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사이버 안보, 발등의 불 됐다[시평]

2024. 4. 16.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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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배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남북 사이에도 우주전쟁 시작
군 정찰위성 5기 내년까지 확보
北의 지상 기반 전자전 위협적
위성 무력화할 무기 개발 한창
한국은 청사진조차 없이 방관
우주항공청 안보 마인드 절실

우리 군이 지난 8일 정찰위성 2호기 발사에 성공했다. 지난해 12월 정찰위성 1호기를 발사한 데 이어 내년까지 정찰위성 5기를 운영할 계획인데, 2030년까지 초소형 군사위성도 수십 대 더 쏘아 올릴 예정이다. 북한도 군 정찰위성 2호기를 곧 발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1월 3차례의 시도 끝에 정찰위성 1호기를 궤도에 올렸고, 올해 정찰위성 3기를 추가로 발사한다고 한다. 군 정찰위성 발사를 놓고 남북이 이처럼 앞뒤를 다투는 ‘우주전쟁’이 촉발된 모양새인데, 이에 더해 우주 사이버 공간의 안보를 위협하는 ‘또 다른 전쟁’이 전개되고 있다는 사실도 놓치지 말아야 한다.

현재 북한은 한·미 우주 자산에 대한 물리적인 요격은 하지 못하더라도 사이버·전자전 공격을 가할 능력은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지난 2월 스티븐 와이팅 미 우주사령관은 북한이 미국의 우주 시스템을 위협할 지상 기반 전자전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아니나 다를까, 지난 3월 북한은 한미 연합 ‘자유의 방패(FS)’ 훈련 기간에 위성항법장치(GPS) 전파 교란을 시도했다. 북한은 지난 2010년부터 간헐적으로 전파 교란 시도를 해왔는데, 2016년에는 고출력 전파 교란을 가해 큰 피해를 줬다. 한편, 우주발사체·위성을 개발하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 대한 북한의 지난해 해킹이 뒤늦게 알려지기도 했다. 최근 중국의 위성통신 해킹 문제도 불거진 바 있다.

다양한 수법의 해킹 공격을 통해 위성 시스템을 교란하거나 무력화해 물리적 손실을 일으킬 우주 사이버 안보 위협에 대한 대책이 절실하다. 지상 시스템에 대한 사이버 공격도 큰 위협이다. 최근에는 위성 정보·데이터의 탈취·손실·조작이 쟁점이 됐다. 전자기파 공격으로 인한 위성 전파의 방해·교란·변조도 위성 해킹과 맥을 같이한다. 최근 인공위성의 수량이 늘어나면서 사이버 안보 위협이 더욱 민감한 논란거리가 됐다. 낙후된 운영체제(OS)를 사용하는 데다가 지속적인 업그레이드가 쉽지 않은 위성 시스템의 고유한 특성은 사이버 안보상의 취약성을 더욱 가중시킨다.

지난 2022년 9월 유엔에서 위성요격미사일의 실험 중단을 결의하면서 물리적 공격의 여지는 줄었지만, 우주 사이버·전자전의 추세는 오히려 부상하고 있다. 실제로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는 미국 위성 통신 기업 비아샛(Viasat)의 통신위성에 사이버 공격을 가했다. 미국 기업 스페이스X의 위성 인터넷인 스타링크도 전자전 공격을 받았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위성항법 교란 작전은 이전과는 다른 규모로 전개되고 있다. 최근에는 러시아가 미국 인공위성을 무력화할 핵전자기파(EMP) 무기를 준비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큰 논란을 일으켰다. 한편, 중국도 적성국 위성을 무력화할 최첨단 사이버·전자전 무기를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은 러시아 또는 중국과 전쟁을 벌일 경우, 자국의 우주 감시·정찰·통신·항법 시스템을 위협할 사이버·전자전 공격에 대비하는 노력을 기울여 왔다. 2020년 9월 서명된 ‘우주정책지침-5(SPD-5)’는 미국이 취할 우주 사이버 안보 정책의 원칙을 최초로 제시했다. 미 상원은 지난해 5월 ‘위성사이버안보법’을 재발의하기도 했다. 미 국방부는 저궤도 소형 위성망 구축과 신형 우주무기 개발에 5년 동안 140억 달러(약 19조 원)를 투입할 것이라고 한다. 게다가 미국은 파이브아이즈(Five Eyes) 5개국 및 프랑스, 독일 등과 우주 사이버 위협에 대응하는 국제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아직 ‘우주 사이버 안보 전략’의 번듯한 청사진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우주 안보 전략’이 있어도, 그 내용은 우주 물체의 궤도상 충돌이나 지구 추락 등 물리적인 위험에 대한 대책이 주를 이룬다. 위성 정보·데이터에 대한 사이버 안보 관념도 최근 들어서야 눈을 뜬 정도다. 오는 5월 말 우주항공청(KASA) 발족을 계기로 포괄적인 우주 전략이 모색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연구·개발(R&D) 마인드’가 앞서고 ‘우주 사이버 안보 마인드’는 뒷전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우주 사이버 안보 전략과 국가안보 전략 전반의 연계성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국가안보실의 총괄 기능도 시급히 가동돼야 할 것이다.

김상배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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