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HN인터뷰] '파과' 이재림 "액션 너무 힘들어...'타임!' 외치고 싶을 정도죠"

장민수 기자 2024. 4. 16.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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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조각 役, 무대 위 액션 스턴트 화제
"악보, 대본 대신 보호대...액션 연습이 80%"
"날것의 느낌 담아내고자...순수하고 감성적인 인물이죠"
5월 26일까지 홍익대학교대학로아트센터 대극장

(MHN스포츠 장민수 기자) "너무 힘들어서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근데 또 이런 작품을 언제 다시 만날까 싶어 끝나면 아쉬울 것 같기도 해요. 너무 소중한 경험과 시간이라 하루하루 감사하죠." 

배우들의 연기, 노래 못지않게 화려한 액션이 주목받는 뮤지컬 '파과'. 특히 일대다 격투부터 고난이도 스턴트까지 선보이는 어린 조각 역 배우들의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신예로서 남다른 열정으로 고군분투 중인 이재림을 만나봤다.

지난달 15일부터 홍익대학교대학로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공연 중인 '파과'는 구병모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창작 초연작이다. 60대 여성 킬러 조각과 그를 둘러싼 인물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킬러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다 보니, 무대 위 펼쳐지는 액션이 많다. 흔히 뮤지컬에서 볼 수 있는 정도가 아니다. '이게 가능할까' 싶을 정도의 난이도. 배우들은 날고뛰고 넘어지며 영화에서나 볼법한 액션 연기를 라이브로 선보인다.

배우들도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고 한다. 이재림은 "어린 시절 역할이다 보니 (이지나) 연출님께서 키가 작은 배우를 찾고 계셨던 것 같다. 같이 해보자고 제안 주셨는데, 처음에는 액션 얘기는 없었다"라며 농담 섞인 원망을 드러냈다.

출연을 확정한 후로는 노래와 연기 연습보다 액션 연습이 주를 이뤘다. 어릴 적 육상을 하고 체고 입시를 고민했을 정도로 타고난 운동 신경을 갖춘 이재림이지만 난이도는 상상 이상이었다고.

"몇 달간 '파과'를 준비하면서는 액션스쿨다니는거라고 생각이 들 정도였어요. 노래랑 연기 연습보다 액션 연습이 더 많았죠. 갈 때마다 대본과 악보가 아니라 보호대, 장갑 같은 걸 챙겨 다녔어요. 전체의 80%는 액션 연습이었던 것 같아요."

치열하게 연습했지만 개막 한 달여가 지난 지금도 무대 위에서는 여전히 힘들다. 공연이 끝나면 1-2kg은 빠져있을 정도. 특히 쉼 없이 연속되는 1막 후반부 액션 시퀀스에서는 공연을 멈추고 싶은 생각까지 든다며 혀를 내둘렀다.

"하다가 '타임!'을 외치고 싶을 정도예요. 더 하면 쓰러질 것 같다, 도망치고 싶다는 생각도 들어요. 어린 조각이 얼마나 힘들었을지가 느껴지더라고요. 그리고 류가 너무나 나쁘게도 마지막에 칼로 제 팔을 베요. 그때 대사가 욕을 내지르는데, 정말 온 힘과 진심을 다해서 그 대사를 하게 되죠.(웃음)"

매일 뛰고 구르니 몸이 성할 리 없다. 큰 부상은 아니라도 타박상은 기본으로 달고 살 정도. 

"상대가 다 남자인데 오빠들이 아무리 힘을 빼고 해도 하다 보면 순간적으로 진짜 때리게 되는 경우도 많아요. 그렇게 넘어지고 던져지는데 너무 서럽더라고요. 하다가 코를 맞은 적도 있고, 상대 배우들은 제 손톱에 긁히기도 하고요."

이재림은 생존을 위한 독하게 발버둥 치는 모습부터 류를 향한 사랑까지 다양하게 그려내고 있다. 그런 어린 조각에 대해 그는 "날것의 느낌을 담아내고자 했다"고 소개했다. 

