르면, 이들 아프리카 선수 3명은 모두 허제 선수의 ‘페이스메이커’로 고용됐던 셈이다. 응낭가트는 “저는 경쟁하기 위해 출전한 것이 아니다”며 “제게는 경쟁을 위한 레이스가 아니었다”고 했다.

그는 “왜 제 가슴 번호에 ‘심박조율기’라고 표시하지 않고 제 이름을 붙였는지 모르겠다”는 이야기도 했다. 이어 “제 임무는 페이스를 조절하고 (허제)선수가 우승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었지만 안타깝게도 국가 기록 경신이라는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고 했다. 허제는 이날 1시간3분44초의 기록으로 우승해 중국 하프 마라톤 기록을 깨지는 못했다.

14일(현지시각)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하프 마라톤 대회에서 붉은옷을 입은 중국의 허제 선수가 앞서 들어오고, 잇달아 아프리카 선수 3명이 1초 차이로 공동 2등을 했다. /로이터 연합뉴스

앞서 응낭가트 선수는 승부조작 논란이 일자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친구라서 허제가 우승하게 했다”는 말을 남겼다. 그러면서도 “그렇게 하라는 지시를 받은 것은 아니고 금전적 보상도 없었다”며 승부조작 의혹은 부인했었다. 다른 두 선수는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고 있다.

허제 선수는 2023 항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다. 지난달 우시에서 열린 풀코스 마라톤 대회에서는 2시간6분57초만에 결승선을 통과해 중국 신기록을 세웠다. 올해 여름 파리올림픽 출전을 노리고 있다.

이 대회를 주최한 베이징 체육국은 AFP에 “해당 사건을 조사 중”이라며 “결과가 나오는 대로 대중에게 발표하겠다”고 했다.

세계육상연맹은 BBC에 보낸 성명에서 “우리는 이번 베이징 하프 마라톤 영상이 온라인에 유포된 것을 인지하고 있으며 현재 지역 당국에서 조사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연맹은 스포츠의 공정성을 최우선 가치로 삼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조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더 이상의 언급은 할 수 없다”고 했다.

중국 소셜미디어에는 허제에 대한 비판이 잇따랐다. 한 네티즌은 “허제의 커리어에서 가장 부끄러운 타이틀”이라고 했고, 여기에는 1000개 이상의 ‘좋아요’가 달렸다. 또 다른 네티즌은 “이렇게 유명한 대회에서 이런 일이 벌어진 건 스포츠맨십을 땅에 떨어트리는 수치스러운 일”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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