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통’은 달라졌을까…13분 분량 ‘총선 반성문’ 살펴보니

박성의·변문우 기자 2024. 4. 16. 1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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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무회의 생중계 통해 ‘국회 소통’ ‘민심 청취’ 약속
‘정책 홍보’에 野 혹평 일색…“불통 정치” “진단 잘못”
국민의힘, 별도 논평 없이 ‘당선인 총회’ 개최

(시사저널=박성의·변문우 기자)

"취임 이후 2년, 국민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4·10 총선 결과와 관련해 "민심을 겸허하게 받아들인다"며 '대국민 반성문'을 낭독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13분간의 발언을 통해 남은 임기 3년간 국회와의 소통을 강화하고, '민생'이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다짐했다.

다만 윤 대통령의 이 같은 메시지에 야권뿐 아니라 여권에서도 혹평이 제기된다. 13분 발언 중 상당 시간을 정부의 '공적'을 알리는데 집중, 총선에서 드러난 '성난 민심'을 잠재우기에 한계가 있었다는 지적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변화 다짐하며 '잘한 것' 같이 알린 尹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10시 국무회의 생중계 모두발언을 통해 4·10 총선 패배 관련 입장과 향후 국정 쇄신 방향에 대해 밝혔다. 당초 대통령실은 별도의 대국민 담화나 기자회견을 여는 방안도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그러나 '효율적인 메시지 전달'을 고려해 국무회의 생중계를 통해 윤 대통령이 총선 결과에 첫 입장을 밝히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윤 대통령은 발언을 시작하며 '민생'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국정의 최우선은 첫째도 민생, 둘째도 민생, 셋째도 민생"이라며 "어려운 국민을 돕고 민생을 챙기는 것이 정부의 존재 이유"라고 말했다. 이어 "그런 측면에서 이번 총선을 통해 나타난 민심을 겸허하게 받아들인다"며 "더 낮은 자세와 유연한 태도로 보다 많이 소통하고, 민심을 경청하겠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취임 이후 지난 2년 동안 국민만 바라보며 국익을 위한 길을 걸어왔지만, 국민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며 "올바른 국정의 방향을 잡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음에도, 국민께서 체감하실 만큼의 변화를 만드는 데는 모자랐다"고 했다. 그러면서 "큰 틀에서 국민을 위한 정책이라 해도 세심한 영역에서 부족했음을 통감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정부가 부족했지만, '잘한 것'도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난 2년간의 정부 성과를 열거했다. 윤 대통령은 "부동산 3법의 폐해를 바로잡기 위해 주택 공급을 활성화하고 재개발, 재건축 규제도 완화해서, 부동산 시장을 정상화하고 천정부지로 치솟았던 집값을 낮췄다"고 강조했다. 다만 "집을 소유하기 어려운 분들과 세입자들, 개발로 이주하셔야 하는 분들의 불안까지는 세밀하게 살피지 못했다"고 했다.

그는 또 "주식 시장을 활성화하여 국민의 자산 형성을 돕기 위해, 공매도를 금지하고,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 기준을 상향하고, 기업의 밸류업을 지원했다"며 "그러나 주식 시장에 접근하기도 어려운 서민들의 삶에 대한 배려가 미흡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이밖에 ▲수출 경제 활성화 ▲원전 생태계 복구 ▲첨단 산업 육성 ▲국가장학금 확대 ▲사교육 카르텔 혁파 ▲국가 돌봄 체계 실현 등을 정부 성과로 내세운 뒤, "현장의 문제를 다 해결하기에는 아직도 보완할 부분이 많다"고 자평했다.