"킬러라고 해서 말을 무섭게 한다던가 분위기가 어두운 게 아니라 그냥 똑같은 사람이라고 봤어요. 표현에 있어서도 전형적인 킬러 분위기를 빼고 일반적인 인간이 가진 표현들에 집중했죠. 대신 조각은 표현에 서툰 거죠."

"마냥 패기 넘치고 자신감 넘치고, 감정은 메말랐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순수하고 감성적인 걸 표현할 줄 아는구나 알게 됐어요. 특히 류를 바라보는걸 보면 그렇죠. 이성적인 사랑보다는 봄날의 햇살처럼 삶의 이유를 알게 해준 단 한 명의 존재니까요."

액션 못지않게 격한 감정연기 때문에 오는 체력 소모도 크다. 특히 사랑과 우정, 부모와 친구를 오가는 류와의 관계는 복잡미묘한 만큼이나 감정적으로 건드리는 요소가 많다. 이재림 역시 '파과'를 "사랑이야기"로 정의했다. 그러나 직접적인 대사로 표현하지는 않기에 배우로서 고민이 많은 지점이다.

"어린 조각이 눈물 버튼이라고, 나올 때마다 슬프다고 하시는 분들이 많으세요. 저도 하면서 많이 울어요. 다 나 때문에 이렇게 된 것 같고. 특히 류의 희생 장면에서는 무대 세트가 내려와서 제가 좀 가려지긴 하는데 그때 대성통곡하거든요. 정말 많이 울어요."

"우리 작품에서 사랑을 나타나는 대사는 없어요. 결국 잠깐의 눈빛이나 고갯짓 하나로 깊은 사랑을 보여줘야 하죠. 무대에서 그게 보여지지 않으면 아무것도 안 된다는 얘기를 많이 해요. 정신적 지주처럼 서로를 의지하고 버티고 있구나 보여주는 게 가장 중요한 부분인 것 같아요."

연기와 액션에 비해 넘버가 부족한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솔로곡 '봄날의 햇살', 조각과 부르는 듀엣 '지키고 싶은 것' 단 두곡 뿐. 이재림 역시 "연출님께 맨날 노래하고 싶다고 징징대기도 했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렇기에 단 하나 있는 솔로 넘버에 더욱 온 힘을 쏟아낸다. 

"솔로곡 부를 때 좀 슬퍼요. 힘든 내 삶에 한 줄기 빛처럼 조명도 빛 몇 가닥이 쏟아지는데 뭉클하죠. 앞 장면에서 미군을 죽이고서 바로 넘버를 부르다 보니 숨이 차거든요. 안정된 상태로 부르면 더 좋지 않을까 싶기도 한데 어떻게 보면 그래서 감정적으로 더 벅차 보이기도 하는 것 같아요."

이재림은 지난 2021년 'DIMF 뮤지컬 스타' 3위를 차지하며 주목받고, 뮤지컬 '원더티켓 - 수호나무가 있는 마을', '작은아씨들', '더데빌: 에덴', '더데빌: 파우스트'에 출연하며 경력을 쌓고 있는 신예다.

그런 와중에 만난 '파과'다. 액션에 가려졌지만 연기적으로 많이 더욱 성장한 모습을 보여줬다. 게다가 액션이라는 무기까지 장착했으니, 앞으로 더 많은 작품에서의 활약이 기대된다.

"이번 작품 통해 제일 크게 감사한 건 연기에서의 습관이나 버릇, 기름기 같은 과한 부분들이 많이 정리가 됐다는 점 같아요. 연출님과 선배님들 덕분에 버릴 것들은 버릴 수 있게 됐죠. 배우로서 정말 크게 얻고 가는 작품이에요."

"앞으로는 믿고 보는 배우가 됐으면 좋겠어요. 카멜레온처럼 늘 변화하는 모습 보여주면서도 믿음을 드리고 싶고요. 이것도 저것도 잘하는 매력 있는 배우라는 말 듣는 게 목표예요. 기회가 된다면 다양하게 도전하면서 하나씩 쌓아 올리고 싶고요."

사진=MHN스포츠ⓒ이지숙 기자, PAGE1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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