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쾌 액션·더 세진 빌런… 성공 공식 모았지만 1000만은 ‘글쎄’ [범죄도시4 리뷰]

이정우 기자 2024. 4. 17.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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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담당 기자 두명이 본 ‘범죄도시4’
韓최고 히어로 마석도 매력 여전
3편서 삐끗한 빌런 존재감 회복
유일무이 감초 장이수 고군분투
반복적 웃음코드·스토리는 진부
단점보완만 치중 ‘날것 매력’ 뚝
관객 예상 한발짝 앞서나갈 필요
‘범죄도시4’에서는 탁월한 피지컬을 바탕으로 한 마석도(마동석 분)의 파워가 돋보인다.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제공

민중의 핵주먹 마석도(마동석) 형사가 이번엔 온라인 도박 조직을 소탕한다. 시리즈 처음으로 디지털 수사가 진행되고, 필리핀과 국내를 오가며 스케일도 키웠지만, 역시 중요한 건 마석도가 범죄자를 시원하게 때려잡는다는 점이다. 마석도의 주먹은 흡사 장풍을 쏘는 듯 더 강력해졌고, 3편에서 삐끗한 빌런의 존재감도 회복했다. 시리즈 최고의 감초 캐릭터 장이수(박지환)의 활약도 반갑다. 얼핏 보기엔 시리즈의 성공 공식을 모은 듯한 구성. 과연 ‘범죄도시4’(24일 개봉)는 사상 첫 시리즈 3천만 관객을 달성하며 ‘범죄도시’ 프랜차이즈의 명성을 지킬 수 있을까. 15일 시사회에서 미리 본 두 영화담당 기자가 ‘범죄도시’ 시리즈의 매력 포인트별로 ‘범죄도시4’의 특성을 짚으며, 성적까지 가늠해 봤다.

◇총평

안진용(이하 안) : ‘범죄 스릴러’로 시작한 이 시리즈는 이제 ‘코믹 액션’으로 분류하는 것이 옳다. 완성도보다 재미에 방점을 찍는 팝콘 무비로서 제 몫은 다하지만, 장르 영화로서 쾌감은 줄었다. 반복적인 말장난과 롤플레잉 게임을 보는 듯한 스토리 전개가 이제는 밋밋함을 넘어 진부하게 느껴진다. 다만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히어로 캐릭터인 마석도의 매력은 유효하다. 마동석 배우가 간담회에서 “이 영화의 본질은 엔터테이닝(재미)”이라고 말한 점이 와 닿았다.

이정우(이하 이) : 엔터테이닝을 위한 기획 상품처럼 만들어진 영화인데, 전편들에 비해 순수 재미가 떨어진다. ‘범죄도시’ 시리즈의 최대 강점인 유쾌함과 통쾌함이 줄었다. 1편의 장첸(윤계상)과 2편의 강해상(손석구)을 섞어놓은 빌런 백창기(김무열)의 존재감, 2편의 어두운 톤, 3편의 유머가 모두 들어 있지만, 코믹과 액션이 따로 논다. 전편의 단점은 빼고, 장점만 넣는 데 치중해 시리즈가 갖고 있는 날것의 매력이 감소했다.

◇빌런의 매력

: ‘범죄도시’를 지탱하는 두 기둥은 마석도와 빌런이다. 1편의 장첸 이후 계속 하락했던 빌런의 매력이 4편에서 반등했다. 이제까지 시리즈 오프닝은 늘 마석도였는데, 이번 영화의 오프닝은 백창기다. 그만큼 빌런에게 힘을 줬다. 다만 2편의 강해상과 이번 영화의 백창기는 캐릭터가 겹친다. 동남아에서 칼을 쓰는 악당이 한국으로 건너가 마석도와 붙는다는 설정이 유사해 기시감이 강하다. 더구나 마동석과 김무열은 예전에 ‘악인전’에서 한바탕 싸운 전력이 있다.

: 빌런의 존재감이 커진 것은 이번 영화의 최대 장점이다. 특수부대 용병 출신의 백창기는 전투력에 한해선 시리즈 빌런 중 1위이다. 허명행 감독 역시 가장 신경 쓴 지점으로 백창기의 액션을 들었다. 이제까지 빌런들이 악으로 깡으로 싸웠다면, 백창기는 적을 효과적으로 간결하게 제압한다. 권투 선수 출신인 마석도와 살인 무기 같은 백창기의 마지막 싸움은 확연히 다른 스타일로 보는 맛이 있다.

‘범죄도시4’의 웃음을 책임지는 장이수.

