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투더스페이스]② "우주청, 민간이 이익 내는 구조 만들어야…R&D 인재 사천 유도 필요"

박정연 기자 2024. 4. 16.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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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환 송월테크놀로지 대표
박준환 송월테크놀로지 대표. 송월테크놀로지 제공

[편집자주] 5월 27일 처음으로 한국 우주개발을 전담하는 정부 기관인 우주항공청이 출범합니다. 누리호와 다누리 성공 이후 우주 비즈니스에 대한 열망이 뜨겁습니다.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세계 우주산업은 2030년 5900억달러(약 810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동아사이언스는 열악한 환경에도 미래 우주시장 개척에 묵묵하게 발걸음을 디뎌온 국내 우주기업들을 만났습니다. 우주항공청 설립에 대한 기대감, 우주 비즈니스에 대한 다이내믹한 도전을 연속으로 게재합니다.

"우주항공청 설립 취지는 뉴스페이스 시대에 맞춰 산업 생태계를 형성하는 것입니다. 우주 사업이 정부 주도에서 민간 주도로 바뀌고 민간 주도로 전환하려면 기업의 이익이 날 수 있는 산업 구조가 만들어져야 합니다."
 

박준환 송월테크놀로지 대표는 우주항공청의 역할에 대해 이같이 기대했다. 그는 “민간 기업들이 시장에서 차별력 있는 자체 기술이 있어야 하는 만큼 우주항공청이 기술을 같이 개발하고 민간에 이전하는 역할을 잘 해주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송월테크놀로지는 보잉, 엠브라에르 등 세계 굴지의 항공기 제조사에서 쓸 복합재를 생산해 납품하는 강소 기업이다. 핵심 상품은 복합재로 항공기는 물론 우주선에도 중요하게 활용된다. 

박 대표는 우주항공청이 들어서는 경남 사천에 인재가 몰릴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책이 마련돼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박 대표는 “현재 연구개발(R&D) 역량은 대부분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나 한국천문연구원이 있는 대전과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면서 “이들 인력이 사천 쪽으로 올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하는데 같은 조건으로는 호응을 얻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인력 유출의 결과가 나타나지 않도록 고용지원금이나 소득세 면제와 같은 정부 대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특히 우주 생태계의 한 축을 형성하는 중소기업의 인력 확보 문제도 정부가 팔을 걷어붙여야 한다는 게 박 대표의 진단이다. 대기업과는 달리 억대 연봉을 제시할 수 없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그는 “지금 항공우주산업 인력의 절반은 중소기업에서 일하는 인력”이라며 “중소기업이 우주항공 관련 전공을 마친 실력 있는 엔지니어를 채용할 수 있도록 정부가 고용 지원금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항우연의 역할을 민간으로 이관해야 할 필요성도 언급했다. 박 대표는 “지금까지는 우주 프로젝트에 대한 설계 권한이나 승인 권한을 항우연이 다 가지고 있고 민간은 이를 수행하는 손발과 같은 역할을 해왔다"면서 “뉴스페이스에 맞춰 권한을 기업으로 이관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 “국가 기관이 사업을 주도하게 되면 전세계적으로 민간이 개발하는 스피드를 따라갈 수 없다”면서 “훨씬 더 유연하게 움직이려면 실패해도 계속 도전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R&D 과제를 실패하면 지금으로선 제재를 받고 정부 과제를 몇년 동안 못하게 되는 상황인데 이는 결국 경쟁력을 떨어뜨린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위성 제조업 같은 경우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먼저 검증을 하고 또 항우연이 검증을 하는 사전 절차가 있는데 결국에는 기간이 늘어나면서 비용이 커지는 문제가 있다.

위성 사업과 관련해서도 “과거에 1년에 위성을 10개씩 만들었지만 지금은 연간 수천 개까지 뽑아내야 경쟁력이 있는  상황"이라며 “저궤도 초소형 위성 사업들이 여러 가지 계획이 돼 있는데 한국이 수백 기나 수천 기 단위로 제조할 준비가 돼 있는지, 특히 인프라가 갖춰져 있는지 고민을 더 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음은 송 대표와 일문일답.

Q. 복합재가 제작되는 과정은 어떻게 되나.

"복합재는 탄소섬유, 유리섬유 등을 고분자 재료와 혼합해 무게를 획기적으로 줄인 초경량 신소재다. 동시접합기술이라는 고난도 기술을 적용한 뒷날개 구조물을 생산한 것은 국내 중소기업 중 송월테크놀로지가 처음이다. 위성에 들어가는 패널도 송월테크놀로지의 주력 생산 제품 중 하나다. 이미 달 탐사 궤도 위성 등에 납품한 경험도 있다." 

Q. 복합재 분야에서 현재 한국의 주요 경쟁 상대는.

“대표적으로 베트남과 말레이시아를 꼽을 수 있다. 이런 국가의 업체들은 저임금으로 인해 생산성 측면에서 강점이 있으며 또 전략적으로 정부 투자를 굉장히 많이 받았다. 이러한 지원금으로 인프라 구축도 하고, 연구개발(R&D)도 적극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한국도 글로벌 경쟁력 확충을 위해선 이러한 정부의 뒷받침이 이뤄질 필요가 있다."

Q. 송월 테크놀로지의 향후 비전은.

"주력으로 해오던 위성 생산 작업에 집중할 계획이다. 앞서 말했듯이 지금까지 위성을 1년에 10개씩 만들었다면 다가오는 우주 경쟁 시대에는 수천 개까지 뽑아내야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양산화를 위해서 중요한 것은 자동화다. 위성을 생산, 조립하는 기기를 수입에 의존하지 않고 국내에서 생산해야 한다. 송월테크놀로지가 가장 잘 하는 것이 자동화를 했을 때 효율이 높은 장비나 설비로 생산효율을 높이는 것이다. 앞으로 이 기술에 대한 R&D를 계속할 계획이다. 자동화 자체가 한국이 잘 하고 있는 분야다."

Q. 5월 개청을 앞둔 우주항공청의 방향성에 대해 제언한다면.

"제일 중요한 것은 민간을 견제 대상이 아닌 육성해야 할 대상으로 바라보는 것이라 생각한다. 민간과 경쟁하지 않고, 민간의 성장을 국가 경쟁력으로 생각할 수 있는 아량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서로 함께 성장해나갈 수 있는 상생 관계라는 점을 조금 더 잘 알아주셨으면 좋겠다."

[박정연 기자 hess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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