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쓰려고 신용카드 잘랐다, 질문 받습니다

이주빈 기자 2024. 4. 16.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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쩐화위복⑯ 선결제 후상환…‘무지성 소비’ 벗어나는 방법
한 독자가 제공한 사진. 그는 “새 인생을 살기 위해 독한 마음으로 신용카드를 잘랐다”고 말했습니다. 잘 지키고 계신가요?
쩐화위복은?

2030을 위한 한겨레만의 재테크 콘텐츠입니다. 믿을 수 있는 친절하고 재밌는 콘텐츠를 지향합니다. 소득 수준에 상관없이 돈을 아끼고, 모으고, 불리는 일이 수월하고 재밌어지도록 쓸모 있는 정보를 피부에 와닿게 전해드리겠습니다.

다른 쩐화위복 기사보기

https://www.hani.co.kr/arti/SERIES/3115
또는 검색창에 ‘쩐화위복’을 쳐보세요.

<이번 편 3줄 요약>
• 신용카드 할부, 쌓긴 쉽고 갚긴 어렵다
• ‘사실상 고금리 대출’ 리볼빙, 아차 하면 빚 폭탄
• 체크카드로 갈아타기, ‘완충 기간’ 잘 버티자

“선배, 혹시 신용카드 잘라볼 생각 없어요?”

올 초 ‘쩐화위복’ 아이템 회의 시간, 팀 막내 지현이 제게 대뜸 물었습니다. 전혀 그럴 생각이 없었을뿐더러 체크카드로 사용할 현금도 없었어요! “생존에 위협이 될 수 있어서 어렵겠다”고 하자 귀여운(?) 막내 지현은 웃으며 “그래야 재밌을 거 같아요”라고 답했습니다.

신용카드, 어른의 상징인 줄 알았는데

몇 년 전, 한겨레에 입사하자마자 신용카드를 발급받았습니다. 월급이 들어오자마자 신나서 다 써버려도 신용카드가 있으니 든든했습니다. 어차피 곧 다음달 월급이 들어올 텐데, 먹고 싶고 사고 싶은 거 참기보다는 얼마쯤 당겨쓰는 게 오히려 합리적이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한번 ‘선사용 후결제’가 시작되자 그때부터는 어쩔 수 없이 모든 소비를 신용카드로 하게 됐습니다. 카드값이 리셋되는 매달 1일만 기다렸습니다. 신카의 꽃은 ‘할부’더라고요. 처음에는 휴대전화, 태블릿 등 100만원이 넘는 고액의 물건을 살 때 이용했습니다. 분명히 제값 주고 사는 건데도 할부를 ‘때리면’ 매달 내는 돈이 줄어드니 마치 싸게 사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어요. 무이자까지 되면 그 착각은 더 심해졌죠. (카드마다 다르지만, 무이자 할부는 대부분 할인·적립 서비스를 받을 수 없습니다.) 급기야 친구들에게 한 턱 낸다면서 당당히 “일시불로 해주세요”라고 긁은 돈을 할부로 바꾸기도 했습니다. 100만원짜리 10개월 할부가 10번 모여 다시 매달 100만원을 갚아야 하는 매직이 일어났죠.

‘무지성 소비’를 하다 보면 월급보다 카드값이 많이 나올 때도 있었습니다. 그때는 ‘분할 납부’를 이용했습니다. 물론 다음달과 다다음달의 내가 내야만 하지만, 당장은 연체를 면할 수 있었죠.

소비의 즐거움은 달콤하지만 짧습니다. 게티이미지뱅크

자칫하면 채무불이행자…연체 막으려면 계획 소비 필수

이런 소비패턴은 위험합니다(저도 이젠 안 해요). 한번 어긋나면 연체하게 될 수 있거든요. 저도 나름의 원칙은 있었는데요. ‘연체’와 ‘리볼빙’은 절대 하지 않는 것입니다.

