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 부족 시달리는 우크라, 서방의 전폭적 이스라엘 지원에 소외감·분노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이 이란의 대규모 공습을 받은 이스라엘에 전폭적 지원을 아끼지 않으면서 서방의 군사 지원이 크게 약화된 우크라이나가 소외감과 분노를 느끼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와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전 세계는 이스라엘의 동맹국과 주변 국가들의 행동을 통해 테러로부터 (국가를) 보호하는 데 단결이 얼마나 효과적인지 확인했다”면서 “테러는 어떤 곳에서는 더 많이, 어떤 곳에서는 더 적게가 아니라 모든 곳에서, 완전하게 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전 세계는 이스라엘이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이스라엘의 동맹국이 공중에서의 위협을 제거하는 것을 지켜봤다”면서 “우크라이나가 동맹국들에 러시아 미사일과 무인기(드론)에 눈감지 말아 달라고 할 때는 과감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교장관도 이날 불가리아에서 열린 흑해안보회의에서 서방을 향해 “당신들이 이스라엘에서 보여준 만큼은 아니더라도, 우리가 필요로 하는 것을 제공해 달라. 나머지는 우리가 알아서 하겠다”며 지원을 호소했다.
우크라이나가 이처럼 서방에 대한 서운함을 적극적으로 표출한 배경에는 이란의 공습 과정에서 드러난 서방의 이스라엘 지원과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 사이의 도드라진 간극이 존재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2022년 2월 러시아의 침공 이후 이란제 샤헤드 드론과 순항미사일, 탄도 미사일, 공중 유도 폭탄 등을 동원한 러시아의 공습에 지속적으로 시달려왔다. 우크라이나는 개전 초기부터 전투기와 장거리 미사일 지원을 요구했으나 서방은 확전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지원을 미뤘다. 지난해 여름 무렵 지원이 승인된 F-16 전투기는 올해 7월에나 첫 6대가 배치될 전망이다.
전쟁 장기화로 무기 부족에 시달리는 우크라이나는 서방의 추가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지만 미국의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은 6개월 가까이 의회에서 발목이 잡혔고, 독일은 순항 미사일 지원 요청을 거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11일 수도 키이우 인근 대형 화력발전소가 러시아의 공습으로 파괴됐다. 북동부 하르키우에서는 주민 20만명이 단전 위기에 처했다. 러시아는 지난주에만 이란제 샤헤드 드론 130기, 미사일 80기, 유도 폭탄 80기를 우크라이나에 퍼부었다.
반면 지난 주말 이스라엘에 대한 서방의 지원은 신속하고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13일 밤 이란의 공습이 시작되자 미국은 F-15E 전투기, 이라크의 패트리엇 방공 시스템, 해상 구축함 등을 동원해 요격에 나섰다. 영국, 프랑스, 요르단도 거들었다. 이스라엘은 이 같은 서방 지원에 힘입어 이란이 발사한 300기 이상의 드론, 탄도 미사일, 순항 미사일의 99%를 요격하는 철통같은 방어력을 과시했다.
우크라이나가 민간 시설 방어를 위해 꼭 필요하다고 말하는 패트리엇 시스템만 놓고 봐도 차이는 확연하다. 우크라이나에 있는 패트리엇 포대는 3~5개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크라이나 전역 방어를 위해 필요한 규모(25개)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반면 우크라이나 면적의 27분의 1에 불과한 이스라엘에는 패트리엇 포대 8개가 배치돼 있다. 이스라엘은 패트리엇 이외에도 자체 개발한 ‘아이언돔’과 미국과 공동으로 개발한 ‘다윗의 돌팔매’, ‘애로우-2’ 등으로 촘촘한 방공망을 구축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에 대한 서방 지원에 차이가 발생하는 것은 러시아와 이란이 제기하는 군사적 위협의 크기가 다르기 때문이라고 WSJ는 분석했다.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이나 직접적인 전투 개입이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핵탄두를 보유한 러시아의 핵무기 사용을 부추길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왔다. 반면 이란은 핵무기를 만들기에 충분한 핵연료를 확보한 것으로 추정되나, 이스라엘이나 미국의 동맹국을 상대로 핵공격을 할 능력은 갖추지 못했다.
이스라엘을 바라보는 우크라이나인들의 감정에는 소외감과 분노가 뒤섞여 있다.
우크라이나 유명 소설가 옥사나 자부주코는 페이스북을 통해 “이스라엘은 서방이 겸손의 자세로 엎드리지 않는 적과 마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크라이나 의회 의원 올렉시 곤차렌코는 텔레그램을 통해 “우크라이나가 이번 일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결론은 무엇인가? 우리는 오직 우리 자신만 믿을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르키우 주민 세르히이 자이체우는 WSJ에 “미국이 보내준 모든 지원에 감사한다”면서 “그렇긴 해도 일말의 서글픔이 있다. 미국의 지원이 적기에 도착했더라면 전선의 상황은 지금과 완전히 달랐을 것이고 우리는 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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