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만이 선택한 영화… 장재현 "내가 좋아하는 이야기 돼야"

전혜인 2024. 4. 16.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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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서 찾기 힘든 'K-오컬트' 대중화
"스토리 본질에 집중하며 영화 제작"
창작자 갖춰야할 덕목 '취향' 꼽아
장재현 감독. 한국콘텐츠진흥원 제공
쇼박스 제공
지난해 11월 서울 홍릉 콘텐츠문화광장에서 열린 '2023 콘텐츠 창의인재동반사업 성과발표회'에서 사업 관계자들이 단체사진을 찍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제공

지난 2월 개봉한 장재현 감독의 영화 '파묘'는 개봉 32일 만에 10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올해의 첫 1000만 영화가 됐다. 국내에서 오컬트 장르 중 처음으로 10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로 기록되기도 했다.

장재현(사진) 감독은 상업영화 데뷔작인 '검은 사제들'과 두 번째 영화 '사바하', 그리고 '파묘'까지 모두 그동안 국내에서 찾아보기 힘들었던 오컬트 장르에 민속문화와 무속신앙, 종교 등을 결합해 이른바 'K-오컬트'로 대중화시킨 점이 특징이다.

◇1100만 넘게 찾은 'K-오컬트'의 힘

다소 매니악한 장르의 영화로 1000만 관객을 모았다는 점에서 더욱 관심을 받고 있는 영화 '파묘'. '파묘'는 개봉 8주가 넘은 현재도 여전히 국내 박스오피스 1~2위를 꾸준히 유지하며 어느새 1160만 관객을 넘어섰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개봉 23일 만에 2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역대 한국 영화 흥행 기록을 경신했다. 인도네시아보다 다소 늦게 개봉한 베트남에서도 개봉 첫날 66만달러(약 9억원)의 수익을 올리고 3주만에 230만이 넘는 관객을 모을 정도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중국에서는 정식으로 개봉되지는 않았으나, 오는 18일 개막하는 제14회 베이징국제영화제에 초청받으며 높은 관심을 입증했다.

장재현 감독은 "처음부터 글로벌 시장을 염두에 두고 제작하지는 않았다"면서 "봉준호 감독님의 '기생충'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4개 부문에서 수상하는 것을 보고 내가 가장 좋아하고 재밌어하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높아진 K-콘텐츠 위상, 지극히 한국적 스토리도 수용성 높여"

이어 "봉준호 감독님이나 BTS와 같이 지금까지 글로벌 시장에서 K-콘텐츠의 위상을 높여온 한국의 많은 아티스트들이 있는 만큼 지극히 한국적인 스토리를 담은 '파묘'도 글로벌에서 거부감 없이 받아들여질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더욱 스토리의 본질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영화를 제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 감독은 창작자가 갖춰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취향'을 꼽았다. 본인의 취향을 먼저 잘 알고, 그것에 대해 깊이 연구하는 것을 시작으로 취향을 점차 대중으로 넓혀 가는 연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자신이 무엇을 공부할 때 심장이 뛰는지를 알고, 그 주제에 대해 깊게 생각하는 것부터가 첫걸음"이라며 "나의 취향이 대중의 취향과 일치하는 경우 창작 과정이 원활해지는 데 큰 도움이 되지만, 그렇지 않다면 더 많은 탐구와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관객이 무엇을 좋아할지를 섣불리 판단하기보다는 가장 첫 번째 관객인 '나'를 믿고 영화를 기획하고 시나리오를 쓰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내 심장을 뛰게 하는 것에 대한 연구부터 시작해야"

1981년생인 장 감독은 '인도에서 온 말리', '버스' 등 단편 작품 감독에 이어 '특수본', '광해, 왕이 된 남자' 연출부에 참여하며 영화 경력을 다졌다. 이어 2014년 카톨릭 엑소시즘을 소재로 한 단편 영화 '12번째 보조사제'를 내놓으며 본격적으로 주목받았다. 이 작품을 장편으로 재탄생시킨 것이 그의 상업영화 데뷔작인 '검은 사제들'이다.