신용카드 대금을 연체하면 어떻게 될까요? 카드사 직원을 통해 알아봤습니다. 연체 기간 4일(영업일 기준)까지는 안내 문자와 연체 이자를 무는 데서 끝납니다. 문제는 그 이후입니다. 1만∼9만원을 5일 이상 연체하면 ‘신용정보회사’에 연체 정보가 등재됩니다. 일종의 ‘블랙리스트’에 오르는 셈이에요. 신용평점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그러나 10만원 이상을 5일 넘게 연체하면, 은행·보험·저축은행 등 신용정보회사로부터 정보를 받는 다른 금융사에도 연체 정보가 공유됩니다. 그럼 다른 금융사에서도 “이러이러한 사유로 우리 회사 카드도 정지될 수 있으니 확인해 주세요”라는 내용의 안내가 올 수 있습니다. 그래도 연체 금액을 상환하지 않으면 신용카드 사용이 정지됩니다.

‘신용정보회사’는 단기·소액 연체 관련 정보가, ‘신용정보원’은 장기·고액 연체 정보가 모이는 곳입니다. 신용정보회사의 연체 정보가 더 빨리 전달되기 때문에 금융회사 대부분이 신용정보회사 정보를 활용합니다.

신용정보원 연체정보 처리 기준
- 5만원 이상 3개월 이상 연체: 연체정보 등재
- 5만원 이상 2건 이상, 3개월 이상 연체: 연체정보 공유
- 100만원 이상 3개월 이상 연체: 연체정보 공유

연체 기간이 한 달(휴일 포함)을 넘어가면 상황에 따라 채권추심회사에서 돈 갚으라는 문자를 보내거나 전화를 할 수 있고, 장기간 연락이 안 되면 집을 방문하기도 합니다. 연체 3개월 이상부터는 더 심각해집니다. 신용정보원에 연체 정보가 등재돼요. 신용정보원에 연체 정보가 올라가면 신용정보회사보다 연체 기록이 더 오래 남기 때문에 불이익을 더 길게 받을 수 있습니다. ‘불이익’이란 같은 대출을 받아도 평점이 좋은 사람보다 높은 연이율을 적용받게 되거나 대출 한도가 줄어든다는 것을 뜻합니다. 대출이 안 되기도 하죠. 추심 강도도 높아져 급여가 압류되고 재산 조사를 받을 수도 있어요.

많은 신용카드 소비자의 공감을 얻었던 엑스(X) 게시물. 작성자의 동의를 얻어 게재합니다.

‘최소 결제’ ‘일부만 결제’에 속지 말자

‘분할 납부’와 ‘리볼빙’을 구분하는 것도 정말 중요합니다. 일부 카드사에서 ‘최소 결제’, ‘일부만 결제’ 등으로 표기됐던 리볼빙(일부결제금액 이월약정)은 신용카드 결제금액 중 일부(최소 10%)만 먼저 내고 나머지는 나중에 갚을 수 있는 서비스입니다.

언뜻 분할 납부와 비슷해 보이지만, 전혀 다르고 훨씬 위험합니다. 리볼빙을 신청하면 얼마나 먼저 낼 건지(약정결제비율)를 설정할 수 있는데요. 약정결제비율을 10%로 설정할 경우 카드값의 10%를 먼저 내고 90%는 다음달에 갚을 수 있습니다. 당장 돈이 없는 사람이 쓸 수 있는 서비스지만, 수수료가 높아 빚 부담이 커질 수 있습니다. 리볼빙 수수료가 어느 정도로 높을까요. 지난 3월 각 카드사의 리볼빙 평균 수수료는 연 15.17~19.04%였습니다. 신용점수가 낮을 경우 최대 연 19.83%까지 적용하는 곳도 있었습니다. 법정 최고금리(연이율 20%) 수준이죠.

리볼빙은 일정 신용도 이상의 소비자만 이용할 수 있다는 점도 명심해야 합니다. 신용도가 하락하면 리볼빙 이용이 불가능해질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면 원금과 수수료 전체를 일시에 상환해야 합니다. 나중에 갚겠다고 미뤄두다가는 ‘폭탄’이 될 수 있는 거죠. 피치 못하게 리볼빙을 이용하게 된다면 폭탄을 맞지 않도록 자신의 신용점수를 수시로 확인해야 합니다.

