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대 거위 폭행한 60대 입건…“거위가 먼저 공격” 주장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16일 입건
거위 머리를 손으로 여러 차례 때려

11일 오후 3시30분께 서울 광진구 건국대 일감호에서 60대 남성 ㄱ씨가 거위의 머리를 세게 내려치고 있다. 동물자유연대 제공

* 이 기사에는 동물 학대 영상과 사진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건국대학교 마스코트인 거위 ‘건구스’를 때린 6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17일 서울 광진경찰서는 ㄱ씨를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전날 입건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ㄱ씨는 지난 11일 오후 3시30분께 서울 광진구 건국대 안 일감호에 사는 거위들 가운데 한 마리의 머리를 손으로 여러 차례 때린 혐의를 받는다. ㄱ씨는 경찰 조사에서 ‘거위와 장난을 치다 거위가 먼저 공격해 때렸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폭행 당시 음주 상태는 아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 건국대의 마스코트로 사랑받던 거위 ‘건구스’가 폭행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동물자유연대 제공

‘건구스’는 건국대의 ‘건’과 거위를 뜻하는 영어 단어 ‘구스’(goose)가 합쳐진 애칭이다. 건구스들은 교내신문에 ‘우리 대학의 마스코트’라고 소개되는 등 재학생들과 일감호를 방문하는 시민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앞서 동물자유연대는 한 시민에게 ㄱ씨가 거위를 폭행하는 영상을 제보받은 뒤 ㄱ씨를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한 바 있다. 동물자유연대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개한 영상을 보면 ㄱ씨는 손에 장갑을 끼고 유인하는 듯 손을 흔들다가 막상 거위가 다가오자 머리를 여러 차례 세게 내려쳤다. 거위들은 평소 사람에 대한 경계심이 크지 않아 곧잘 다가왔다는 것이 동물자유연대의 설명이다.

현행 동물보호법은 누구든지 필요한 방식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도구를 사용하는 등 잔인한 방식으로 고통을 주거나 상해를 입히는 행위를 동물학대로 보고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이날 한겨레에 “동물자유연대에서 촬영한 학대 당시 영상에서는 거위의 머리 부분에 출혈이 보였으나 16일 수사팀과 동물자유연대가 현장 확인을 했을 때는 다행히 특별한 외상 없이 양호한 상태였다”고 말했다.

경찰은 ㄱ씨를 상대로 불구속수사를 이어갈 예정이다.

고경주 기자 go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