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크리에이터] “사업·사람 키우니 지역상권이 살아났어요”

정성환 기자 2024. 4. 1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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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크리에이터] (18) 이상창 ''세상상회'' 대표 <충북 충주>
지역농산물 활용한 디저트 판매 눈길
상인들 협동조합꾸려 ‘담장마켓’ 열어
‘알바요정’ 13명에 창업노하우 전수도
낙후된 동네 ‘관아골’ 전국구 관광지로
이상창 세상상회 대표(왼쪽)는 아르바이트생을 ‘알바요정’으로 부르며 가족같이 대한다. 이 대표가 열세번째 아르바이트 직원인 구예설씨와 카페에서 환하게 미소를 짓고 있다. 충주=강재훈 프리랜서 기자

충북 충주시 성내동 일대는 요즘 ‘관아골’로 불린다. 조선시대 충주를 관리하던 관리, 충주목이 머물던 관아터가 있기 때문이다. 2016년까지만 해도 낙후된 구도심이던 관아골은 최근 전국에서 가장 ‘핫한’ 동네로 떠올랐다. 네이버 검색어 트렌드에 따르면 2016∼2023년 ‘관아골’ 검색량은 50배 늘었고, 성내동 공실률은 50%에서 12%로 내려갔다. 지금은 연간 200팀 이상이 지역재생 비결을 배우러 관아골을 찾는다. 시는 관아골 도시재생 사례로 2023년말 ‘생활권 단위 로컬브랜딩 활성화 지원사업’에서 대통령 표창까지 받았다. 그 중심에 카페 ‘세상상회’와 이상창 대표(42)가 있다.

이상창 세상상회 대표(오른쪽 두번째)가 행정안전부 지역경제정책과 공무원들에게 충북 충주 관아골 사례를 설명하고 있다.

이 대표는 지역재생 컨설턴트 출신 귀촌인으로, 2018년 빈집 두채를 매입해 세상상회를 열었다. 당시 관아골은 담배나 피우는 뒷골목이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성내동이 오히려 성공하기 좋은 지역으로 보였다고 말한다.

“충주 하면 뭐가 떠오르세요? 사과? 김선태 시 주무관? 그거 말고 딱히 없죠? 저는 충주가 엄청난 블루오션으로 보였어요. 제가 조금만 잘하면 금방 눈에 띄겠더라고요.”

실제로 충주는 ‘노잼도시(재미없는 도시)’라는 웃지 못할 별명이 붙어 있다. 한국관광데이터랩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충주 방문객은 2599만명으로 유명 관광지역인 경기 가평(2684만명), 전남 여수(2781만명)와 견줄 만하다. 하지만 방문자수 상위 장소는 활석 광산을 재탄생시킨 ‘활옥동굴’이나 중앙탑공원 등지로 몇몇 명소와 골프장 리조트에만 사람이 몰린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이나 강남구 가로수길처럼 젊은 관광객을 끌어들일 매력 있는 장소가 부족했었다.

‘담장마켓’은 관아골에서 열리는 장터로 회당 평균 2000명이 방문한다. 세상상회

이 대표는 관아골을 충주 문화 중심지로 만들었다. 세상상회는 세련된 인테리어와 지역농산물을 활용한 디저트로 인기를 끌었다. ‘복숭아 스무디’는 부모님이 직접 기른 복숭아로 만든 대표 메뉴다. 세상상회는 월평균 2000만원의 매출을 올렸고 금세 지역 핫플로 떠올랐다. 이 대표는 본인 매장을 더 키우기보다는 함께 일할 사람을 늘렸다. 2018년말 관아골 상인 다섯명과 협동조합을 만들었고 매달 골목 장터를 열었다. 바로 올해 20회째를 맞는 관아골 대표 장터 ‘담장마켓’이다. 이들은 관아골 골목에서 과일과 작은 소품, 로컬 굿즈를 판매한다. 지금은 회당 평균 판매자 50팀, 구매자 2000명이 방문하는 충주 대표 장터로 자리 잡았다. 판매 신청자가 너무 많아 선착순으로 운영할 정도다. 이 대표는 성공 사례를 바탕으로 지역청년들에게 창업 노하우를 전수하기로 마음먹었다.

“로컬 크리에이터는 자기 혼자 성공해서 되는 게 아니에요. 결국 주변 사람과 함께 지역을 바꿔나가는 게 중요하죠. 다 같이 모여 사라질 뻔한 골목을 살렸듯 창업 노하우도 함께 나누기로 했습니다.”

이준영 카페&스테이 평정 대표는 세상상회 네번째 아르바이트생이자 로컬 창업 수제자다.

이 대표는 그렇게 함께 일하는 사람을 하나둘 관아골에 눌러앉혔다. 덕분에 세상상회는 로컬 크리에이터 사관학교로 통한다. 이 대표는 아르바이트생 구인 공고를 올리지 않는다. 대신 매장 단골이나 지역에 애정이 있는 청년에게 먼저 다가간다. 그는 아르바이트생을 ‘알바요정’으로 부르며 자신이 가진 창업 노하우를 전수한다. 실제로 1호 알바요정은 세상상회 옆에서 ‘작업실’이라는 카페를 운영하다가 얼마 전 스페인에 새 가게를 열었다. 4호 알바요정은 관아골에서 ‘평정’이라는 카페 겸 숙소를 4년째 운영한다. 지금까지 13명의 알바요정과 인연을 맺은 이 대표는 명절마다 찾아와 안부를 묻는다고 말하며 미소 지었다.

“다른 로컬 크리에이터가 성장하면 우리가 사는 지역이 성장하고, 그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사람들이 찾아오죠. 덕분에 제 카페나 주변도 성장할 것이라고 믿어요.”

이 대표의 10년 뒤 목표는 전문 상권 관리 회사를 차리는 것이다. 이미 중소벤처기업부 로컬브랜드 창출사업을 준비 중이라는 그는 담장마켓을 연 2회로 줄이고 내실을 다질 예정이다. 이 대표는 먼 미래에는 아들이 물려받고 싶어할 정도로 탄탄한 사업체가 될 것이라고 야심차게 외쳤다.

“예산 받고 이목 끄는 건 끝난 단계라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로컬이 반짝 뜨는 유행이 아니라 10년이고 20년이고 끄떡없다는 걸 증명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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