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경기 31골 내준 골키퍼 “경기 내내 눈물 숨겼다”···미국령 사모아 살라푸의 회고
A매치에서 0-31 패배를 당한 선수들의 심정은 어떨까. 특히 31골이나 내준 골키퍼의 아픔은 얼마나 클까. 2001년 4월 국제축구 역사상 가장 큰 패배를 당했던 그때 그 골키퍼가 이젠 추억이 됐지만, 잊을 수 없는 그 특별한 경험에 대해 털어놓았다.
영국 공영방송 BBC의 팟캐스트 ‘스포팅 위트니스’는 16일 미국령 사모아 골키퍼 니키 살라푸의 인터뷰를 전했다.
당시 막 20살이었던 살라푸는 미국령 사모아의 골키퍼 장갑을 끼고 A매치를 치렀다. 당시 10대 선수들 중심으로 팀을 꾸렸던 약체 미국령 사모아는 호주와 2002 한·일 월드컵 지역 예선에서 만났다. 비교가 안될 정도로 전력 차가 컸고, 경기가 끝났을 때 31-0이라는 점수가 전광판에 새겨졌다. 그는 경기를 치르면서 눈물을 숨겨야 했다고 고백했다.
살라푸는 “게임이 끝날 때까지 기다리기 위해 모든 감정을 억누르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당시 미국령 사모아의 인구는 5만8000명에 불과했고, 국제축구연맹(FIFA) 회원국이 된지 3년 밖에 안된 그야말로 신출내기였다. 더욱이 당시 FIFA는 미국령 사모아에 미국 여권 소지자만 국가대표가 될 수 있다고 규정했다. 20명의 선수를 이미 뽑았는데, 살라푸만이 유일한 자격자였다.
살라푸는 “우리는 2주 안에 선수들을 새로 찾아야 했다. 결국 고등학교에서 아이들을 선택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렇게 꾸려진 대표팀은 15세 선수가 3명이 있고, 팀의 평균 연령은 18세에 불과했다. 20세였던 살라푸는 베테랑이었다.
급조된 팀의 결과는 당연히 좋지 않았다. 피지에 0-13, 사모아에 0-8로 패했다. 통가에 0-5로 졌을 때는 “성공한 것처럼 느껴졌다”고 했다.
마지막 호주전을 남겨둔 미국령 사모아의 목표는 통가가 호주에 0-22로 패한 것보다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의 바람은 물거품이 됐다. 호즈는 전반 8분에 비교적 늦게 첫골을 허용했지만, 호주는 이후 골폭풍을 몰아쳤다. 호주의 아치 톰슨은 75분 만에 13골을 넣었다. 데이비드 즈드리치는 8골을 넣었다.
살라푸는 호주의 파상 공세 속에 수비수까지 많이 골문 앞에 몰려 있어 공을 보기도 어려웠다고 했다. 그는 “골대 앞에 뭉쳐 있지 말고 앞으로 나가라”고 말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당시의 참패 이후에도 숱하게 실점하며 패배의 기억만 쌓아올린 살라푸는 10년 뒤 아픔을 털어낼 수 있었다. 2011년 11월, 미국령 사모아는 통가와 2014 브라질월드컵 지역 예선 1차전에서 맞붙었다. 살라푸는 “그때 우리팀은 이길 것이라고 확신했다”고 말했다. 실제 미국령 사모아는 전반 종료 직전과 후반 29분에 골을 넣었다. 후반 42분 실점했지만 마지막을 잘 버텨내 2-1로 승리하며 마침내 FIFA 공인 A매치에서 첫승의 기쁨을 맛봤다.
살라푸는 “2001년 호주전 이후 축구에서 눈물을 흘린 건 그때가 처음이었다”고 말했다. 미국령 사모아의 이 스토리는 타이카 와이티티 감독이 ‘넥스트 골 윈즈’라는 영화로 만들어 지난 1월 개봉되기도 했다.
불혹을 넘긴 살라푸는 여전히 미국령 사모아 국가대표로 뛰고 있고, 그의 아들 딜런은 17세 이하 대표팀에서 미드필더로 활약하고 있다.
양승남 기자 ysn9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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