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오마이갓 세계사

장윤서 기자 2024. 4. 17.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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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 채널 닥터프렌즈의 인기 콘텐츠 ‘의학의 역사’ 출간
닥터프렌즈의 오마이갓 세계사./김영사

19세기 오스트리아 빈의 종합병원 산부인과에서 1병동과 2병동의 사망률이 5배 차이가 났다. 주요 사인은 ‘산욕열’이었다. 두 병동에 차이가 있다면, 1병동은 의사와 의대생이 환자를 돌보고 2병동은 조산사와 조수가 돌보는 정도였다. 산욕열의 원인을 찾기 위해 해부가 진행됐는데, 그때 부검하던 의사 하나가 검지를 베여 사망하는 일이 벌어졌다. 죽은 의사의 시신을 해부하던 중 죽은 산모들과 사망 경과가 비슷함을 발견하고, 그동안 의사들이 1병동의 산모들을 사망에 이르게 했다는 사실을 알게된다. 이후 ‘부검 후 반드시 손을 씻고 환자를 검진해야 한다’는 지침이 생기고, 사망률을 1퍼센트까지 떨어트린다. 당시 수술을 맨손으로 진행했고 염화석회로만 손을 씻었기에 손 씻기는 의료진에게 고문 그 자체였다. 이후 이 고통을 해결할 수술 장갑이 발명됐다.

의학의 진보는 의사와 환자의 희생과 인류의 도전 정신 덕택이다. 21세기 질병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제대로 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구독자 120만 명을 보유한 유튜브 의학 채널 ‘닥터프렌즈’를 운영하는 이비인후과 전문의 저자가 쓴 ‘오마이갓 세계사’는 고대부터 중세, 근대에 걸쳐 수많은 잔혹사가 펼쳐지던 시대부터 최첨단 의료 서비스를 누리는 현대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의지가 만들어낸 치열한 생과 사의 역사를 담은 책이다.

책은 고대 이집트 문명의 의학부터 21세기 최첨단 기술까지 생존을 열망했던 인류의 치열한 모습을 생생하게 담았다. 의학의 렌즈로 세계사의 흐름을 한눈에 꿰뚫는다.

책은 총 4장으로 구성됐다. 1장에서는 고대에서 현대까지 해부, 사망진단, 손 씻기, 수혈, 마취 등 의학의 기초가 어떻게 발전해왔는지 살핀다. 2장에서는 천연두, 말라리아, 당뇨, 괴혈병과 같은 질병의 역사적 흔적과 함께 과거와 현재의 치료법을 소개한다. 3장에서는 대마초, 아편, 수은, 방사능 등 약물에 대한 무지와 남용이 낳은 역사를 다룬다. 4장에서는 인류가 상처와 백내장, 정신질환 등 각종 신체적 고통을 해소하기 위해 피를 보는 일을 조금도 망설이지 않은 수술의 역사를 들려준다.

저자는 의학이 수많은 사람의 궁금증과 도전과 열정, 희생과 죽음을 통해 발전했다는 사실을 독자들에게 각인시킨다. 불과 한 세기 전까지도 적절한 치료법을 찾지 못해 고통받은 환자들이 수없이 많았다. 정력이 급격히 줄어들어 고민하는 환자에게 라듐을 처방했고, 정신질환을 앓는 사람에게 전두엽 제거술을 시행했다. 제2차 세계대전 영국 공군 군의관이 고안한 백내장 수술법이 개발되지 전까지 수많은 환자들은 실명했다. 또 19세기 유럽에서 파티 드러그(파티에서 사용하는 기분 전환용 약)로 쓰인 아산화질소와 에테르를 마취제로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외과 수술은 비약적으로 발전할 수 있었다. 수술은 마취제의 발견 이전과 이후로 나눌 수 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이러한 일련의 사건들로 의학의 진보가 이뤄졌고, 인류가 100세 시대를 맞이할 수 있게 됐다.

책에서는 혈액형을 몰랐던 의사들의 고군분투, 청동기시대부터 제모 크림으로 털을 관리한 인류, 신대륙에서 구대륙으로 건너온 성병, 3만 명의 팔다리가 잘려나간 후에야 입증된 환상통, 최악의 전염병에도 의외로 잘 대처했던 선조들, 인류가 식량이 아닌 마약을 위해 농사를 시작한 계기, 만병통치약에 대한 환상이 낳은 비극 등에 대해 소개한다.

책을 읽다보면, 독자들은 의학사가 곧 인류의 발전사와 연결된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이 책은 의학이라는 프레임을 통해 인류의 역사와 진보를 되짚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무모하다 못해 황당하고 기괴한 수많은 시행착오에서 전쟁과 문명, 종교와 예술, 과학과 철학을 넘나드는 일상의 교양과 의학 상식을 배울 수 있다.

이낙준 지음ㅣ김영사ㅣ360쪽ㅣ2만1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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