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자가 뉴스를 회피하는 나라에 미래는 없다

한겨레 2024. 4. 17.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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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에서 소위 '잘 나가는' 이들은 뉴스 소비에도 적극적이다.

반면 권력과 자본, 시간이 부족한 여성과 서민, 젊은이 등 사회적 약자일수록 상대적으로 뉴스를 회피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뉴스를 회피하는 젊은이와 전업 주부에게 '뉴스 소비는 힙하고, 한국 사회의 건강에 직결되어 있다'는 깨달음을 유발하는 묘수가 있을까? 저자들의 제안 중 뉴스 시사 상식 오락물이나 경진대회, 뉴스 소비와 지식을 뽐낼 수 있는 브랜딩, 알고리즘에 의존해 고도로 개인화한 뉴스 배달 등이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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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전망대
제22대 국회의원선거일인 10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출구조사 관련 방송을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사회에서 소위 ‘잘 나가는’ 이들은 뉴스 소비에도 적극적이다. 본인이 열심히 뉴스를 찾아보기도 하지만 정치와 사회, 경제에 대한 뉴스를 공유하고 소통할 수 있는 회사와 동문 모임 등 공동체에 소속돼 있다. 중요 기사를 놓칠세라 뉴스레터를 구독하고, 심지어 언론에 나오지 않은 뒷이야기까지 소개하는 ‘정보지’(일명 지라시)까지 구독한다. 반면 권력과 자본, 시간이 부족한 여성과 서민, 젊은이 등 사회적 약자일수록 상대적으로 뉴스를 회피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소수자의 뉴스 회피 현상은 무지와 냉소, 궁극적으로 불평등과 사회적 고립을 고착화하는 악순환을 낳는다. 결국 뉴스 회피는 양극화의 다른 이름이다.

저널리즘 연구자들은 한국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언론이 과거 어느 때보다 다양하고 고품질의 뉴스를 생산하고 있다고 본다. 기술의 진보로 이런 뉴스는 과거보다 훨씬 저렴하고 손쉽게 접근할 수 있다. 그런데도 언론은 왜 약자들의 뉴스 회피를 극복하지 못할까? 최근 미국 미네소타대 벤자민 토프와 스페인 마드리드/세고비아 아이이(IE)대 루스 파머, 옥스퍼드대 라스무스 클라이스 닐센이 공저한 연구서 ‘뉴스 회피: 저널리즘을 꺼리는 독자들’은 100여명과의 심층 인터뷰를 통해 해결책을 모색한다.

언론은 통상 ‘열성 독자‘, 즉 편집국에 전화를 걸고 댓글을 열심히 남기는 이들에게 귀 기울인다. 하지만 저자들은 뉴스 회피자들에 대한 비판을 넘어, 이들의 입장에서도 이해해 볼 것을 제안한다. 이들이 만난 미국과 영국, 스페인의 뉴스 회피자들은 “뉴스가 지나치게 부정적이고, 무슨 말인지도 모르겠으며, 읽어봐야 바뀌는 게 없다”고 말한다. 이는 본인이 만나는 한국 대학생들의 견해와도 일치한다. 정치의 계절, 신문에는 오랫동안 국내 정치라는 스포츠를 관전해온 ‘열성팬’용 기사로 가득하다. 특별한 계기가 없다면 이 스포츠 입문에는 장벽이 높다. 팬이 아니라도 이해하기 쉬운 기사, 사회적 약자에게 친절하고 읽고 나면 기분이 좋아지는 뉴스 생산이 우민화 내지 대중 추수주의라고 폄훼하는 이들에게 저자들은 쐐기를 놓는다. “주류 언론은 항상 부자들에게 친절하고, 희망을 불어넣어 줬다. 고급 부동산과 금융 투자, 명품 소비재 관련 기사와 광고가 그것 아니고 무엇인가?”

뉴스를 회피하는 젊은이와 전업 주부에게 ‘뉴스 소비는 힙하고, 한국 사회의 건강에 직결되어 있다’는 깨달음을 유발하는 묘수가 있을까? 저자들의 제안 중 뉴스 시사 상식 오락물이나 경진대회, 뉴스 소비와 지식을 뽐낼 수 있는 브랜딩, 알고리즘에 의존해 고도로 개인화한 뉴스 배달 등이 눈에 띈다.

자부심과 홍보도 중요하다. 한국 언론인들은 자신들 평가에 박한 편이다. 일반인들은 언론이 정확하고 깊이 있으며 균형 잡힌 보도를 위해 얼마나 애쓰는지 알지 못한다. 사건 기사 하나에 사회부 경찰 기자와 팀장, 차장과 부장뿐만 아니라 사진, 편집, 교열 기자와 그래픽 디자이너 등 얼마나 많은 인력이 투입되는지를 지인들에게 설명하면 대부분 깜짝 놀란다. 뉴스 생산 과정에 대한 이해가 뉴스 소비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뉴욕 컬럼비아대에서 가르쳤던 커뮤니케이션 학자 제임스 캐리는 뉴스가 주는 효용이 단순한 정보 전달에 머물지 않는다며, 저널리즘을 식전 기도와 같은 ‘의례’로 설명했다. 공동체 안에서 다른 이들과 뉴스를 읽고 논하는 이들은 자신의 가치를 공유하고 인정받을 뿐만 아니라 타인과의 연결성 역시 강화되는 기쁨을 누린다는 것이다. 뉴스 회피자들은 사회적으로 소외되어 있고 파편화되어 있는 경우가 많기에, 이들에게 뉴스 소비 습관의 형성이란 공동체 재건을 뜻한다. 젊은이들이, 서민들이 뉴스를 회피하는 나라에 미래는 없다.

서수민 |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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