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속 MZ세대의 짠테크… ‘무지출 챌린지’ 응원방부터 ‘냉장고 파먹기’까지

조연우 기자 2024. 4. 16.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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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용사무실에서 일하는 프리랜서 정모(33)씨는 최근 집에 남은 반찬으로 도시락을 만들어 점심을 해결하고 있다.

정씨는 "물가는 오르는데, 벌이는 그대로라 지출을 줄이기로 결심했다"며 "외식을 줄이고 커피도 탕비실 커피로 대체하면서 지출 30~40% 아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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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지출 0원·만원 이내”…고강도 허리띠 조르기
식사는 구내식당·탕비실서 해결…근거리 도보 이용
헬스장·외식 대신 야외 운동 후 ‘냉장고 파먹기’ 인기
국내 대표적인 외식 품목 8개 중에서 김밥과 김치찌개 가격이 지난달에 또 올랐다. 최근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종합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서울 기준으로 김밥 가격은 10월 3254원에서 11월 3292원으로, 김치찌개 백반은 같은 기간 7846원에서 7923원으로 각각 올랐다. /뉴스1

공용사무실에서 일하는 프리랜서 정모(33)씨는 최근 집에 남은 반찬으로 도시락을 만들어 점심을 해결하고 있다. 정씨는 “물가는 오르는데, 벌이는 그대로라 지출을 줄이기로 결심했다”며 “외식을 줄이고 커피도 탕비실 커피로 대체하면서 지출 30~40% 아꼈다”고 말했다.

유례 없는 고물가·고금리 탓에 최근 MZ세대 사이에서는 ‘짠테크(짜다와 재테크의 합성어)’ 열풍이 불고 있다. 하루 종일 한 푼도 쓰지 않는 ‘무(無)지출 챌린지’부터 하루에 만원 이하를 소비하는 ‘만원의 행복’ 등 소비를 극단적으로 줄이는 청년층이 늘고 있다. 이들은 ‘외식 줄이기’, ‘근거리 도보 이용’, ‘회사 구내식당 이용’, ‘앱테크’, ‘중고 거래 시장 활용’ 등 통해 지출 줄이는 추세다. 헬스장 대신 야외 공원에 설치된 운동기구를 쓰기도 한다.

지난 15일 오후 7시 40분쯤 망원 한강공원에서 러닝크루가 같이 뛰고 있다./ 조연우 기자

지난 15일 오후 8시 망원한강공원은 헬스장 런닝머신 대신 ‘한강 달리기’에 나선 사람들로 북적였다. 이곳에서 만난 직장인 김장우(36)씨는 ‘무지출 챌린지’에 동참하면서 “냉면 한 그릇만 먹어도 1만원 이상이 나오는 시대가 됐다”며 “다니던 헬스장을 그만두고 저녁 약속을 줄이면서 결혼 자금을 마련하고 있다”고 했다.

이런 흐름은 통계로도 나타났다. 16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 2월 기준 소매판매액 지수는 101.4로 코로나 팬데믹 위기로 소비가 급격히 얼어붙던 때인 2020년 11월(101.2)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물가 상승에 고금리로 인한 이자 부담까지 겹치자 소비가 크게 줄어든 것이다.

돈 버는 애플리케이션(앱)을 이용해 포인트를 모아 현금화하는 ‘앱테크’를 하는 청년도 있다. 걸으면서 돈도 벌 수 있는 앱을 사용하는 취준생 장수민(25)씨는 이날 여의도한강공원에서 러닝크루와 함께 6㎞를 뛰고 포인트를 적립했다. 주말 아르바이트 외엔 소득이 없는 장씨는 “매일 최대 140원까지 모을 수 있어 한 달에 커피 한 잔 값은 버는 셈”이라고 말했다. 비슷한 서비스를 운영 중인 토스 관계자는 “최근 들어 물가가 크게 오르면서 앱을 사용하는 이용객도 늘었다”고 말했다.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무지출 챌린지 관련 게시물들./ 인스타그램 캡처

냉장고에 있는 음식 재료를 소진할 때까지 장을 보지 않는 ‘냉장고 파먹기’도 인기다. 12년 차 주부 A씨는 “가스, 전기 요금이 오른 만큼 식비라도 줄여야겠다 싶어서 남은 반찬으로 요리할 수 있는 레시피를 연구했다”며 “마트에 가면 기본 몇십만원은 깨지다 보니 장보기를 피한다”고 말했다.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는 서로 지출 절제를 돕는 ‘거지방’이 등장해 서로의 소비를 평가하고 있었다. 낭비라고 생각되는 소비에는 비판이 이어지고, 돈을 안 쓴 사람들에게는 칭찬이 오가면서 무지출 챌린지를 독려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불경기로 소비심리가 크게 줄어들면서 비롯된 우울감과 심리적 상실감을 놀이문화로 바꿔 동질감을 느끼고 위안을 얻기 위한 동향으로 볼 수 있다”며 “지출을 억제하는 것이 힘든 일인 만큼 서로 응원하는 문화는 더 확산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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