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롭게 변화하는 홍콩, 어디로 가볼까(3)-섬과 트램투어 [투얼로지]
청차우섬, 소박하지만 정겨운 어촌풍경과 하이킹
트램 여행, 2층 앞자리 명당 확보하면 최고 여행
화려한 파노라마, 명불허전 빅토리아 피크 야경
크고 멋진 미술관이 새로 생기고 해외 팬들이 몰려드는 메가 스포츠 이벤트도 열리지만 그래도 홍콩여행에서 기대되는 것은 그곳 특유의 정서와 일상의 속살이다. 홍콩을 홍콩스럽게 해주는 그 풍광들. 변화의 물결 속에서도 한결 같아서, 그래서 더 좋은 모습들이다.
● 홍콩 일상의 정취, 청차우섬
홍콩 섬투어라면 옹핑케이블카와 대불상, 어촌마을 타이오가 있는 란타우섬, 주윤발의 고향으로 유명한 명물요리 ‘술취한 새우’와 트레킹 코스의 라마섬, 그리고 오밀조밀한 해안선과 하이킹 코스를 지는 청차우섬 등이 대표적이다.
최근에는 꽤 예쁜 카페도 곳곳에 들어섰다. 그레서 언뜻 첫 인상은 라마섬과 비슷하다. 하지만 라마섬이 외국인 거주자가 많아 약간 서구적 정서가 느껴진다면, 청차우섬은 홍콩 현지인의 삶이 주는 내음이 더 강하다.
다만 주의할 점은 청명절 같은 전통 명절이나 휴일, 주말은 피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홍콩인들이 주로 가는 소박한 근교 여행지였는데 알음알음 입소문이 나면서 이제는 외국인 관광객도 몰려 주말에 무지 북적댄다. 이 작은 섬에 편의점과 맥도널드까지 있는 이유가 그만큼 사람이 찾기 때문이다. 또한 섬 정상 부근의 양지 바르고 바다를 바라보는 곳에 대규모 공원묘지가 조성되어 있다. 명절 때면 우리와 마찬가지로 제사나 성묘를 위해 지역민들이 대거 찾아오기 때문에 여유로운 섬 관광은 어렵다.
이번 청차우섬 초행길도 나름 고민해 4월4일 목요일을 선택했는데 센트럴 페리부두에 아침부터 사람들이 많아 의아했다. 결국 페리도 한 척 놓치고 10시 넘어 탔는데, 배안에는 유치원생들과 가족단위 현지인들이 가득했다. 알고 보니 이날이 홍콩의 어린이날이자 청명절이었다. 우리와 달리 홍콩에서 청명은 공휴일로 조상이나 부모에게 성묘를 하는 날이라고 한다. 그래서 청차우섬 전체가 이날 종일 사람으로 들썩였다.
섬에서 가게와 카페, 식당이 즐비한 상가를 지나 동쪽으로 가면 퉁완이라고 마치 크루아상처럼 휘어진 해변이 나온다. 또한 작은 만리장성(Mini Great Wall)이라 불리는 남동쪽 해안의 하이킹 모스도 있다. 길이는 850m로 채 1km가 안되지만 꽤 아기자기한 코스로 섬의 다양한 바닷가 모습을 만날 수 있다.
● 홍콩 어제와 오늘…타임리프같은 트램투어
그런데 이 트램을 여행의 이동수단이 아닌 여행 테마 자체로 삼아도 재미있다. 보통 호기심에 가볍게 몇 정거장만 타는데, 저녁 무렵에 1~2시간 정도의 여유가 있다면 트램 나이트투어를 즐기는 것도 좋다. 2층 앞자리에 앉아 저녁 때 도심 번화가를 지나며 앞에 펼쳐지는 사람과 거리의 모습을 보는 즐거움이 상당하다. 홍콩이 어제와 현재의 모습이 스쳐가는 거리의 새롭거나 낡은 건물들을 통해 다가온다. 마치 ‘시간을 거슬러 가는’ 타임리프(time leap)를 트램을 통해 여행하는 느낌이다.
근데 예전에도 경쟁이 꽤 치열했는데 요즘은 인증샷 포인트로 소문이 나서 그런지 요즘은 자리확보 경쟁이 더욱 치열해졌다.
저녁 때 트램 2층 앞자리를 확보했다면 눈앞에 펼쳐지는 풍경들을 그저 바라보면 된다. 좌우로 흔들리는 전차의 진동과 땡땡거리는 독특한 소음, 여기에 낯설고 이국적인데 웬지 모를 친숙함도 드는 묘한 거리 전경이 언제가 본 홍콩 영화의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다만 과거 마치 머리에 닿을 듯 도로 위로 길에 나와 있던 홍콩의 명물 네온사인들이 이번에 가보니 거의 자취를 감추고 볼 수가 없다. 도시미관 정비 차원이라는데, 너무 ‘단정해진’ 거리 모습이 살짝 아쉽게 느껴지기도 한다.
● 그래도 최고는 야경
침사추이 스타의 거리나 최근 떠오른 사카우룽문화지구의 아트파크서 보는 홍콩섬의 야경도 압도적이지만, 아직까지 홍콩야경의 ‘1황’이라면 빅토리아 피크서 보는 도시 전경이다. 피크 트램을 타고 가파른 경사로 올라가는 과정 자체도 매력적이고, 홍콩섬에서 가장 높은 552m의 산 전망대에서 숲과 바다 그리고 고층 빌딩이 한 눈에 들어오는 모습도 압도적이다. 1888년 개통한 피크트램은 45도가 넘는 급경사를 오르는 홍콩의 명물이다. 와이어롤 열차를 끄는 인클라인식 산악기차인데 정상까지 10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홍콩 | 스포츠동아 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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