청구 금액에 놀라서 명세서를 살펴보면 다 제가 쓴 게 맞습니다. 후회해도 이미 늦었죠. 게티이미지뱅크

체크카드 쓰면 소비가 체감돼요

‘탈 신카’를 위해 나름대로 포인트가 혜택이 좋은 체크카드를 발급했고, 소비 계획도 세웠습니다. 생일선물 같은 사교활동비나 문화생활비는 줄이지 않기로 했습니다. 대신 택시비, 각종 군것질 비용, 그리고 화장품 구매 비용을 줄이기로 다짐했습니다. 얼굴은 하나뿐이라는 점을 기억하면서요.

우선 모든 앱의 결제 수단을 신용카드에서 체크카드로 바꿨습니다. 네이버·카카오페이 등 각종 간편 결제부터 시작해 이커머스, 배달, 택시… 생각보다 많았습니다. 그렇게 한 달 정도 체크카드를 사용했습니다. 소비가 줄었습니다. 조삼모사 같지만 이용금액이 ‘플러스’ 되는 것과 잔액이 ‘마이너스’ 되는 건 느낌이 다르더라고요. 신용카드는 한달에 한번만 돈이 빠져나가니 상대적으로 소비 체감이 덜 됐습니다. 체크카드를 쓰니 돈 줄어드는 게 바로바로 보였죠.

지난 달에는 택시비를 특히 많이 아꼈더라고요. 지난 2월 택시를 7번 탔고 총 14만8900원을 지출했습니다. 체크카드 사용 후에는 택시를 타더라도 요금을 따져보고 보고 타게 됐어요. 카카오 블랙, 블루는 피치 못할 경우에만 이용하기로 했죠. 그래서 지난달에는 택시를 3번 탔고 2만5800원만 썼습니다. 조금만 의식하고 부지런해지면 아낄 수 있었던 비용인 거죠.

신용카드를 쓸 때는 세일 상품이 보이면, 나중에 가격이 오르면 손해니까 당장 돈이 없어도 사서 쟁여두는 게 이득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근데 체크카드를 써보니 진짜 필요한 물건인지를 먼저 생각하게 됐습니다. 가진 돈 안에서 생활해야 하니, (그리고 모은 돈이 없으니) 큰 소비는 어쩔 수 없이 못 하게 된 점도 작용했습니다.

매달 나오는 카드 명세서를 보면 신용카드를 가둬 놓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게티이미지뱅크

신카에서 체카로, 제대로 갈아타기 위해서는

사실은 정말 ‘체크카드만’ 사용하려고 했는데, 그게 생각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팀원들 몰래 신용카드도 조금씩 같이 썼습니다(자르지 않았어요… 미안합니다). 한번에 현금 생활로 돌아오기에는 이미 벌여놓은 할부가 너무 많았던 겁니다.

신용카드 자르기에 성공한 한 선배는 “소비를 모두 체크카드로 바꾸기 위해서는 ‘완충 기간’이 필요하다”고 조언했습니다. 남은 할부를 다 갚고, 자신의 소비를 체크하면서 줄여가는 시간이 있어야 한다는 거죠. 이 기간을 잘 넘기는 게 중요하겠습니다. 자꾸 신용카드를 쓰고 싶어진다면 아예 갖고 다니지 않는 것도 방법일 텐데요. 저와 같은 목표를 삼았다가 실패한 한 금융권 지인은 “마음먹고 신카를 모두 잘랐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삼성페이로 결제하고 있더라”라고 했습니다. 역시 자신의 의지가 가장 중요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신용카드, 꼼꼼히 따져 제대로 쓰면 현명한 소비를 할 수 있습니다. 신용카드의 순기능, 생애 처음으로 신용카드를 발급받아 본 조해영 기자가 다음 화에서 설명해 드립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17회에서 이어집니다.

쩐화위복 잘 보고 계신가요? 좋았던 점은 뭐였는지, 아쉬운 건 없었는지 궁금합니다. 여기에(https://forms.gle/Kmv5ZpsKMnGakJ7Q8) 독자님 의견 들려주세요. 더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준비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이주빈 기자 ye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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