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 돈 많이 든다? ‘잘못된 선동’…‘야간 로스쿨’, 위험하고 실익 없는 발상”

박진영 2024. 4. 16.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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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욱 서울지방변호사회장 인터뷰
로스쿨생 약 20%, ‘전액 장학금’
로스쿨 입학 전형 ‘블라인드’ 심사
“야간 로스쿨, ‘희망 고문’ 될 것”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은 돈이 많이 들고, 입학 절차가 공정하지 않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로스쿨에 대해 갖고 있는 잘못된 생각이다. 김정욱 서울지방변호사회장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거짓 선동이 사회적으로 성공한 케이스”라고 열변을 토했다.

지난 3월22일 김정욱 서울지방변호사회장이 서울 서초구 변호사회관에서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에 대한 오해와 진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서울지방변호사회 제공
지난달 22일 서울 서초구 변호사회관에서 만난 김 회장은 “왜곡된 이미지 때문에 국민들이 더 이상 객관적 내용과 데이터를 보지 않는다”면서 “안타깝다”고 말문을 열었다.

“돈이 없어 로스쿨에 못 간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로스쿨에서 사회적 약자는 학비가 예외 없이 면제된다고 보면 됩니다. 생활 장학금도 나와요.

로스쿨에 가고 싶은데 돈이 없어 고민된다는 얘기를 지난 10여년간 너무 많이 들었습니다. 그런 분들을 만나면 정확하게 알아보고 오라고 합니다. 그러면 지원자 분들이 다시 알아보고 ‘(로스쿨 진학을) 포기하려 했는데 자기 같은 사람에게 너무 좋은 제도’라고 말해요. 나중에 변호사가 돼서 찾아온 경우도 많습니다.”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가 2021년 펴낸 ‘로스쿨 팩트 체크’에 따르면, 2017∼2020년 매년 전체 로스쿨 재학생 중 취약 계층인 약 20%가 전액 장학금을 받았다. 같은 기간 전체 로스쿨생 약 32%는 등록금의 50% 이상을 장학금으로 받았다. 로스쿨생 2명 중 1명꼴로 장학금을 받는 셈이다.

김 회장은 또 “설령 지원 대상이 아니더라도 모든 로스쿨생은 한국장학재단이나 금융기관에서 최저 금리로 대출도 받을 수 있다”며 “공부는 자기 돈으로 하는 게 맞고 저도 그렇게 공부를 마쳤다”고 말했다. 이어 “추후 학자금 대출을 갚을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경제적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게 중요하다”면서 “로스쿨 제도는 경제 지원 측면에서 잘돼 있는 편”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3월22일 김정욱 서울지방변호사회장이 서울 서초구 변호사회관에서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에 대한 오해와 진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서울지방변호사회 제공
김 회장은 로스쿨 입학의 공정성을 둘러싼 억측에 대해서도 “가족 관계는 다 블라인드 처리되고, 알 수 있게 하면 불합격 사유가 된다”고 일축했다.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도 올해 2월 “블라인드 심사를 도입해 부모의 직업 등이 유불리 요소로 작용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며 “로스쿨 입시에서 중요한 건 사회·경제적 배경이 아니다”고 밝혔다.

실상이 이런데도 로스쿨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팽배해 있는 건 수년 전 이뤄진 허위 주장의 잔재라고 김 회장은 지적한다.

“10여년 전 법조계에서는 어떻게든 로스쿨 제도를 깎아내리고 사법시험을 존치하려는 움직임이 강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5년에 걸쳐 왜곡된 통계자료를 내보내면서 여론을 호도했습니다. 그 당시 만들어진 편견이 아직까지 남아 있는 겁니다. 2016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법조인 양성 제도 개선 자문위원회가 만들어졌는데, 여기서 사실관계를 다 따져 논의한 다음 이듬해 사법시험이 폐지됐습니다. 저도 자문위원으로 참여했습니다. 제가 객관적인 자료를 토대로 이야기하니 법사위 의원들이 그런 자료는 처음 본다며 놀라더라고요.”

김 회장은 같은 맥락에서 “야간 로스쿨을 만들 하등의 이유가 없다”며 “로스쿨은 돈 없는 학생들에게 경제적 부담을 주지 않는 제도인데, 일하는 사람이 휴직하거나 퇴사하면 돈이 없어서 공부하지 못할 거라는 야간 로스쿨의 전제 자체가 잘못됐다”고 꼬집었다.

“야간 로스쿨과 관련해 단 한 명의 고졸자라도 기회는 있어야 하는 거 아니냐, 기회의 평등 얘기가 있습니다. 2005∼2016년 고졸 출신 사법시험 합격자는 6명인데, 엄밀히 말하면 고졸자가 아닙니다. 사법시험에 응시하려면 학점은행이나 독학사 등으로 법학 과목을 35학점 이상 이수해야 했거든요. 로스쿨이 도입된 2009년부터 2016년까지 학점은행 등 유사한 방식으로 학사 학위를 취득해 로스쿨에 입학한 사람이 73명입니다. 사실상 고졸자 출신 법조인 배출을 기준으로, 사법시험은 2년에 한 명꼴, 로스쿨은 1년에 10명꼴인 거죠. 기회의 평등이란 건 유명무실한 주장에 불과합니다.”

김 회장은 “로스쿨 체제에서 훨씬 더 다양한 대학 출신의 법조인들이 양성되고 있다”며 “누가 봐도 기회가 많다는 반증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실제로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에 따르면 사법시험 합격자의 출신 대학이 34.5곳이었던 반면, 변호사시험 합격자 출신 대학은 76.7곳으로 2배 넘게 늘었다. 서울대·고려대·연세대 출신 합격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2008∼2017년 사법시험에서 53.11%였으나 2012∼2020년 변호사시험에선 48.34%로 줄었다.

김 회장은 “야간 로스쿨이 생기면 다들 변호사시험 합격률이 1%쯤 되지 않겠느냐고 한다”며 “(야간 로스쿨생) 절대다수가 희망 고문만 당하고 시험에 합격할 수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로스쿨은 매년 전체 입학자의 7% 이상을 특별전형으로 사회적 약자를 뽑고 있습니다. 풀타임으로 공부하는 이분들의 변호사시험 합격률조차 10%대로 매우 낮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일단 변호사시험 응시자 중엔 경험 삼아 한번 보겠다는 허수가 없습니다. 제대로 공부해도 붙기 어려운 시험인데, 일하면서 남는 시간에 공부해 패스하겠다는 건 현실과 동떨어진 발상입니다. 그렇게 해선 절대로 합격할 수 없습니다.”

김 회장은 “세계적으로 거의 모든 선진국은 로스쿨 제도만 운영하고 있다”며 “그럼에도 과거에는 국가마다 시험 명칭이 다른 점을 이용해 해외엔 사법시험 제도가 있는 것처럼 속여 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본에서도 예비시험은 실패한 제도라고 거의 모든 법조 관계자들이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법조인 선발 제도를 중첩적으로 운영하면 자칫 대량의 고시 낭인 문제를 부활시킬 수 있는 우려가 엄존합니다. 일부 국가에선 숙고 없이 우회적 제도를 만들었다가 심각한 부작용을 겪고 있습니다. 야간 로스쿨이든 온라인 로스쿨이든, 이 같은 우회로는 위험하기만 하고 실익이 전혀 없습니다. 국회나 정부의 정책 관련자들이 실상을 알아보고 재검토하면 그런 얘기는 나오지 않을 겁니다.”

박진영 기자 jy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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