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수의 로컬리즘] 지방대의 로컬화

관리자 2024. 4. 17.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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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말뫼의 눈물'이 사라졌다.

로컬공간에 융화·공존하는 상당수 해외명문대가 지방대임을 잊어선 곤란하다.

지방대의 존재이유·지향가치를 로컬로 집중·특화하는 건 대학운명과 지역미래를 가름할 중차대한 혁신함수다.

지방대의 길은 로컬특화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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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지역경제 부활 이끈 모델
교육혁신한 대학이 개발 주도
민관협치 조정·중재 나설 주체
대안 제시할 싱크탱크로 제격
존재이유·지향가치 집중·특화
대학과 지역사회 모두 사는길

스웨덴 ‘말뫼의 눈물’이 사라졌다. 2002년 현대중공업에 번영의 상징이던 ‘골리앗 크레인’을 단돈 1달러에 팔아야 했던 스웨덴 최대 항구도시 말뫼가 되살아났다. 지역경제 쇠퇴샘플의 화려한 부활은 말뫼대학에서 시작된다. 폐업 후 방치된 조선소 땅에 대학을 세워 지역특화형 혁신 인재를 배출하면서부터다. 훌륭한 인재는 기업을 세웠고, 경제를 일으켜 눈물을 영광으로 뒤바꿨다. 리츠메이칸아시아태평양대학(APU). 일본 벳푸시의 도시재생에 현격한 역할을 담당해낸 지방대다. 잃어버린 30년의 소멸위협을 ‘벳푸=관광’으로 풀어냈다. 교육과정을 해체·혁신해 지역혁신에 올인했다. 100여개국에서 유학생이 등록하는 명소가 됐다.

어디 이뿐일까. 노키아의 붕괴가 불을 지핀 헬싱키시(핀란드)의 불황경제도 현지 대학의 화학적 결합체계로 벗어났다. 교육체계를 로컬산업으로 재편한 것이다. 디트로이트 웨인주립대도 ‘자동차=지역산업’의 특화모델을 주도했다. 로컬리즘이 국정 의제가 된 일본은 적극적·구체적이다. 확장모델까지 실험된다. 큐슈지역의 ‘파크스’는 로컬회복을 위해 18개 지방대가 뭉쳤다. 스타트업에 특화된 로컬대학간 협력플랫폼이다.

위의 공통점은 ‘대학+로컬=활력’으로 통한다. 지역소멸을 대학등판으로 완화·극복한 능동·모범적인 유명 사례다. 결국 재생작업을 둘러싼 지방대의 역할투입과 로컬복원의 성과창출은 비례한다. 즉 암울한 소멸경고에 휩싸인 한국의 지방지역에 시사하는 바가 적잖다. 고학력·대기업을 좇아 수도권에 쏠린 청년행렬을 막아낼 때다. ‘청년유출→정원미달→지속불능’의 지방대 위협론과 ‘인구유출→상권붕괴→불황심화’의 지역발 악순환은 닮았다. 로컬이란 배에 올라탄 운명공동체란 얘기다. 복작대던 시절을 재현하려는 체력복원 프로젝트에 이견은 없다. 되레 지방대의 약세가 소멸론의 빌미를 줬다는 점에서 달라진 재생주체로 적극적인 의지·능력을 발휘하는 게 옳다.

농산어촌의 활로모색은 처절하고 치열하다. 다사(多死)사회답게 주민등록인구 제로의 유령마을도 시간문제다. 방방곡곡 난상토론 속 재생실험이 한창인 이유다. 아쉽게도 갈길은 멀고 잡음은 많다. 오류·실패를 피하자면 새로운 접근·조합이 좋다. 이때 지방대만큼 파워풀한 보완·대안 주체도 없다. 관민협치를 조정·중재하고 재생방향을 설계·운영할 싱크탱크로 제격이다. 소멸의 아픔을 겪은 선진사례 대부분은 대학 투입 후 혁신도시가 됐다. 로컬공간에 융화·공존하는 상당수 해외명문대가 지방대임을 잊어선 곤란하다.

지방대의 등판은 소멸위협을 줄여줄 유력한 방안 중 하나다. 국정 의제인 지방시대를 위한 강력한 실행무기다. 없다면 몰라도 있다면 한층 유리하다. 지방대의 존재이유·지향가치를 로컬로 집중·특화하는 건 대학운명과 지역미래를 가름할 중차대한 혁신함수다. 이 와중에 5년간 1000억원씩 지원하는 글로컬대학(30개)도 생겼다. 중앙주도·지역종속형 프로그램이라 한계가 많겠지만, 혼란은 줄이고 성과를 키울 때다. 사업수주보다 중요한 건 기대효과의 확보다. 한가로운 인식과 케케묵은 자세로는 곤란하다. 로컬재생에 투입될 지역자산(자본+부채)을 맵핑해 이리저리 꿰어보며 지역만의 특화모델을 만드는 게 관건이다. 번잡해도 관민산학 등 지역주체 전체 참여가 권유된다. 역할·책임이 뚜렷한 협치를 위해서다. 지방대의 길은 로컬특화뿐이다. 그래야 덜 뺏기고 더 찾는다. 대학과 로컬은 공생관계·동거동락일 수밖에 없다. 대학 중심의 리빙랩·플랫폼이 뛴다면 소멸은 없다. 자치 교육이 녹아든 지역학의 지방대가 버텨준다면 더더욱 아파할 로컬은 없다.

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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