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와 함께 별이 된 선생님들…그 이름이 하나둘씩 불렸다

최예린 기자 2024. 4. 16.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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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 구조'라고 했다.

2학년3반 담임인 고 김초원 교사의 아버지 김성욱씨는 이날 기억식에서 "우리는 그날의 악몽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전원 구조됐다고 보도됐지만 그 속에서는 304명의 생때같은 목숨이 어둡고, 춥고, 숨막히는 고통 속에서 죽어가고 있었다. 그들은 평범한 아들·딸이었고, 아버지·어머니였고, 친구였고, 이웃이었고, 그저 수학여행을 가던 학생과 선생님들이었다. 그들은 바로 우리였다"며 세월호 참사로 숨진 교사들 이름을 일일이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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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현충원 ‘순직교사·소방관·의사자 기억식’
16일 대전현충원에서 열린 ‘세월호참사 10주기 순직교사·소방관·의사자 기억식’에 놓인 단원고 순직교사 김응현·최혜정 선생님에 대한 해설자료. 최예린 기자

‘전원 구조’라고 했다. 2014년 4월16일 김응상(65)씨는 뉴스속보에 안심하고 점심을 먹으러 간 참이었다. 분명 모두 구조됐다고 했는데, 단원고 교사로 수학여행을 떠난 막냇동생은 오후에도 전화를 받지 않았다. 부랴부랴 내려간 진도실내체육관은 아비규환이었다. 단원고, 경기도교육청, 해양수산부, 해양경찰청, 진도군청에 “구조된 것이 맞느냐”고 물었지만, 모두 “모른다”고만 했다.

김씨의 동생인 김응현(당시 44살) 교사는 2학년8반 담임이었다. 그날 김 교사는 학생들을 세월호 갑판 출입구까지 인솔해 대피시킨 뒤 “큰 배는 쉽게 가라앉지 않는다”며 다시 학생들이 있는 배 안으로 돌아갔다. 그는 한 달 뒤 학생들이 머물던 4층 선실에서 주검으로 발견됐다. 그날은 스승의 날 하루 전이자 중학생 막내아들의 생일이었다.

세월호 참사 10주기인 16일 김응상씨는 아들 같던 11살 아래 동생의 묘에 군것질거리를 놓고 소주를 따랐다. 비석에는 노란리본 스티커가 붙어있었다.

김응상(65)씨 부부가 16일 오전 대전현충원에서 동생인 고 김응현 교사의 묘 앞에 앉아 눈물을 흘리고 있다. 김씨의 막냇동생인 김 교사는 단원고 2학년8반 담임으로 세월호에 남아 끝까지 제자들을 구하다 순직했다. 최예린 기자

“응현이가 돌아오기 하루 전 꿈에 나왔어요. 제가 어린 응현이를 업고 시냇물을 건넜어요. 진도에서 그 아이를 기다릴 때 불던 찬바람이 여전히 마음에 불어요.” 형은 “동생을 생각하면 마음이 너무 아파서 10년 동안 그 기억을 건드리지 못했다”고 했다. 닦아도 또 닦아도 그의 눈가는 스며나온 눈물이 번져 마르지 않았다.

이날 오전 대전현충원에서는 ‘세월호참사 10주기 순직교사·소방관·의사자 기억식’이 열렸다. 대전현충원에는 단원고 교사인 유니나·전수영·김초원·이해봉·이지혜·김응현·최혜정·고창석·박육근·양승진 선생님이 잠들어 있다. 남윤철 선생님은 가족의 결정으로 청주 청주교 공원묘지에 묻혔다. 끝까지 세월호에 남아 승객을 구조한 양대홍 사무장과 박지영·정현선 승무원도 대전현충원에 잠들어 있다. 참사 당시 현장에 투입됐다가 헬기가 추락해 숨진 강원도소방본부 소속의 정성철·박인돈·안병국·신영룡·이은교 소방관 역시 대전현충원에 안장됐다.

16일 대전현충원에서 열린 ‘세월호참사 10주기 순직교사·소방관·의사자 기억식’에서 김명경씨가 추모 공연을 하고 있다. 최예린 기자

2학년3반 담임인 고 김초원 교사의 아버지 김성욱씨는 이날 기억식에서 “우리는 그날의 악몽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전원 구조됐다고 보도됐지만 그 속에서는 304명의 생때같은 목숨이 어둡고, 춥고, 숨막히는 고통 속에서 죽어가고 있었다. 그들은 평범한 아들·딸이었고, 아버지·어머니였고, 친구였고, 이웃이었고, 그저 수학여행을 가던 학생과 선생님들이었다. 그들은 바로 우리였다”며 세월호 참사로 숨진 교사들 이름을 일일이 불렀다.

이날 기억식에는 유족과 시민들, 박범계·조승래·장철민 등 국회의원과 박정현 국회의원 당선자가 참석했다. 이날 추모행사는 대전권 시민사회가 ‘세월호 10주기 대전지역위원회’를 꾸려 준비했다. 올해 대전시는 2021년부터 해마다 지원해온 세월호 참사 추모 관련 보조금을 전액 삭감했다. 대전시 차원의 세월호 10주기 추모는 끊겼고, 이날 기억식에도 이장우 대전시장은 참석하지 않았다.

16일 대전현충원에서 열린 ‘세월호참사 10주기 순직교사·소방관·의사자 기억식’에서 시민들이 헌화하고 있다. 최예린 기자

이날 충북 청주에서도 세월호 참사 10주기 기억문화제가 열린다. 저녁 6시30분 청주 성안길에서 열리는 문화제는 지난해 7월 청주 오송 궁평 2지하차도에서 발생한 오송 참사 시민대책위원회가 함께 한다. 세월호 충북대책위와 오송 참사 시민대책위는 이날 세월호 참사와 오송 참사 등 사회적 참사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재발 방지·안전 사회 실천 등을 촉구했다.

최예린 기자 floy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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