12번째 보조사제는 2014년 제15회 전주국제영화제 감독상, 제13회 미쟝센 단편영화제 절대악몽 부문 최우수작품상 등을 석권하며 평단의 찬사를 받았으나, 오컬트 장르라는 특수성 때문에 영화를 촬영하기도 쉽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 장 감독이 영화를 완성할 수 있었던 것은 2013년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콘텐츠 창의인재동반사업'에 멘티(창의교육생)로 참여해 지원을 받은 힘이 컸다.

장 감독은 "콘텐츠 창의인재동반사업에 참여하지 못했다면 '검은 사제들', '사바하'는 없었고 결국 '파묘'도 없었을 것"이라며 본인의 커리어에서 이 사업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설명했다.

그는 "당시 '12번째 보조사제'를 찍기 위해 여러 곳에 지원했었는데, 오컬트 장르 영화가 시장에 없어서 지원하는 곳마다 다 떨어졌다"며 "마지막으로 해보자는 생각으로 콘텐츠 창의인재동반사업에 지원했는데 선발되면서 영화를 완성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대가를 키우는 '도제식 멘토링' 빛 발하다

2012년 시작해 올해로 13년 차를 맞이한 창의인재동반사업은 창작의 소질과 소양을 갖춘 예비 창작자의 산업계 진출을 지원하는 콘진원의 대표적인 인재 양성 프로그램이다. 멘토와 예비 창작자와의 1대 1 도제식 멘토링을 중심으로, 선발된 창의교육생들은 사업 참여자 간 활발한 교류를 위한 폭넓은 네트워킹 기회를 통해 자기주도적 창작 프로젝트에 전념할 수 있다.

장 감독은 "창작자에게는 재정 지원뿐만 아니라 인적 네트워크 지원도 필요한데, 창의인재동반사업으로 현업인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 큰 도움이 됐다"며 "함께 참여한 멘티들이 비슷한 고민을 하고 함께 창작 활동을 하는 것을 보며 용기를 얻고 심적 도움을 받을 수 있었던 것도 좋은 경험이었다"고 밝혔다.

창의인재동반사업은 방송·영화 외에도 음악·공연·웹툰·게임 등 다양한 콘텐츠 분야에서 활발한 창작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장 감독을 비롯해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대본을 집필한 문지원 작가, 뮤지컬 '쇼맨'의 한정석 작가, 장편 애니메이션 '태일이'를 제작한 홍준표 감독, 네이버웹툰 '견우와 선녀'의 안수민 작가 모두 창의인재동반사업을 거쳐 자리를 잡은 창작자들이다.

창의인재동반사업은 지난 12년간 정상급 콘텐츠 전문가로 구성된 1766명의 멘토가 참여했으며, 3669명의 창의인재를 배출했다. 올해는 15개의 다양한 K-콘텐츠 분야별 플랫폼 기관을 통해 300여 명의 창의인재를 양성할 예정이다.

◇"안전한 게 가장 위험… 더 뾰족하게, 자신 있게 밀고 나가라"

장 감독은 "창의인재지원사업은 '프로젝트'가 아니라 '사람'에 지원하기 때문에 창작자 개개인의 창의성과 취향을 지켜낼 수 있다"며 "한 사람에게 큰돈을 지원하는 것보다는 여러 분야의 사람에게 영양분을 주듯이 지원하는 것이 다양성이 보장된 콘텐츠와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멘토링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교육생들이 콘텐츠 산업에서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콘진원에서 실질적인 도움과 지속적인 지원으로 효율적인 성과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을 모색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장 감독은 자라나는 예비 창작자들과 창의인재동반사업의 멘티들에게 "더 무모한 도전을 많이 하라"고 전했다. 그는 "'안전한 게 가장 위험하다'라는 말이 있듯이 더 뾰족하고, 재능있고, 더 4차원인 친구들에게 더 자신 있게 밀고 나가라는 응원을 전하고 싶다"며 "기본적으로 창의인재동반사업에 지원하는 분들은 갈급함이 있을 수밖에 없는데, 기다림이 필요하다고 말해주고 싶다"고 격려했다.

전혜인기자 hye@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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