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평] 경찰(警察)과 순찰(巡察)

윤승영 대전경찰청장 2024. 4. 1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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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하며 살핌, 돌아다니며 듣고 살핌
윤승영 대전경찰청장.

'경찰'의 한자어는 '警:경계할 경, 察:살필 찰'이고, '순찰'의 한자어는 '巡:돌 순, 察:살필 찰'이다. 이를 통해 주변의 위험을 경계하며 살피고, 곳곳을 돌아다니며 시민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는 것이 본연의 경찰활동임을 쉽게 알 수 있다.

지난해 연이은 이상동기범죄들이 발생하면서 강력범죄에 대한 시민들의 불안감이 높아졌고, 경찰청에서는 범죄예방적 경찰활동과 현장 치안력을 강화하기 위한 조직재편을 진행했다. 대전경찰에서도 이번 조직재편의 핵심부서로서 기동순찰대와 형사기동대가 지난 2월 21일 정식 출범해 어느덧 두 달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기동순찰대는 다중밀집시설과 범죄취약지 등을 대상으로 순찰·단속·범죄예방 활동에 주력하고 있으며, 매월 범죄예방 전략회의를 통해 범죄취약지역과 시간을 분석해 집중적인 순찰활동과 함께 시민과의 적극적인 소통에 앞장서고 있다. 형사기동대 역시 강력사건에 신속 대응하며 각종 민생침해 범죄에 대한 첩보수집 등 선제·예방적 형사활동으로 범죄 분위기를 제압하고, 조직·마약·금융범죄 등 중요범죄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등 두 신설 부서가 대전시민의 안전과 평온한 일상을 지키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톡톡히 수행하고 있다.

주변의 위험을 경계하고 살피는 경찰활동 중 대표적인 예로 '수상한 행동을 하거나 범죄혐의가 있는 자에 대한 직무상 질문'을 들 수 있다. 경찰관이 수상한 행동을 하는 자나 어떠한 죄를 범하였거나 범하려 하고 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사람을 발견한 때에 정지시켜 질문하는 것으로, 최근에는 인권침해 등 이유로 시민들이 일상생활에서 경험하는 것은 드문 일이 됐다.

이러한 직무상 질문이 인권침해 소지가 없도록 행해져야 하는 것은 자명하지만 다소 과하게 경찰활동이 위축된 측면이 없지 않았는데, 최근 대전경찰에서는 안전모를 착용하지 않은 개인형이동장치(PM) 탑승자를 발견 후 직무상 질문을 통해 미성년자 성폭행 혐의 수배자를 검거하는 등 기동순찰대와 형사기동대를 중심으로 이를 활성화하고 있다. 지난해 3월에는 사이버범죄수사대에서 다른 범죄의 피의자를 태우고 동행한 자가 대전경찰청 안에 차량을 주차하지 않고 바깥을 계속 맴도는 것을 수상하게 여겨 확인한 결과 현금·대포폰 등 범죄혐의를 발견, 이를 단서로 피해자 1100여 명으로부터 108억여 원을 빼앗은 사기범죄 조직을 최근에 일망타진하기도 했다.

지역사회 곳곳을 돌아다니며 시민들의 의견을 듣는 순찰활동은 1980년대 미국에서 '커뮤니티 폴리싱(Community Policing)'이라는 개념에서 등장헸다. 커뮤니티 폴리싱이란 종전의 범죄대응적 치안 전략과는 달리 지역사회와 경찰 간의 의사소통을 증진하여 지역주민의 요구를 파악하고, 경찰관은 지역사회 문제가 해결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 시대변화에 따라 커뮤니티 폴리싱 개념을 현재 시점에서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어렵겠지만 지역사회와 협력하면서 지역주민 중심의 치안활동을 펼쳐나가는 그 본질만큼은 여전히 본연의 경찰활동과 맞닿아 있다.

대전경찰에서도 기동순찰대를 중심으로 주민을 만나고, 순찰중임을 알리고, 주민들의 의견을 듣고, 이에 대한 문제해결 및 피드백(결과 문자 발송 등)을 통해 체감안전도를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어느 골목이 어두워서 밤에 불안하다', '어느 지역의 범죄자가 곧 출소하는데 두렵다' 등과 같이 지역주민들이 평소에 느끼는 불안 요소와 치안 관련 의견을 선제적으로 파악하고, 발 빠르게 개선함으로써 경찰에 대한 신뢰감을 향상시키고 있다.

영국 경찰의 아버지로 알려진 '로버트 필' 경은 '경찰이 곧 시민이고, 시민이 곧 경찰이다'라고 했다. 경찰이 항상 시민들과 함께하면서 시민들의 어려움을 해결해주는 존재가 돼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 말이다. 3600여 대전경찰은 '제복입은 시민'으로서 시민들의 목소리에 더욱 귀를 기울이며, 주변의 위험을 경계하고 세심하게 살펴 안전한 대전을 만들어 나갈 것을 약속드린다. 윤승영 대전경찰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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