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밀라노 선언 20년 만에… 삼성전자 다시 디자인 강조

밀라노/이해인 기자 2024. 4. 17.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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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라노 디자인위크 2024′ 개막

세계 최대 디자인 전시회 ’밀라노 디자인위크2024′ 개막을 하루 앞둔 15일(현지 시각) 레오나르도 다빈치 국립과학기술박물관에 위치한 전시관 ‘레 카발레리제’. 삼성전자가 ‘공존의 미래(Newfound Equilibrium)’라는 이름으로 전시회를 열었다. 밀라노 디자인위크는 매년 전 세계 180개국에서 37만명 이상이 참가하는 세계 최대 디자인·가구 박람회다. 삼성전자는 액자처럼 세워둘 수 있는 스피커 ‘뮤직 프레임’과 화면을 껐을 때 디지털 액자로 활용할 수 있는TV ‘더 프레임’ 등을 선보였다. 도자기 브랜드 무티나, 목재 브랜드 알피와 협업해 제품 커버를 만든 비스포크 제품도 등장했다. 노태문 삼성전자 디자인경영센터장(사장)은 “삶의 전 영역에 큰 영향을 끼치며 대전환을 불러온 AI 시대에 걸맞게 디자인 방향성도 진화시켜가겠다”고 말했다.

15일(현지 시각)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세계 최대 디자인 전시회 ‘밀라노 디자인위크 2024′에 마련된 삼성전자 전시관에 디자인을 강조한 TV ‘더 프레임’과 액자형 오디오 ‘뮤직 프레임’이 놓여있다(위쪽 사진). LG전자도 이날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모오이와 협업해 내놓은 탁자형 공기청정기 ‘에어로퍼니처’(가운데)와 스페인 출신의 세계적 가구 디자이너 파트리시아 우르퀴올라와 협업한 서랍형 냉장고 ‘언더카운터 모듈형 냉장고’를 공개했다(아래쪽)./이해인 기자·LG전자

밀라노는 ‘삼성 디자인, 애니콜 빼곤 1.5류(流)’라며 디자인 혁신을 외친 고(故) 이건희 삼성 선대 회장의 이른바 ‘밀라노 디자인 선언’이 있었던 곳이다. 2005년 이 선대 회장은 밀라노 디자인 위크를 찾아 “애니콜은 일류지만, 삼성의 (평균적) 디자인 경쟁력은 1.5류”라고 밝히며 삼성의 디자인 실력이 미흡하다고 질타했다. 다음 날 밀라노 현지에서 주요 계열사 사장단을 소집하고 디자인 전략 회의를 열어 “삼성의 차세대 핵심 전략은 바로 디자인”이라고 선언했다. 그 직후 삼성전자는 보르도TV와 햅틱폰(터치폰) 등 감성을 살린 디자인 제품을 선보이며 삼성전자의 수준을 한 단계 높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같은 장소에서 삼성전자가 20년 만에 다시 디자인 철학을 공개한 것이다. 노 사장은 “본질을 추구하고, 시대상을 반영해 혁신적으로 조화를 이루는 디자인 방향성을 새롭게 정립했다”고 말했다.

디자인위크가 열리는 이탈리아 밀라노 현장 곳곳에서는 본연의 기능을 하면서도 집 안 인테리어 소품 역할을 하는 가전이 대거 전시됐다. 유명 디자이너, 명품 브랜드와 협업해 디자인을 강조한 제품을 내놓은 것이다.

이탈리아 밀라노 피아차 카브르 광장 인근에 있는 LG전자 ‘시그니처 키친 스위트’ 쇼룸엔 LG의 ‘언더카운터 모듈형 냉장고’가 공개됐다. 겉으로 보기엔 거실이나 침실에 둘 수 있는 일반 장식장처럼 생겼지만 서랍을 열면 음료나 화장품을 넣을 수 있는 냉장고가 나온다. 스페인 출신의 세계적 가구 디자이너 파트리시아 우르퀴올라와 협업한 것이다. 일반 서랍형 냉장고는 약 280만원쯤 하지만 이 제품은 그보다 열 배가량에 팔린다. 성재욱 LG전자 키친솔루션 해외영업팀장은 “디자인을 입히는 순간 희소성과 가치가 올라가면서 가격이 뛴다”며 “이를 찾는 수요를 겨냥해 디자인을 강조한 혁신 제품을 지속적으로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한 가전 업계 관계자는 ”집 한쪽 구석에 설치됐던 가전제품이 디자인 소품처럼 거실 한가운데 자리를 잡는 하나의 오브제가 되면서 디자인은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집 안 인테리어에 관심을 보이는 20~30대가 부쩍 늘어난 것도 디자인 가전이 크게 늘어나는 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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