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 아이 ‘모두의 놀이터’된 송림지하보도, 느닷없는 유료화 논란

이승욱 기자 2024. 4. 16.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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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동구 송림동에는 오래된 지하광장이 있다.

실제 동구가 작성한 '2024년도 아뜨렛길 지하광장 위탁 운영계획안'을 보면 "정식 운영 기간에는 시범운영 결과를 토대로 이용료를 재검토할 예정"이라는 내용과, "유료 운영 전환 시 발생하는 수익금을 각종 사회공헌사업을 통해 지역에 재투자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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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동구 송림동 옛 송림지하보도
46억 리모델링 뒤 ‘아뜨렛길’ 각광
지자체, 내년 유료화 검토…주민 ‘걱정’
16일 오후 1시 인천 동구 송림동에 있는 송림골 아뜨렛길에서 노인들이 장기와 바둑을 두고 있다. 이승욱 기자

인천 동구 송림동에는 오래된 지하광장이 있다. 주변 전통시장과 연계한 상권 형성을 위해 2006년 개통한 지하통로다. 원래 이름이 ‘송림지하보도’지만, 힘겹게 계단을 오르내려야 하는 데다 지상에 횡단보도까지 있어 얼마 안 가 사람이 찾지 않는 유령공간이 됐다. 지자체는 이 공간을 살리기 위해 온갖 아이디어를 짜냈다. 2012년엔 엘이디 조명으로 쌈채소를 키우는 ‘식물공장’과 친환경 북카페를 만들었다. 하지만 공간 성격상 많은 사람을 끌어모으기엔 역부족이었다. 투자 규모를 키워야 했다.

2021년 동구는 46억원을 들여 리모델링에 착수했다. 젊은층이 찾는 북카페와 청소년 댄스 연습장을 조성했고, 중장년이 주로 이용하는 쉼터까지 만들어 다양한 연령대의 주민들이 모여들게 했다. 지난 1월2일 공사를 마치고 일반에게 개방했다. 이곳에 동구는 ‘아뜨렛길’이란 새 이름을 붙였다. 결과는 성공이었다. 개장 뒤 이곳을 찾는 주민은 하루 평균 100명이 넘는다.

16일 오후 1시 아뜨렛길을 찾았을 때 장기·바둑장에서는 6개 테이블 가운데 3곳에서 치열한 대국이 펼쳐지고 있었다. “에잇 이 양반아, 외통수인데 거길 두면 어떻게 해?” 대국자들의 신경전과 구경꾼들의 훈수 소리가 요란했다. 바로 옆 탁구장의 열기도 뜨거웠다. “그렇지.” “좋아 좋아.” 스코어가 날 때마다 함성과 응원 소리가 쩌렁쩌렁 울려퍼졌다. 중장년층만이 아니었다. 탁구장 옆에선 인근 초등학교 학생들이 현장학습 시간을 이용해 가상현실(VR) 체험을 하고 있었다. 주민 장덕성(70)씨는 “예전엔 곰팡내 나고 사람도 없어 잘 찾지 않았는데, 리모델링을 하고 나선 매일 나오다시피 한다. 우리처럼 나이 든 사람뿐 아니라 젊은이, 아이들도 함께 모이니 활기가 넘친다”고 했다.

하지만 이용자들은 최근 불길한 소식을 들었다. 관할 지자체가 내년부터 이 공간을 유료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얘기였다. 실제 동구가 작성한 ‘2024년도 아뜨렛길 지하광장 위탁 운영계획안’을 보면 “정식 운영 기간에는 시범운영 결과를 토대로 이용료를 재검토할 예정”이라는 내용과, “유료 운영 전환 시 발생하는 수익금을 각종 사회공헌사업을 통해 지역에 재투자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아뜨렛길을 위탁 관리하는 사회적협동조합 관계자도 이날 기자에게 “동구에서 이 공간을 유료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고 했다.

지난 주말 송림골 아뜨렛길에서 열린 벼룩시장 모습. 장수진 동구의원 제공

주민들은 불만이다. 체험학습을 위해 학생을 인솔하고 이곳을 찾은 서흥초 교사 송한별씨는 “주민들을 위해 만든 시설인데, 지금처럼 다양한 세대가 이용할 수 있게 유료화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기자와 함께 아뜨렛길을 찾은 동구의회 장수진 의원도 “유료화를 걱정하는 주민들이 굉장히 많다. 위탁사업비를 늘리는 방법으로 무료로 운영할 수 있는지 검토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동구 쪽은 아직 유료화가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한다. 한 관계자는 “시범운영 기간 동안 주민 이용률 등을 토대로 유료화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이승욱 기자 seugwook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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