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직장인을 위한 행동경제학

장윤서 기자 2024. 4. 16.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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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행동과 판단에는 우리도 모르는 이유가 있다”
막스플랑크 연구소의 50가지 행동경제학 실험
직장인을 위한 행동경제학./비아북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과 함께 ‘뉴노멀’이 된 재택근무에 관한 뜻밖의 연구 결과가 있다. 스탠퍼드대의 니컬러스 블룸 교수와 공동저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재택근무자들의 생산성은 기존보다 13% 증가했다. 일에 대한 만족도도 높았다. 하지만 회사로 출근한 사람들에 비교해 승진 가능성은 오히려 낮아진 것으로 조사됐다. 경력 확대를 위한 네트워킹은 집보다 회사에서 더 강화되기 때문이다. 재택근무가 직원에게만 좋은 제도일 것이라는 일반적인 생각과 다르게, 회사에게는 이득이지만 직원 입장에서는 명과 암이 있는 제도였던 셈이다.

이러한 재택근무에 관한 연구는 기존 경제학 이론만으로는 해석할 수 없다. 인간이 언제나 합리적인 선택만 할 것이라는 전통 경제학의 틀을 깨부수고, 변덕스러운 인간의 심리와 본성이 움직이는 방향에 주목한 이론이 있다. 바로 ‘행동경제학’이다.

지난 40~50년간 행동경제학 분야의 연구는 일상의 경제 문제부터 국가의 정책에도 해법을 제시할 수 있는 정도로 성장했다. 이론과 정책 사례로만은 우리의 일상을 움직이는 행동경제학의 힘을 느낄 수 없다. 책은 직장, 즉 사람들이 일하는 장소와 환경에 주목한다. 슬기로운 직장 생활을 위한 방법론으로 행동경제학 이론을 적용한 책이 나왔다.

31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독일 막스플랑크 연구소 소장 마티아스 수터가 쓴 신간 ‘직장인을 위한 행동경제학’은 최신 행동경제학 이론을 바탕으로 비즈니스 공간에서 진행된 50가지 실험을 소개한다.

행동경제학은 1970년대 리처드 탈러가 처음 학문으로 확립한 이래 줄곧 주목을 받고 있는 최신 경제학 분야다. 행동경제학은 인간의 실제 행동을 심리학, 사회학, 생리학적 견지에서 바라보고 이로 인한 결과를 규명하려는 경제학의 한 분야다. 이는 기존 주류경제학의 ‘합리적인 인간’을 부정하는 데서 시작한다. 오히려 인간이 온전히 합리적이라는 주장을 부정하고, 이를 증명하려는 것이 행동경제학의 입장이다. 경제의 주체들이 비합리적이며 때론 감정적으로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고 주장한다.

책은 직장에서 만나는 이상하고, 비합리적인 결정의 비밀을 행동경제학 이론으로 접근한다. 직장은 인간과 조직으로 구성돼 있다. 직장에서 벌어지는 비합리적이고, 놀라운 결정들은 대체로 이 이론으로 가능하다. 책에서는 인재 채용부터 팀워크 구축, 생산성 증대와 공정성 문제 등 회사에서 부딪히는 온갖 과제와 각종 인간의 비합리적인 결정들이 만나는 순간을 실험을 통해 포착했다. 이와 함께 공정성, 팀워크, 생산성을 끌어올리기 위한 방법론도 제시한다.

책은 총 8부로 구성돼 있다. 직책과 연차에 따라 각 부를 따로 읽을 수 있다. 각 장은 행동경제학의 주요한 실험과 발견을 소개하고, 핵심 요약을 통해 일상생활과 업무에서의 활용 방안도 제시한다.

1부 ‘커리어를 위한 행동경제학’에서는 구직과 경력을 결정하는 요소들을 다룬다. 키나 면접 순서 같은 의외의 요소가 합격 여부를 좌우하기도 한다. 2부 ‘채용과 인재 확보를 위한 행동경제학’에서는 이직과 연봉 등 인센티브와 관련한 채용 효과를 보여준다. 3부 ‘관리자를 위한 행동경제학’에서는 중간 관리자가 효과적으로 직원들의 생산성을 높이는 방법을 소개한다. 4부 ‘성별 차이와 임금 불평등에 관한 행동경제학’은 경쟁심을 중심으로 남성과 여성의 임금 불평등과 해법을 이야기한다.

책 5부 ‘공정과 신뢰에 관한 행동경제학’에서는 사회적 요소가 직원과 기업에 미치는 영향을 설명한다. 남녀 임금 격차를 줄이고, 공정에 호소해 이익을 높이는 구체적인 ‘넛지’ 효과가 주목할 만하다. 6부 ‘임금과 보너스에 관한 행동경제학’과 7부 ‘기업과 시장 윤리에 관한 행동경제학’에서는 인센티브 효과와 회사의 분위기를 좌우하는 기업 문화의 장단점을 따진다. 8부 ‘CEO와 리더십에 관한 행동경제학’에서는 성공하는 CEO들의 자질과 특성을 살펴본다.

책의 몇몇 장에서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를 소개하기도 한다. 예컨대 경쟁심이 강한 사람이 더 소득이 높은 경향을 보인다는 식이다. 성별 간 경쟁심의 차이가 상당하며, 예상한 것보다 훨씬 어린 나이에 이미 그 차이가 두드러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저자는 여러 연구를 두루 살피며 이런 경쟁심 차이가 개인의 특질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성장 배경과 사회 분위기에 원인이 있음을 통찰한다. 성별 격차를 개선하는 것이 실질적으로 회사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또 어떤 조건에서 여성이 남성과 동일한 경쟁심을 보였는지를 실험을 통해 제시한다.

또 저자는 성별 비율과 컴퓨터 알고리즘이 회사의 생존과 수익에 도움이 된다는 실질적인 증거도 제시한다. 비엔나대 경제학과의 안드레아 베버 교수와 크리스틴 줄레너 교수의 실험은 여성 고용 비율이 낮은 회사들이 여성 고용 비율이 평균 수준인 회사들보다 1.5년 먼저 파산했다는 결과를 보여준다. 이와 함께 사소한 채용 조건 하나로 유능한 인재의 지원이 훨씬 늘어난다는 연구 결과도 제시한다.

인간은 생각보다 훨씬 더 비합리적이다. 직장생활 역시 수학공식과 같이 정답을 갖고 있지 않다. 오히려 조직 생활은 항상 실수하기 쉽고 복잡한 인간 문제와 관련돼 있다. 저자는 “이러한 문제들이 무엇에 관한 것인지 이해하기 위해서는 자주, 자세하게 (행동경제학을)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마티아스 수터 지음ㅣ방현철 옮김ㅣ비아북ㅣ252쪽ㅣ1만8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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