◇감초의 활약

: 맛집은 밑반찬이 맛있다. 시리즈가 4편까지 이어지며 유일하게 생존한 밑반찬은 장이수뿐이다. ‘최종 병기’ 마석도가 마지막에 등장해 혼자 사태를 매듭짓는 스토리처럼 마동석 한 명에게 기대는 측면이 너무 크다. 전편의 ‘초롱이’같이 반짝거리는 조연이 없다.

: 유일무이한 감초 캐릭터인 장이수가 고군분투한다. 3편부터 등장했던 광역수사대 팀원들은 전편보다 분량이 많아졌음에도 극에서 겉돈다. 유머 담당이 마석도와 장이수로 고정돼 있기 때문이다. 여전히 1편의 반장(최귀화)이 그리운 걸 보면, 장태수(이범수) 팀장은 아직 관객의 마음에 다가오지 못한 것 같다.

◇유쾌함

: ‘범죄도시’의 유머 포인트를 두 개로 나눈다면 무식과 무력이다. 이번 영화는 무식을 사용하는 패턴이 전작과 똑같았다. 마석도가 동기화란 단어를 이해하지 못해서 우왕좌왕하거나 ‘가스라이팅’을 ‘가스라이터’라고 하는 식이다. 극 중 백창기가 마석도에게 “혼자서 괜찮겠어?”라고 물으니 마석도가 “외롭지”라고 대답하는 장면은 1편과 연결성이 느껴졌지만, 신선하진 않다. 쇠창살을 맨손으로 뜯는 마석도의 무력은 화끈하지만 관객의 예상 범위다.

: 달려가려는 오토바이를 한 팔로 잡아버리는 등 마석도의 압도적인 무력을 기반으로 한 코미디는 여전히 유효하지만, 특유의 말장난은 익숙함보다 식상함에 가까워졌다. 말장난 상대가 없어서 마석도가 외로워 보인다. ‘초롱이’ 등 감초 캐릭터가 돋보였던 3편에 비해 장이수 홀로 짊어진 무게가 너무 크다. 개인적으론 마냥 우스꽝스러운 지금의 장이수보다 묘한 광기가 공존했던 이전의 장이수가 더 매력적이다.

용병 출신답게 급소를 노리는 간결한 공격으로 상대를 제압하는 백창기(김무열 분).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제공

◇통쾌함

: ‘범죄도시’ 시리즈 특유의 통쾌한 액션은 유효하다. 압도적인 피지컬을 가진 마석도의 완력, 특히 그의 주먹이 적에게 닿는 순간 들리는 파열음이 주는 쾌감이 상당하다. 결말까지 질질 끌지 않고 매번 싸움이 벌어지는 장면마다 권선징악의 메시지를 부여하며 소위 매력을 십분 활용한다. ‘결국 마석도가 이긴다’는 빤한 결말이 보이지만, 원래 ‘히어로 무비’는 그 맛으로 보는 거다.

: ‘범죄도시’ 시리즈의 통쾌함은 때려죽일 놈들을 마석도가 ‘주먹몽둥이’로 때려잡는 데서 나왔다. 그런데 백창기는 이전 빌런들에 비해 덜 나쁜 놈처럼 보인다. 백창기를 부려먹는 도박 사이트 경영자 장동철(이동휘)의 악랄함이 더 크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마지막 대결에서 빌런에게 꽂는 마석도의 한 방은 ‘범죄도시’가 주는 카타르시스의 절정. 그런데 마석도가 백창기에게 가한 마지막 일격의 순간, 시사회에서 “어우”란 반응이 나왔다. 빌드-업에 실패한 것이다.

◇성적은 어떨까

: ‘천만’ 관객 달성이 어려울 것 같다. 범죄도시 1편부터 지금까지 네이버 평점이 계속 하락했다. 시리즈물의 성공은 전편의 완성도에 기인하는데, 3편을 보고 실망한 사람이 적지 않았다. 개봉 후 “괜찮다”는 입소문이 강하게 돌지 않는다면 천만까지 가는 동력을 얻긴 힘들 것 같다. 다른 한국 영화들이 개봉을 피해 ‘빈집’인 상황임에도 천만을 달성하지 못한다면 시리즈의 고민과 반성이 더 깊어져야 할 것이다.

: 충분히 흥행하겠지만, 천만 관객 달성은 어려울 것 같다. ‘범죄도시’ 시리즈는 전편의 단점을 보완하면서 변화했고, 2·3편 연속 천만 영화를 달성하며 보답받았다. 그런데 이러한 단점 보완 전략으로 인해 처음 갖고 있던 매력이 점차 줄었다. 시리즈가 명성을 이어가려면 관객의 요구사항을 반영하기보다 관객의 예상에서 한 발짝 앞서 나아갈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다행히 5편부터는 “확 바뀔 것”이라고 했다. 여전히 할 말이 많다는 얘기다.

이정우·안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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