윤 대통령은 장기화되는 '의정갈등'을 의식한 듯 "노동, 교육, 연금 3대 개혁과 의료개혁을 계속 추진하되 합리적인 의견을 더 챙겨 듣겠다"고 했다. 이어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에 책임을 다하면서 국회와도 긴밀하게 협력하겠다"고 다짐했다. 또 "민생 안정을 위해 필요한 예산과 법안을 국회에 잘 설명하고, 더 많이 소통하겠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국민께서 바라시는 변화가 무엇인지, 어떤 길이 국민과 나라를 위한 길인지 더 깊이 고민하고 살피겠다"며 "민생을 위해서라면 어떠한 일도 마다하지 않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민의 목소리에 더 귀 기울이고, 민생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몇 배로 더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16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과 국민의미래 당선자 총회에서 제22대 국회의원 당선인들이 결의문을 채택하고 있다. ⓒ연합뉴스

與 '당선자 총회' 열중…野 "불통 그대로" 혹평

윤 대통령이 '총선 반성문'을 직접 발표했으나 야권의 반응은 냉담하다. 대통령이 '과감한 정책 전환'을 약속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대통령이 변화와 소통을 공언했으나,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지 않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한민수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하나마나한 다짐으로 국민을 납득시킬 수는 없다"며 윤 대통령의 이날 국무회의 모두발언을 비판했다.

한 대변인은 "오늘 윤 대통령의 대국민 메시지는, 조금이라도 국정의 변화를 기대했던 국민을 철저히 외면했다"며 "윤 대통령은 불통의 국정운영에 대한 반성 대신, 방향은 옳았는데 실적이 좋지 않았다는 변명만 늘어놓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결국 반성은커녕 지금까지처럼 용산 주도의 불통식 정치로 일관하겠다는 독선적 선언이었다"고 꼬집었다.

특히 한 대변인은 "국회와 긴밀히 협력하겠다고 하면서 야당을 국정운영 파트너로 인정하라는 총선 민의에 대해서는 한마디 말도 없었다"며 "'더 낮은 자세와 유연한 태도로 보다 많이 소통하고 민심을 경청하겠다'는 하나마나한 다짐으로 국민을 납득시킬 수는 없다"고 했다.

조국혁신당의 김보협 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국민은 국정방향이 잘못됐다고 이번 총선에서 윤석열 정권을 심판했는데, 윤 대통령은 정부 탓을 한다"며 "진단을 잘못하면 올바른 처방이 나올 리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은 물가 관리를 잘한 성과를 국민이 체감할 수 있도록 '대파쇼'를 벌였던 것인가. 오늘 여러 차례 민생을 강조했는데 '민생토론회'를 자주 열면 다 죽어가는 민생경제가 살아나나"라고 직격했다.

한편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의 총선 관련 메시지에 별도 언급은 삼가는 모습이다. 윤 대통령이 '총선 반성문'을 읽은 시각, 국민의힘은 22대 총선 당선인들을 모아놓고 총회를 개최했다.

친윤계(親윤석열)로 분류되는 국민의힘의 모 중진 의원은 총회 후 자리를 이석하는 과정에서 기자들과 만나 "아직 국무회의 전문을 못 봤다"며 "그런 얘기(윤 대통령 국무회의 모두발언)는 전혀 안 나오고 초선 당선인들의 소회 정도만 총회에서 거론됐다"고 전했다. 친윤계인 다른 중진 의원은 총회 후 취재진과 만나 "총회 때문에 담화문 내용 뉴스를 잠깐 봤다"며 "앞으로 낮고 겸손한 자세로 국민의 뜻을 받들어서 국정 운영하겠다고 했으니 그 말씀대로 잘 실행되길 바란다"고 짧게 말했다.

여권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의 이번 메시지 발표의 형식과 타이밍, 내용 모두 아쉬웠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22대 총선에서 낙선한 국민의힘 한 의원은 "이 정도 결과(총선 패배)가 나왔으면 대통령의 더 책임있는, 구체적인 반성문이 나왔어야 한다"며 "정부의 공과 실을 모두 알리는 메시지가 민심을 달래는데 어떤 도움이 되나. 기자회견 등을 통해 보다 적극적으로 위기를 돌파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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