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친 순간 여행만큼 좋은 친구 있을까…소설로 떠나는 남미

조봉권 기자 2024. 4. 17. 03:03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비법은 풍뎅이의 등에 나 있는 돌기와 도랑이에요. 풍뎅이는 밤이 되면 죽을힘을 다해 사막 모래언덕의 꼭대기로 올라가요. 언덕 꼭대기는 밤하늘로 열을 반사하여 주변보다 서늘하기 때문이죠. 해가 뜨기 직전 안개가 끼어 바다에서 촉촉한 산들바람이 불어오면 풍뎅이는 물구나무를 서서 그쪽으로 등을 세워요. 그러면 안개 속의 수증기가 등에 있는 돌기 끝부분에만 달라붙고 점점 커져요. 어느 정도 커진 물방울은 아래로 굴러떨어지면서 풍뎅이 입속으로 들어가요. 그것을 보고 만든 것이 물 포집 장치인 안개 그물이에요."

나미브사막 풍뎅이처럼 죽을힘을 다해 사막 모랙언덕의 꼭대기로 올라가 물구나무서서 자기 등의 미세 돌기에 안개가 부딪혀 만들어내는 물 한 방울을 마시고 끝내 살고자 한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나미브사막 풍뎅이의 생존법’ 김서련 소설가 단편 6편 엮어

- 직접 다닌 명소 풍경들 녹여내

“비법은 풍뎅이의 등에 나 있는 돌기와 도랑이에요. … 풍뎅이는 밤이 되면 죽을힘을 다해 사막 모래언덕의 꼭대기로 올라가요. 언덕 꼭대기는 밤하늘로 열을 반사하여 주변보다 서늘하기 때문이죠. 해가 뜨기 직전 안개가 끼어 바다에서 촉촉한 산들바람이 불어오면 풍뎅이는 물구나무를 서서 그쪽으로 등을 세워요. 그러면 안개 속의 수증기가 등에 있는 돌기 끝부분에만 달라붙고 점점 커져요. 어느 정도 커진 물방울은 아래로 굴러떨어지면서 풍뎅이 입속으로 들어가요. 그것을 보고 만든 것이 물 포집 장치인 안개 그물이에요.”


소설 속 ‘남자’의 설명은 이렇게 이어진다. “풍뎅이 덕분에 리마 산동네 사람들도 물 부족에서 많이 벗어났어요.”(단편소설 ‘나미브사막 풍뎅이의 생존법’ 중)

소설가 김서련이 새 소설집 ‘나미브사막 풍뎅이의 생존법’(파란나무 펴냄)을 최근 내놓았다. 이 소설집에는 부제가 달려 있다. ‘소설로 떠나는 남미여행’이다. 김서련 작가는 ‘작가의 말’에서 약 1년간 준비한 끝에 마침내 ‘과감히’ 45일 일정의 남미 여행에 나서던 2019년 2월 11일 밤 11시 30분 장면을 써놓았다. 이 소설집에는 표제작을 비롯해 단편 6편을 실었는데, 모두 작가가 남미 여행에서 가꾸고 거둔 작품이다. 수록 작품은 우리 인생에서 여행만큼 좋은 친구도 드물다는 ‘진리’를 차분히 보여준다.

주인공은 모두 한국에서 힘들고 지쳤거나 실패했다. 하지만 아예 주저앉지는 않았다. 주인공들은 간절히 살고 싶어 하고 이겨내려고 애쓴다. 나미브사막 풍뎅이처럼 죽을힘을 다해 사막 모랙언덕의 꼭대기로 올라가 물구나무서서 자기 등의 미세 돌기에 안개가 부딪혀 만들어내는 물 한 방울을 마시고 끝내 살고자 한다. 그런 모습은 함께 여행하게 된 다른 이의 삶에도 영향을 끼친다. 페루 리마 사람들이 풍뎅이를 보고 안개 그물을 만들어 낸 것처럼.

각각 작품은 남미 여행 명소를 옮겨 다니며 펼쳐진다. 표제작은 한국에서 자리 잡지 못하고 페루 리마에서 ‘해외 취업’을 한 젊은 여성이 주인공이다. 주인공은 리마에서 한국인 남성을 알게 된다. 그는 한국에서 철저히 실패하고 파괴된 채 여기로 왔다. “당신은 왜 리마로 왔어요? 이번에는 내가 물었다. 살기 위해서요. 남자는 즉시 대답했다. 그리고 잠시 생각을 하더니 덧붙였다. 세상의 끝에서는 다시 시작할 수 있잖아요. 시작요? 나는 되물었다.”

수록 작품의 얼개는 대체로 이러하다. 어떤 이는 여행의 낭만성이 너무 짙은 게 아닌가 하고 물을 수 있다. 그럴 수 있다. 하지만 삶의 구도는 원래 그런 것 아닌가. 여기서 부딪히고 저기서 깨지면서도 새로운 출발을 꿈꾼다. 그런 사람이 멀리 떠나, 컴퓨터를 껐다 켜서 굳어버린 화면을 되살리듯, 새롭게 다짐하고 변화를 시도하는 일은 자연스럽고 공감 된다. 김서련의 이번 소설집은 공감을 선물한다.

우유니 사막, 마추픽추, 오얀타이탐보, 이구아스칼리엔테스,우수아이아, 부에노스아이레스, 콜론극장…. 작가가 직접 다녔던 남미 곳곳의 이국 냄새 물씬 나는 지명을 만날 수 있다.

Copyright © 국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